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경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소상공인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 등 금융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4대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오히려 지난해대비 큰 폭 줄어들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각 은행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3366% 증가한 728억원을 기록했으며, 22.2% 증가한 928억원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동기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72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1분기 663억원대비 70.5% 감소한 195억원을 적립해 대내외 리스크 대비에 안일한 대처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것.
은행법 제27조 1항은 차주의 채무상환능력과 금융거래내용 등을 감안해 보유자산 등의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5단계로 분류하고 적정한 수준의 대손충당금 등을 적립·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고정이하여신) 단계에 머문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되면 부실로 판단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향후 부실에서 벗어나면 해당 금액을 환입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출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대손충당금 적립을 많이 했었다"며 "지난해 부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 놨던 대손충당금이 일부 환입되면서, 올해 1분기에는 적립 금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입은 코로나19 대출 관련인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 법인기업에 대한 이슈들이 해소되면서 환입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KB국민은행은 코로나19 관련 대출의 부실채권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놨지만, 올해 1분기는 일부 법인 대출의 신용이 개선되면서 대손충당금이 적립액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인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 부실 규모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인데 대손충당금마저 줄였다는 점은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문제는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는 이자 상환을 유예한 금융지원 조치라 자산건전성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 아울러 해당 조치는 지난 2020년 9월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4차례 연장되면서 그 규모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지난 1월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적용받은 대출 규모가 133조4000억원(70만4000건)이라고 밝혔으며, 지난해부터 꾸준히 은행들에게 대손충당금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3일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6개월 연장을 결정하고 "그간 누적된 잠재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양한 위기상황을 가정한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금융권 손실 흡수능력을 강화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는 연이은 대출 연장에 따라 해당 조치를 적용받은 규모가 증가하면서, 부실 규모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이를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꾸준히 늘려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 전문가들의 중론에 해당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한 배경으로 "코로나19 관련 이슈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약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손충당금이 충분한지는 해당 조치가 종료되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건데 은행별로 경영 전략상 판단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우리도 재작년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았었는데 부실여신으로 분류됐던 것들이 지난해 정상으로 들어오면서 환입했던 적이 있다"며 "올해는 당국에서도 코로나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쌓아달라는 요구도 있어 다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환입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음분기에 대손충당금이 좀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당국이 리스크를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좀 더 적립하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국제회계 기준만 맞추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준은 모든 은행들이 거의 다 맞췄을건데 거기 안에서 추가적으로 적립해야할지 결정하는 건 회사 경영에 따라 다를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