[프라임경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0.50%p 인상을 결정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0.50%p) 인상을 단행한 것은 기준금리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기준금리가 4월과 5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차례 인상된 일도 한은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 금통위가 이같은 강력한 통화정책을 단행한 이유는 물가상승이 심각한 상황이란 판단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문을 공개하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 △기대 인플레이션 확산 억제 △경기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 중이다. ⓒ 한국은행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높아졌다"며 "3%대 물가상승률이 5%대가 되는데 7개월이 걸렸지만, 5%대에서 6%대는 한달 만에 높아지는 등 상승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스텝 결정에 대해 "한 번에 0.50%p 이상을 인하한 적은 있지만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내린 결정"이라 말했다.
특히 이 총재를 비롯한 금통위원들은 일반인이 기대하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즉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수요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가 오르는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단 입장을 분명히 전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하고 물가·임금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단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6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3분기 국내 물가상승세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유가 하락을 예시로 들며 물가가 3분기 정점을 찍고 안정된다면 추가 0.50%p 인상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 0.50%p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 횟수에 대한 질문이 쇄도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연말 한국 기준금리를 2.75~3.00%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올해 △8월 △10월 △11월 총 3차례 남았으며 시장 예상치에 도달하려면 최소 2차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금리 수준은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유가나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라며 "이미 물가가 높아진 상황이기에 지금 시장이 2.75% 정도를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FOMC에서 또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이 단행되면 한·미 간 금리는 다시 미국이 0.25%p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는 "격차가 최대 1%p를 넘은 적도 있어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금리 격차 자체보다 그로 인한 자본유출 가능성,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