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지난달부터 해제된 후 서울 한강공원은 인파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쓰레기 급증이 환경 문제로까지 지적되면서 관계 당국은 물론 시민의 정화 참여가 시급한 실정. 이런 가운데 여의도 한강변 노점 상인들의 숨은 노고가 눈길을 끈다. 한강변에서 없어서는 안될 만능 해결사인 이들은 '한강 홍반장(영화 주인공)'이라고도 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종료된 지 약 한 달 반이 지난 28일 여의도 한강공원은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를 되찾은 듯했다. 여의나루역 2번 출구는 선선한 한강 바람을 즐기기 위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고, 주차장은 만석 표시가 내걸려 있음에도 한강에 들어서기 위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심야인 오전 1시가 지나서도 이날 한강공원은 나들이 나온 청년들로 북적였다. 이들 대다수는 20대로 남·여 상관없이 2인 이상 모인 무리가 대부분이었다. 이창수 씨(29, 신설동)는 "한강공원을 3년 만에 찾았는데, 일상의 자유와 예전 분위기가 느껴져 좋다"며 "친구들과 먹을 음식들을 배달 주문했다"고 말했다.

오전 1시 경 여의도 한강공원, 음주를 즐긴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 = 장민태 기자
이처럼 젊은 활력을 되찾은 서울 한강변이지만, 그 뒤엔 넘치는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원에 비치된 쓰레기통은 많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넘쳐흐르고 있었고, 일부 시민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는 먹다 만 음식물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앞서 오후 8시 경 거대한 쓰레기통을 교체하던 서울특별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오늘도 여기를 두 번이나 청소해서 쓰레기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아침에 오면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며 "사람들이 떠나면서 빈자리에 쓰레기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간다"고 하소연했다.
쓰레기통은 자정이 되자, 교체한 지 불과 4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가득 차버렸고, 버릴 곳이 제대로 찾지 못 한 시민들은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를 그냥 놓고 사라졌다. 이들이 놓고 간 쓰레기들은 대부분 분리조차 안 된 상태였다.

쓰레기통이 수시로 꽉 차기 때문에, 주변에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 장민태 기자
쓰레기 문제는 비단 여의도한강공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강변 곳곳에서 심각하게 반복되고 있다.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자 한강사업본부와 자원봉사자들뿐만 아니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직접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유태준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노련) 영등포지역장을 만나 여의도 한강공원의 상황을 들어봤다.
- 여의도 한강공원의 상인들은 어떤 이들인가.
"민노련 소속 상인들이다. 예전에는 한강변에 민노련 외에도 다른 단체들이 있었지만 전부 없어졌다. 민노련 노점상들이 모여있는 지역이 모두 40곳 정도 되는데, 여의도 한강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영등포 지역 소속으로 △1지구 △2지구 △3지구로 나눠져 있다. 각 지구는 100m 거리를 두고 있으며 지구당 약 20명씩 활동하고 있다."
- 쓰레기 청소를 관공서와 함께 진행하나.
"관공서와 함께 환경 미화를 하고 있지는 않고 장사가 끝나면 노점상들이 모여 한강변 바닥에 떨어진 각종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들까지 청소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전단지들을 주워 버린다. 한강사업본부나 자원봉사자들도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공원을 정리하고 있다."

민노련 영등포지역 상인들이 더러워진 여의도 한강공원을 청소하고 있다. ⓒ 민주노점상전국연합
- 청소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젊은이들은 대부분 쓰레기를 아무렇게 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술을 드시는 분들이 쓰레기를 놓고 가거나 상인들로부터 대여한 돗자리·의자 등과 같은 물건들을 놓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이 한강변을 그렇게 더럽게 쓰고 있지는 않다. 쓰레기통이 모자라서 쓰레기가 넘치고 있는 건 문제다. 많이 아쉽다."
- 한강변에 쓰레기통이 많이 부족한가.
"지금 여의도 한강변은 이벤트 광장 쪽 2개 화장실 주차장 주변에 쓰레기통 2개가 있는데 1개 정도만 더 설치되면 넘치지는 않을 것 같다. 여의도 노점들이 판매하는 음식들은 대개 양이 적어 버릴 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이용객들이 외부에서 배달시킨 음식의 경우 포장 상자들이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데, 이것들이 분리수거가 안 된 상태로 버려지다 보니 쓰레기통이 금방 넘치고 있다. 또 한강변에 설치된 음식물 쓰레기통이 너무 작다 보니 이용객들이 버릴 곳이 없어 그냥 놓고 간다."

쓰레기는 통을 비운지 4시간 만에 또 가득 차 밖으로 흘러내렸다. = 장민태 기자
- 청소 외에 여러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한강변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청소는 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주차장에서 구급차나 소방차 등 긴급 차량들이 들어가야 할 때 나서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길을 확보하기도 하고, 절도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데 범인을 붙잡아 한강 보안관들에게 넘기기도 한다. 특히 한강변은 이용객들이 술을 마시다 보니 분실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분실물을 찾아줄 때도 많다. 일을 하다 보면 한강변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런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홍반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현재 활동을 지속하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휴먼에이드와 친환경 피크닉 세트를 나눠주는 환경 캠페인을 하고 있다. 휴먼에이드가 땅에 썩는 종이 비품이나 생분해 봉투 등을 제공하고 상인회가 이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면서 친환경 제품 홍보를 하고 있다. 시나 기업 등이 생분해 쓰레기 봉투를 후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쓰레기가 봉투에만 담겨도 음식물이 바닥에 흐르지는 않는데, 봉투를 상인들이 시민들에게 나눠 주는 건 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