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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빨라진 예·적금 금리 인상 '예대금리차 영향 미쳤나'

5대 시중은행 기준금리 인상 반영 완료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2.04.21 18:00:59

5대 시중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은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자 수신 금리를 최대 0.30~0.40%p 상향 조정했다. ⓒ 각 사


[프라임경제] 은행권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되자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이들은 앞선 기준금리 인상 때마다 대출금리를 먼저 반영해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선 윤 당선인의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갑론을박이 나온다.

5대 시중은행(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은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자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국민·하나·신한은행은 18일부터 예금 및 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35~0.40%p 올렸으며, 우리·농협은행은 19일 상품 금리 상단에 각각 0.30p, 0.40%p 씩 인상 적용했다. 

이번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상은 과거 기준금리 변동 시기에 비해 빠르게 적용됐다. 일례로 한국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거둬들이고자 첫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던 지난 8월 5대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상품 금리를 올리는데 총 6영업일이 걸렸던 반면, 이번 금리 인상은 2~3영업일 만에 완료됐다. 

과거보다 빨라진 수신금리 인상에 시장에서는 은행들이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 예대금리 차가 너무 벌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윤 당선인 공약 중에서 가산금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들도 있었다"며 "이런 게 다 어떻게 보면 은행 예대마진을 압박하는 요소인데, 이런 기조에 맞춰서 은행들이 현재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간 금리차) 공시 제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은행산업 관련 공약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당국은 은행별 예대금리차를 주기적으로 공개해 은행 간 경쟁을 일으키고, 금융 소비자 편익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해당 제도를 추진 중이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는 금리상승기를 맞은 은행들이 예금 금리에 비해 대출 금리를 많이 올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예금과 대출의 금리격차가 2%대를 넘어가며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왔다. 예금 금리는 소폭 상승하는 데 비해 대출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은행 대출금리 운영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은보 금감원장은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도 "예대금리차가 합리성을 넘어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 필요한 시정 조치를 하겠다"며 "대출금리는 더 많이 올리고 예금금리를 덜 올려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우 결국 소비자들에게 추가적 부담을 발생시킨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폭리'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져나가자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던 19일 "시중 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그는 "금융기관이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행정을 은행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금리 산정의 적절성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예대금리차는 올해 들어서 점점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2월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86%p로 9개월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으며,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7%p로 2년 8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는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인사청문회에서도 언급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은행 예대금리차 공시'에 대한 입장을 한은 총재 후보자에게 물었고,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찬성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처럼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가 가시화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사뭇 달라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5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금리) 상품 금리를 0.45%p, 변동금리 상품은 0.15%p 인하했으며, 신한은행은 8일 주담대·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0.25%p, NH농협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0.3%p 낮췄다.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금리를 낮춘 데 이어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을 기존보다 빠르게 예·적금 금리에 적용하면서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의식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은 수신보다 여신에 금리 영향이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새 정부에서 금융 공약으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내세우고, 벌어진 금리 격차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학계와 업계는 은행의 움직임이 달라진 근본적인 원인은 향후 기준금리가 꾸준히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대금리차 공시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 금리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게 가장 크다"며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서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금융 긴축이 시작되고 있기에, 은행들은 수신하는 자금을 늘리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본적으로 워낙 물가 상승률이 높다 보니 자금이 시장에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수신금리를 먼저 올리는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가 새 정부 눈치를 본다면 아예 수신 금리를 대폭 올려서 예대금리차를 줄였을 것"이라며 "작년에는 단순히 기준금리가 갑자기 올라 대처가 늦었지만, 이번엔 어느 정도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빠르게 수신금리에 반영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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