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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 몰리는 환테크족…전문가들 투자주의 '경고'

엔화 예금 잔액 전월比 1191억원↑ "日 통화정책 예상 불가"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5.06 15:53:04
[프라임경제] 외국환 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연일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에서 엔화로 이동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일본중앙은행(BOJ) 통화정책은 변화할 가능성이 낮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기준 엔화는 100엔당 968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일 1026원대비 57원 떨어진 가격이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지난달 28일 130.27엔을 기록해 지난 2002년 4월 이후 20년만에 달러당 130엔을 돌파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2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가운데 오히려 시중은행에선 엔화 예금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엔화 예금 잔액 전월比 1191억원↑…'환테크족 머니무브' 

5대(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이 6007억엔(약 5조8221억원)으로 집계돼 전월동일 5884억앤(약 5조7011억원) 대비 123억엔 증가했다. 한 달만에 예금 잔액이 한화로 약 1191억원 늘어난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약 20년 만에 130엔을 넘어섰다. ⓒ 연합뉴스


이 같은 엔화예금 잔액 증가는 이전부터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2월 6조8129억원에서 4297억원이 늘며 3월 7조2415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선 환테크족들이 이미 높아진 달러를 처분하고 가격이 떨어진 엔화에 투자해 가치 반등을 노리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코로나19가 펜데믹을 넘어 엔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들면서 여행·사업 등의 목적을 가진 엔화 실수요도 증가한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격이 최고점이라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던 달러를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가격이 하락 중인 엔화는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제공한 외화예금 자료를 살펴보면 달러화 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30일 888억달러(약 112조2520억원)를 기록했지만, 올해 3월 785억달러(약 99조2318억원)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임동민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외환투자는 다양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며 "달러나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이익 외에도 가지고 있으면 여행이라던지 쓸 일이 무조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화 약세에 대해 단기적인 현상이냐 아니면 (일본의) 구조적인 현상이냐 논란이 있지만, 시장에선 지금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찬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엔화 투자 주의점 '예측 불가' 통화정책

현재 엔화 약세 이유는 세계 주요국가들과 정반대인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때문이라는 게 금융업권 중론이다. 

앞서 지난 4월28일 일본 중앙은행(BOJ)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0.1%로 동결하기로 하고 10년물 국채를 0.25% 금리로 무제한 매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금리를 낮추고 돈을 무제한 찍어내 수출을 증가시키고 소득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강제 경기 부흥책을 사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은 장기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극복하고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한 통화완화정책을 꾸준히 고수해왔다. 미국과 한국 등 대부분 국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누르기 위해 긴축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일본이 타 국가와 상황이 다른 이유는 지난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경제가 생산성 저하·임금 상승 억제 등 수많은 경기침체 요인으로 장기 불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본은 금리를 낮추고 돈을 무제한 찍어내 수출을 증가시키고 소득과 소비를 늘리기 위한 강제 경기 부흥책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글로벌 원자재값 상승으로 효과가 약해지고 있단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엔저가 되면 재화의 대외 수출가격이 낮아져 경쟁 상대국가에 비해 경쟁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에 수출에 유리해진다"며 "일본도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에서 재료를 수입해 상품을 만들고 수출하는 게 중요한 국가인데, 최근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재무성이 4월20일 발표한 '2021 회계연도'를 살펴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본 무역수지(수출-수입)는 5조3749억엔(약 51조6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4 회계연도 이후 7년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엔저 현상이 일본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이 오는 6월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둬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일본의 통화정책을 예상하고 엔화에 투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충고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일본 중앙은행은 미 연준처럼 통화정책을 변경하고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며 "일본은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상업은행들도 국채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어 금융위기로 파급될 가능성이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엔화를 투자 대상으로 선택하는 것은 장려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본의 국가부채를 생각해보면 기준금리 인상이 힘들기 때문에 엔화 가치는 당분간 높아지기가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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