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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은행결산②] 영업점 줄이기 나선 은행…'디지털 전환' 가속

한국씨티 매각 불발 원인 된 "과도한 인건비"가 업계 분위기 방증

장민태 기자 | jmt@newsprime.co.kr | 2021.12.24 11:25:39
[프라임경제] 은행권 구조조정 칼바람이 매섭다. 모기업인 시티크룹의 결정에 따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 철수가 결정된 한국씨티은행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며,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시중은행조차 희망퇴직의 규모를 늘리며, 인력감축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배경을 두고 최근 급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오프라인 영업채널의 핵심인 인력과 영업점(지점·출장소) 축소를 서두르는 반면 온라인·비대면 영업채널은 강화하고 있다. 은행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 바람과도 일맥상통한다.

◆한국씨티은행, 전통적 인력구조에 매각 불발…정리 수순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은 지난 10월25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로 한국씨티은행이 출범한 지 17년 만의 일이다.

한국씨티은행은 결국 인수기업을 찾지 못해 지난 10월25일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 연합뉴스


씨티은행은 지난 4월15일 소비자금융 철수를 공식 발표한 뒤 통매각을 추진해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복수의 금융사들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자산현황에 관한 실사까지 진행하는 등 매각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의향서를 제출했던 금융사들은 소비자금융 전체 직원의 고용승계에 부담을 느끼며, 난항이 시작됐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지난 6월 "일부 잠재적 매수자들이 당행의 인력구조, 과도한 인건비 부담에 우려를 표했다"며 "이러한 매각 제약 사항들은 당행과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금융업계 역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이 M&A 시장에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이유가 인력구조 때문이라 평가한다. 

씨티은행 직원 평균 연령은 47세로 높은 편이며, 평균연봉은 1억1200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KB국민 1억400만원, 신한 9600만원, 우리 9500만원, 하나 9200만원) 대비 10% 이상 높다. 이 같은 인력구조는 과다한 인건비로 이어져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고용승계 조항만 없었어도 매각이 차질 없이 진행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일각에선 씨티은행 매각에 걸림돌이 된 기형적 인력구조가 씨티은행의 운영 효율화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직원들 역시 이에 동감하고 있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운영비용 감축을 위해 200개 이상의 점포를 39개로 통폐합했다"며 "그 후폭풍으로 지난 10년간 신입공채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씨티은행은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0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희망퇴직 시 최대 7억원 한도에서 정년까지 남은 월급 100%를 보상하고 창업 및 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제공하는 조건이다.

◆플랫폼 강자로 부상한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 몸집 줄이기로 체질개선

인력감축은 씨티은행만의 선택이 아니다. 올해 호실적을 달성한 시중은행 역시 점포와 인력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9월15일 발표한 '상반기 국내은행 점포 운영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2015년 7281곳에서 올해 6월말 1000곳 가까이 줄어든 6326곳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점포는 4314개에서 3492개로 급감했다.

올해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규모는 5000명에 달한다. ⓒ 연합뉴스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 은행도 늘었다. 국민은행은 올해 1월30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800명을 퇴직 처리했고, 신한은행에선 올해 1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50명을 감축했다. 지난해 말 574명이 희망퇴직한 하나은행에서도 올해 상반기 22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에서는 올해 1월 말 희망퇴직을 통해 468명이 퇴직했고, 지난달 2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에선 452명이 퇴직을 신청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10월부터 올해 하반기 명예퇴직(특별퇴직) 신청을 받았고 496명이 퇴직했다. 

여기에 씨티은행 퇴직자를 더하면 올해 확인된 시중은행 희망퇴직자 규모는 5000명에 달한다. 앞으로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이 실시 혹은 예정돼 있어 당분간 은행권 칼바람은 매우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1980년생(만 40세)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키며 공격적 인력감축에 나서고 있다.

은행의 구조조정 가속화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 심화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비대면 거래 채널로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주요 업무가 디지털 전환되면 기존 인력 효율은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운영비가 큰 점포를 유지할 이유도 줄어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점포 수가 제로(0)인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전국에 고루 퍼진 영업점과 기존 인력구조로 고정비용이 크다"며 "이 같은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영업구조 효율화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성장세가 가파르다고는 하지만 이익 규모에선 5대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플랫폼 경쟁력 측면에서는 이미 시중은행을 압도한다. 전통적 은행 업무가 디지털화 될수록 이들의 강점은 커진다.

테이터 분석기업 에이지아이웍스의 '금융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8월 은행 앱 애플리케이션 중 토스는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412만1782명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카카오뱅크가 1342만6014명으로 2위를 기록한 데 반해 5대 시중은행 중 1위인 신한은행은 899만2639명에 불과했다. 

시중은행의 몸집 줄이기를 통한 체질개선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은행 기대처럼 큰 폭의 혁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0월25일 은행 점포폐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연말연시에 약 100개 점포를 추가로 폐쇄시킬 예정"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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