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권은 연 초부터 조기긴축, 물가상승 등에 대한 우려로 '리스크 오프(위험회피)'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자금은 위험 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을 보이고 있죠.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산 변동성을 줄이는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제상식으로 금은 달러가치 상승 시기에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상승을 예고하는 와중에도 금 가격이 치솟아, 이를 뒤집는 일도 발생하고 있죠.
◆금 거래량 두 달 전 대비 181%↑ '인플레이션 대비책'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15일 기준 금 99.99K 현물은 1g당 7만2270원을 기록해 1년전 6만5050원대비 11%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순금 한돈(24k, 3.75g) 가격이 31만2500원으로 지난 2008년 3월 이후 역대 4번째로 높은 가격을 기록하고 있죠.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금 99.99K은 지난 15일 기준 1g당 7만2270원을 기록했다. ⓒ 한국거래소
이러한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국거래소 '금 99.99K' 일일거래량은 지난 15일 기준 228kg으로 지난해 12월(81kg)대비 181% 늘어난 상황입니다.
정혜진 한국거래소 금시장팀 팀장은 금리 상승기에 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이유로 "시장 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인플레이션 지속 등의 분석들이 나오며,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 심리가 상당히 강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대비 1.0%, 지난해동월대비 9.7% 상승했다고 밝혔죠. 전월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에 속하며,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도 금 가격상승 이유로 지목되고 있죠.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금시장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KRX금시장은 정부의 금 거래 양성화 계획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 운영 중인 금 현물시장입니다. 장내 거래 시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10%) 등이 면제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 할 수 있죠.
KRX금시장에서 금 거래는 주식처럼 이뤄지며, 투자자는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등 회원 증권사에서 금 계좌를 개설하고 HTS, 모바일, 전화 등을 통해서 금을 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15일 기준 금 1g 종가는 7만2270원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단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KRX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은 한국조폐공사가 인증하는 순도 99.99% 고품질로 모두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되며, 고객이 실물 인출 시 1kg 혹은 100g 단위로 가능합니다. 단 인출 시 부가가치세 10%와 골드바 주문 제조에 따른 별도 수수료 2만원이 부과되죠.
◆금 투자 방법 'KRX금시장·ETF' 거래, 실물 투자까지
금 가격에 연동해서 거래하는 방법으로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있습니다. 금 ETF는 현물이 따로 없고 국제금값을 추종하는 지수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투자자는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 거래와 같이 ETF를 장시간에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습니다.

골드바 같은 금 실물은 한국금거래소, 귀금속거래소 등 민간 유통업체에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 연합뉴스
금 ETF는 상승률·하락률이 두 배로 적용되는 레버리지 상품도 있어 공격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방법이죠. 국내 대표적인 ETF 상품은 KODEX 골드선물(H)과 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합성 H) 등이 있습니다.
다만 이 투자방법은 KRX금시장과 달리 차익에 대해 15.4% 세금이 부과되며 일종의 펀드상품이기에 자산운용사에 지불하는 운용보수가 존재하죠. 이처럼 높은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금 ETF에 투자하는 이유는 대부분이 환 헤지 상품으로 환율이 고정돼, 환율 영향이 없다는 점이 크죠.
마지막 투자방법은 골드바 같은 금 실물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금 실물은 한국금거래소, 귀금속거래소 등 민간 유통업체에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실물 금 구매의 경우 단기투자보다 장기투자에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죠.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골드바 등 실물 금 투자는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지만, 살 때 부가가치세를 10%, 팔 때 약 7.2% 수수료를 내야한다"며 "결국 금 가격이 17% 이상 올라야 수익을 볼 수 있는 구조이기에 장기 보유 목적에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금 투자는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이자와 배당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며 "금에 투자하려면 장기간을 두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 투자의 경우 수익성으로 접근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자산을 저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최근 상황은 물가도 많이 올라왔고 에너지 가격 등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부각되며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져 금 투자가 관심을 받는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채워 넣는 것도 하나의 재테크 전략으로 안성맞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