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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단 재출범, 기업은행 판매 '디스커버리 펀드' 재조명

청와대 인사 연루 의혹, 수사 3년째 제자리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5.23 20:31:42
[프라임경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지난 18일 서울남부지검에 자리 잡았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축소 방침에 따라 폐지된 합수단이 2년 4개월 만에 재출범하면서, 정관계 연류 의혹이 남은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도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 모임인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3일 판매은행 중 한 곳인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원금 전액 보상을 촉구했다. 

◆대책위, 기업은행 판매 책임 '원금 전액 보상' 요구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는 지난 2019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가 환매 중단된 사건이다.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가 실제 수익률, 투자 자산 가치 등을 허위 보고했다는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되면서 2562억원 상당의 펀드 환매가 중단됐다.

대책위는 23일 집회를 열고 기업은행 측에 원금 전액 보상을 요구했다. = 장민태 기자


이의환 대책위 상황실장은 이날 본지와 대화에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사장을 믿고 먹지 누가 식재료 판매자를 믿는 사람은 없다"며 "물건을 갖다 팔았을 때는 판매자가 제대로 검증을 하고 팔았어야 했는데 기업은행은 안 하고 팔았다"고 말했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보다 판매를 담당한 기업은행의 잘못이 더욱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는 다양한 금융사를 통해 모집됐었다. 그런데 피해자들의 불만이 기업은행에 집중된 이유는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음에도 타 금융사 대비 낮은 배상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2017~2019년 모집한 디스커버리 펀드는 △디스커버리 US핀테크 글로벌채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디스커버리 US핀테크 부동산담보부채권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등으로 총 914억원 규모가 환매 중단됐다. 이들이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를 모집한 규모는 6792억원으로 전체 금융사가 모집한 1조1218억원 중 60.5%를 차지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25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해 40~80% 배상안을 제시했으나 피해자들은 100% 배상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의환 대책위 상황실장. = 장민태 기자


이의환 상황실장은 "똑같은 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은 100%를 보상했는데 국책은행이 40%~80% 보상하겠다고 하니 납득이 안 된다"며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배상비율은 강제성이 없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에 불과한데 기업은행은 절대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모집한 사모펀드가 △단순불완전 판매 △설명서상 운용전략과 자산 불일치 △운용자산 실재성 부재·위험도 상이 등 6가지 항목에 해당할 경우 피해자 무과실로 인정하고 투자금액을 전액 보상하고 있다.

이어 그는 "기업은행은 업무상 배임이라 100%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며 "한국투자증권이 100%로 처리한 것을 보면 기업은행도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합수단, 정관계 연루 의혹 사모펀드 재조사 가능성 

합수단이 디스커버리 펀드와 관련해 재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해당 사태가 발생한 지 약 3년이 지났음에도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9일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특히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는 정관계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남아있다. 우선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는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친동생이다.   

장 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근무했으며, 윤종원 기업은행 행장은 2018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맡았었다. 이 둘은 6개월간 대통령비서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과 디스커버리펀드 사태를 두고 온갖 의혹이 무성한 상태다. 아울러 경찰이 지난해 압수수색과정 중 확보한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 명단에 장 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함된 사실이 올해 2월에야 밝혀졌다. 

이들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를 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위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입장문을 통해 "펀드 가입과 관련해 공직자 윤리법 등 법률 위반 사항이 없다"고 전했으며 김 전 실장도 "공직자 재산 등록 시 투자 내역을 성실하게 신고했고 관련법상 의무를 위배한 바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장 대사가 투자 과정에서 특혜를 봤는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를 사기 혐의로 두 차례 소환조사했으나 그동안 진척이 없었다.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7일 취임식 일성으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 합수단을 재출범 시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서민 다중에게 피해를 주는 범법자들은 지은 죄에 맞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다시 룰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주겠다"고 말해 사모펀드 관련 사건들이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모인 대책위는 합수단의 디스커버리펀드 재수사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의환 상황실장은 "전 정권 터는 건 상관없는데, 정관계 로비라든가 이런 쪽에만 관심을 두고 정작 피해자들의 문제는 외면 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며 "경찰이 이미 1년 이상 수사했는데 합수단이 추가로 더 할만한 게 뭐가 있을까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하성이나 김상조가 뭘했든 관심 사항이 아니다"라며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한국투자증권처럼 100% 보상해달라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합수단이 수사를 맡으면 대책위의 목적인 피해자 보상안은 무시당한 채 정관계 의혹만 주목받을 것이라는 게 이의환 상황실장의 주장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희 피해자는 누가 하든 간에 빨리빨리 제대로만 해결돼서 돈만 된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라며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니까 그 누가 됐든 잡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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