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취임 100일을 넘긴 박형준 부산시장의 한 숨이 깊다. 그의 곁에서 지난 부산시장보선 이전부터 보좌해왔던 측근들이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설립한 (주)부산벤처스 내 주요직에 이름이 오른 사실이 시정 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지난달 22일 부산시의회 제298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노기섭 의원과 박형준 시장 사이에는 냉랭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노 의원은 박 시장을 향해 요즈마그룹코리아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입주한 배경과 박시장 취임 직후 부산시와 체결한 업무협약(MOU)이 주요 쟁점이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시의회 제296회 임시회에 출석한 모습. ⓒ 부산시의회
그런데 정작 언론의 조명을 받은 건 이날 제기된 박 시장 측근들의 취업 의혹이었다. 노 의원은 "벤처금융과 연관성이 없는 시장 측근들이 자리에 앉아있다"고 질타하자, 이에 박 시장은 "그런 일이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부산벤처스는 청년창업과 스타트업 지원하기 위한 민간 기업 주도의 투자캐피탈 법인이다. 박 시장이 후보 시절 내세운 핵심 공약이 던 ‘1조2000억원 규모의 창업 펀드조성’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에 1차 펀드투자액 100억원을 목표로 출범했고, 지역 내 유력 기업체 한창, 더존, BNK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현재 초기 목표액 달성에 거의 근접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실 주변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정 질의를 마치고 온 박 시장은 평소 차분하던 성품과는 달리 불같이 대노했다고 한다. 논란이 된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왜 그곳에 있느냐? 오늘 당장 그만 둬라"며 크게 꾸짖은 것으로 알려진다.
노 의원 역시 "(박 시장이) 몰랐던 게 사실인 듯하다"면서 "오늘(6일) 오전에 정무특보가 제 방에 왔는데 ‘(박 시장이)바로 그날로 부산벤처스를 그만 두도록 했다’는 말을 하고 갔다"고 전했다.
선거 승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 준 측근들을 챙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부산시가 작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공을 세운 캠프관계자들의 자질과 능력에 맞는 자리가 없지는 않을 터.
그러나 투자캐피탈 운영사는 전문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강조돼야 하는 분야다. 진입 장벽이 높아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전공자의 진출이 쉽지 않다. 또한 업무 특성상 불필요한 오해로 인해 구설수에 오를 수 있어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시장이 우려한 지점으로 보인다.
한편 취재 결과 해당 측근들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부산벤처스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8월6일자 법인 등기부등본상에는 A씨가 여전히 등기이사로 돼 있었고, 또 다른 B씨 책상에는 개인 물품들이 그대로 있다는 게 이곳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