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 팬데믹과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은 올해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위기에 빠뜨린 걸림돌들이다. 이 같은 걸림돌들 때문에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입었고, 체력 역시 바닥났다. 그렇게 2021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브랜드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위협받으며 어수선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성적표도 완성되고 있다. 2021년은 유독 그 어느 때보다 브랜드들이 각자도생하기 바빴던 한 해였다. 수출 관점에서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한 해 동안 꾸준히 불경기였고,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그라운드인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빈익빈부익부였다. 누구는 웃고 누군가는 울었다.
이에 내수시장을 둘러싼 열악한 상황들 탓에 크고 작은 논란에 고충을 겪기도 한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 이에 올 한 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행보를 정리해봤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131만53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47만7843대)에 비해 11.3% 감소했다. 이는 내수시장이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루였음에도 불구하고 암울하고 어려운 환경들이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반증한다.
가장 크게 작용한 부정적 요소는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다. 전 세계를 강타한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 초 본격화된 이후 1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당연히 생산 차질을 빚었고, 이는 결국 출고적체 현상 심화로 이어지면서 수요가 늘어도 막상 판매할 수 있는 물건이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출고 적체가 심화되면서 판매 감소가 불가피했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오히려 본격적으로 열렸다. 자동차산업의 핵심 과제인 탄소중립에 따라 자동차시장의 관심사가 '친환경'을 품은 전기차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친환경'이 됐고,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단행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중심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바탕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를 차례로 출시했다. 더불어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 기반의 파생 전기차들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대형 SUV 콘셉트카 '세븐(SEVEN)'을 지난달 처음 공개했고, 이에 발맞춰 기아도 전용 전동화 SUV의 방향성을 담은 첫 대형 전동화 SUV 콘셉트카 '더 기아 콘셉트 EV9(The Kia Concept EV9)'를 공개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더십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쌍용차가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을 수출하며, 글로벌시장 공략 강화에 나섰다. ⓒ 쌍용자동차
현대차그룹이 내수시장을 포함한 글로벌시장을 타깃으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는 전기차 전환 대응이 다소 많이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이들이 체질 개선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입지가 축소되자, 이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현재 르노삼성은 르노 조에를 수입해 판매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SM3 Z.E 단종과 함께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전기차는 사실상 사라졌다. 르노 트위지가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르노삼성 자체 생산이 아닌 협력사(동신모텍) 위탁생산이다.
한국GM은 당초 쉐보레 볼트 EV 신형 모델과 SUV 버전인 볼트 EUV를 수입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배터리 리콜 이슈 탓에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조차 못했다.
문제는 각각 모기업인 르노 그룹과 GM으로부터 전기차 생산물량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본사 글로벌전략이 바뀔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하는 외국자본이 대주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사업장이 매력적인 전기차 생산기지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들에게 한국사업장은 노동생산성 저하와 강성 노조에 따른 파업리스크, 경직된 노동시장 등 부정적인 조건들로 가득 차있다.
특히 한국GM의 경우 향후 한국사업장에서 전기차 생산할 일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GM은 국내 공장에서 전기차가 생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진은 지난달 경기 시흥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는 모습. 요소수는 경유 차량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바꿔주는 성분으로, 최근 중국이 자국 수요 부족 등을 이유로 한 수출 제한으로 인해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 연합뉴스
지난달 진행된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스티브 키퍼(Steve Kiefer)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오는 2025년까지 한국시장에 새로운 전기차 1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히면서 "10종 모두 해외에서 수입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주인을 찾는데 정신없는 쌍용차는 지난 6월부터 첫 전기차 모델 코란도 이모션을 생산하고 있지만 현재는 유럽 수출 물량만 대응하고 있다. 쌍용차는 내년 초 국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지만, 경쟁 모델들에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에 눈을 돌리면서 디젤차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환경오염 이슈로 디젤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황에서, 최근 요소수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디젤차 수요는 더욱 쪼그라들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조사기관인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1~10월) 국내시장에 판매된 디젤차는 36만8593대로 전년 동기(49만7314대) 대비 25.9%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5만2326대로 32.8% 늘었고, 전기차는 7만9883대로 101.7% 급증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 '클린 디젤'이라는 구호 아래 디젤차 판매가 대폭 증가했지만, 배출가스 규제로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데다 요소수라는 번거로움까지 더해지면서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젤차 종말은 정해진 수순이자, 퇴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