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가 자신의 왕좌 자리를 빼앗겼다. 이는 GM이 홈그라운드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킨 지 약 90년 만이다. 앞서 GM은 포드를 제친 1931년부터 한 번도 미국 내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주인공은 일본 자동차 회사 토요타다. 토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 1위를 석권, 미국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10.4% 증가한 233만2000대를 판매한 토요타는 12.9% 감소한 221만8000대를 판매한 GM을 제치고 처음으로 최다 판매 브랜드로 올라섰다.
특히 GM은 지난해 4분기에만 43% 판매 급감을 겪는 등 공급선 문제로 직격탄을 맞았고, 지난해 GM의 전체 판매실적은 2010년(220만2000대) 이후 최저수준이다.
GM이 1위 자리를 토요타에게 뺏긴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촉발된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한 탓이다. 반대로 말하면 토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GM 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한 대응을 잘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는 지난 2011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주요 부품 생산 중단을 겪은 경험을 교훈 삼아, 차량용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재고를 4개월 이상 규모로 넉넉히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리노이주 앨곤퀸에 있는 토요타의 판매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더욱이 토요타의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2019년 기록한 238만대와 차이가 크지 않아 3년 전 수준을 회복하며 판매 1위에 오른 것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미국 브랜드의 지배력은 끝났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한 2022년 미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1500만~1600만대 사이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토요타가 올해도 미국의 안방 패권을 계속 손에 쥘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데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의 본토임에도 불구하고 1위 자리를 다른 국가의 자동차 브랜드에게 빼앗기면서 생긴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GM 및 포드 등의 미국 브랜드들의 견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또 토요타 역시 여전히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전기차에 대해서는 미국 브랜드들 보다 비교적 소극적이라는 점이 향후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시장 선점전이 가장 가열된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는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전략, 이와 연계한 다양한 전기차 정책들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기관의 공용 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자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했다는 강점에 기대어 소극적인 투자로 전기차 전환에 느긋하게 대응했다고 평가받는다. 우려가 계속되자 토요타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뒤늦게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며, 오는 2030년까지 총 34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토요타는 이번 미국 시장 1위 석권과 관련해 어떤 종류의 광고에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토요타 미국 판매 책임자인 잭 홀리스 수석부사장은 "1위 유지는 우리 목표도, 우선순위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