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의 이웃나라 일본을 지칭하는 수식어들은 많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의 무역적자국 1위 그리고 숙명의 라이벌까지. 그만큼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한때 한국은 그저 일본 제품의 하청이나 핵심 부품을 조립 생산하던 국가에 불과했지만,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Plaza Accord) 이후 일본이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는 사이, 한국은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던 일본의 주요 경제지표를 따라잡거나 혹은 이미 추월했다.
이에 '한일 역전론'을 넘어 확실하게 일본을 따돌리기 위한 우리 경제계의 노력과 미래 청사진을 살펴보려 한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일본이 세계를 휩쓸던 산업 분야의 리드를 가져왔고, 일본이 아직까지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 일부 소재 및 부품 분야마저도 머지않아 한국의 완승을 전망하는 시각이 상당하다. 이는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일본과 달리 최근의 산업 급변기에서 꽤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 덕분이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협력 혹은 독자 노선
그 중에서도 유럽을 비롯해 △미국 △중국 시장 등에서 친환경차, 그 중에서도 전기차의 생산·판매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일본은 하이브리드 기술을 선점했다는 강점에 기대어 소극적인 투자로 전기차 전환에 느긋하게 대응했다고 평가받는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인 GV60. ⓒ 제네시스 브랜드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전기차 시대에 당황한 일본 브랜드들과 달리 한국의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하고,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등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시장 선점전이 가장 가열된 곳으로는 미국이 꼽힌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급증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맞닿아 있다.
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전략, 이와 연계한 전기차 정책 등과도 맞물려 있다. 과감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 바이든 정부는 앞서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올해 4월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환경차 산업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향후 전기차나 배터리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유도하거나 강제하는 강력한 정책들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기관의 공용 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이 같은 기조의 연장선상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 환경보호청(EPA)도 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미국 앨라배마 주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전경. ⓒ 현대자동차
이에 최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앞 다퉈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현지 생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지 시장 상황과 미국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검토해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등 단계적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에 소극적이라고 평가 받던 토요타자동차마저 미국에서 배터리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생산 설비 확충 등을 포함해 2025년까지 5년 간 미국에 74억달러(한화 8조1417억원)를 투자한다. 미국 투자액을 연간으로 따지면 현대차그룹이 집행하고 있는 연간 총투자 규모 20조원에서 1.6조원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대응하고,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내년 중 첫 생산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내재화 전략 일환으로 배터리 협력도 강화 중이다. 2027년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올해 초 연구개발본부 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진도 대폭 강화했다.

SES 하이브리드 리튬메탈 배터리. ⓒ SES
국내 배터리 3사는 물론, 올해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인 솔리드 에너지 시스템(Solid Energy Systems, SES)과 1억달러(약 1140억원) 규모의 기술 연구 개발 협약(JDA) 및 지분 투자 계약을 맺었다.
또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인 팩토리얼 에너지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을 추진 중이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은 SES 경쟁사인 미국 솔리드파워에도 2018년 42억원을 투자해 4.26%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토요타자동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34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요타자동차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은 처음으로, 현대차그룹과 달리 배터리 업체와 손잡지 않고 자체 배터리 개발·생산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앞서 토요타자동차는 2030년까지 약 130억달러(약 15조원)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투자는 그 계획의 일환이다.
우선, 토요타자동차가 12억9000만달러(약 1조5318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첫 번째 배터리 공장은 2025년 첫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초반에는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생산에 주력한 후 전기차 배터리 생산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자동차 최초의 양산 전기차 bZ4X. ⓒ 토요타자동차 홈페이지
무엇보다 전고체 배터리 자체 개발을 추진해온 토요타자동차의 경우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를 선보이면서, 그동안 짧은 배터리 수명이 한계로 지적됐기는 했지만 관련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치명적 약점인 화재 위험을 줄이면서도 무게·부피를 줄여서다"라며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만큼, 현재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가 붙자, 전기차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등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 '현대차 vs 토요타' 양분화 고착
이와 함께 현재 글로벌 수소차 시장은 현대차와 토요타로 양분돼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수소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현대차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그 뒤를 토요타가 쫓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1만1200대 중 현대차 넥쏘 모델이 52%, 토요타 미라이가 39%를 차지하며 수소차 성장세를 이끌었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글로벌 수소차 시장의 선두 주자였던 현대차가 올해 들어서도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토요타와의 양자 대결 구도가 고착화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둘의 수소 양강 구도는 승용을 넘어 상용에서도 맞붙을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버스 및 트럭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안정적으로 확대, 더욱 속도를 내 수소 대중화 시대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여기에 토요타가 수소 트럭 양산 계획을 발표, 수소 상용차 시장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현대차는 2020년 7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 그렇게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 및 유럽 지역 수출 △유럽 지역 수출 수소전기 대형 트럭 누적 주행거리 100만㎞ 돌파 등을 기록하며, 수소상용차 부문에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7월에는 북미 지역에도 수소전기 대형 트럭 수주에 성공하며, 글로벌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증명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3년 2분기부터 총 30대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수소가 미래 자동차업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판단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030년까지 수소 관련 분야에 11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Hydrogen+Humanity)'를 공개하고 △국내 △유럽 △미국 △중국 4대 거점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만을 공략 중인 토요타자동차는 올해 8월 자신들이 추진해 온 수소 상용차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2023년까지 미국 켄터키 공장에 수소연료전지 모듈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2024년 첫 수소 대형 트럭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용차 브랜드 히노와 함께 수소연료전기 트럭 및 자율주행 트럭 등 차세대 상용차 개발을 하고 있는 토요타자동차는 선봉장으로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화물용 대형 트럭 XL시리즈에 새롭게 개발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현지에서 운행되고 있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 현대자동차
한편, 자동차업계에서는 승용보다 상용에서 친환경이 더 빛을 발휘한다고 보고 있다. 상용의 경우 승용과 달리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승용 대비 주행거리도 길고, 일정한 운행패턴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렇다 보니 승용보다 상용에서 대기오염 물질 배출 감소 효과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는 등 친환경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 트럭보다 수소 트럭에 관심을 더 쏟는 이유는 충전 시간이 길고 배터리팩의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전기 트럭과 달리, 수소 트럭은 10분이면 충전할 수 있으며 수소탱크 무게도 상대적으로 가벼워 효율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