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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횡령‧외환거래 '구멍 비상'

나머지 은행 내부 점검 진행 '또 사후약방문 대처'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7.04 16:44:10
[프라임경제] 이미 때가 지난 후에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하는 것을 비유할 때 '죽은 뒤에 약방문을 쓴다'란 뜻을 가진 사자성어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사용된다. 최근 횡령에 이어 외환 이상거래까지 발생한 은행권은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규모를 벗어난 수상한 외환거래가 시중은행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23일 내부 점검 과정에서 8000억원 규모의 비정상적인 외환거래를 발견한 이후 신한은행에서도 30일 이와 비슷한 외환거래가 포착됐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내부점검 중 서울 지역 지점에서 과도한 규모의 송금 거래를 발견해 금융당국에 자진 신고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우리은행에서 비정상적인 외환거래가 발견되자 자체적인 지점별 외환거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으로 시작돼 신한은행까지 나타난 외환 이상거래가 전 은행권에 번질지 금융권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규모 외환 이상거래, 불거진 가상자산 자금세탁 의혹 

금융감독원은 외환 이상 거래가 발견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해 수시 검사에 나섰으며 다른 은행들에 대해선 내부 점검을 맡긴 후 이상 여부를 보고 받을 계획이다. 특히 이번 검사에서는 자금세탁방지법과 외환거래법 위반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우리은행 지점에서 발견된 대규모 외환 이상거래 금액이 가상자산으로 세탁한 자금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은행은 가상자산 자금세탁 된 돈을 해외로 송금하는 창구로 이용된 것으로 파장이 클 예정이다. 

송금을 진행한 시중은행은 물론, 가상자산 거래소에 원화 입출금 계좌를 발급해준 인터넷전문은행·지방은행까지 문제가 퍼질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는 검사를 통해서 확인해봐야 알 수 있는 거라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좌발급은행에 대한 검사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외환감독국 인원들이 전원 검사에 나가 있으며 지금 조사는 당장 외환거래에 어떻게 문제가 있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0일 외환 이상거래를 파악하고 금감원에 자진 신고했다. = 장민태 기자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금요일 오후 늦게 외부에 알려졌기에 아직까지 관련 부서에서 우리에게 오픈을 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과정과 결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감원 관련 내용이 나오기 이전부터 은행 자체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며 "시기적으로 은행권은 분기·반기 내부 점검에 들어간 시기라 우리은행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이제야 발견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외한 이상거래 "서류상 문제없어"

금융소비자들은 어째서 은행이 외환 거래가 발생하기 전에 막지 못하고 이미 송금된 뒤에서야 이상거래를 발견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영재 씨(면목동, 29세)는 "은행권에서 저번에 횡령사건들이 터졌을 때도 뒤늦게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도 결국 이미 해외로 송금된 뒤에 문제를 파악한 것 아니냐"며 "매번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뒤늦게 수습한 모습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우리은행·신한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반응에 대해 "서류에 문제가 없었기에 송금이 진행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대한 절차상 확인을 하지만 고객이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은행을 속이려고 하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은행 관계자도 본건과 관련해 "수입증빙서류에 근거해 송금업무를 처리했으며, 업무과정에서 고액현금거래나 의심스럽다고 판단된 거래에 대해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의 처리했다"며 "현재까지 직원 등이 불법행위에 관여한 정황이 없고, 감독원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들 주장이 은행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만 잘하면 책임이 없다는 주장으로 비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7일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연일 금융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 금융감독원


한편, 금융권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외환 이상거래가 발견되면서 이제 나머지 은행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최근에 자체 검사했을 때 특이사항이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불거진 외환 이상거래는 규모도 크고 최근에 바뀐 금감원장 영향으로 더욱 관심이 모이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지휘권을 잡은 이후 연일 금융권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강도 높은 제재를 시사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은 지난달 7일 취임식에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킨다"고 일갈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이 은행권에 새로운 제재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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