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LG화학(051910)이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등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한다. 친환경이 기업 경영에 있어 필수화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존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포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신 부회장이 꼽은 미래 3대 신성장 동력은 △배터리 소재 중심의 이모빌리티(e-Mobility) △친환경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비즈니스 △글로벌 혁신 신약 등이다.
전 세계 트렌드인 ESG에 부합하면서 동시에 기존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ESG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은 필수적이다"라며, "관련 기술과 고객을 보유한 외부 기업들과 협력하기 위해 현재 검토하고 있는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전략적 투자 등만 30건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릴 창사 이래 가장 혁신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올 하반기부터 가시적인 성과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사업전략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 LG화학 간담회 캡쳐
◆투자액 60%는 '배터리'에
LG화학은 오는 2025년까지 3대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이중 절반 이상인 6조원 정도를 배터리 소재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배터리 소재 시장이 2021년 39조원에서 오는 2026년 1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성능 향상과 원가 절감을 위한 선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연구개발(R&D)에는 약 9000억원을 쏟는다.
LG화학의 목표는 세계 1위 종합 배터리 소재 회사. 이를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탄소나노튜브(CNT) 등까지 폭넓게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양극재 사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을 과제로 삼았다. 연산 6만톤 규모의 구미공장을 올해 12월에 착공해 양극재 생산 능력을 오는 2026년까지 26만톤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LG화학의 양극재 생산 규모는 4만톤 수준이다.
LG화학은 양극재 재료인 메탈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광산 업체와 합작법인(JV)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분리막 사업 역시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M&A와 JV 등을 검토 중이다.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CNT 생산규모(올해 1700톤)도 2025년까지 3배 이상 확대한다. LG화학은 지난 4월 리튬이온배터리의 양극 도전재 시장 공략을 위해 1200톤 규모의 CNT 2공장을 증설 완료했으며, 연내 3공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앞으로도 광산, 제·정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다양한 협력을 적극 추진해 메탈 소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라며 "기술력과 보유 고객 등 시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생산거점도 조기에 구축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용 양극재의 수요 급증으로 올해 배터리 소재 사업 매출은 작년 대비 약 70%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에서는 제 3세대 전기차에 적용할 생산 케파를 늘리고 글로벌 고객 대상으로는 미국과 유럽에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 현지화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Bio-balanced SAP(흰색)과 양극재(검은색)을 들고 3대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 및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LG화학
◆배터리 잇는 '신재생 에너지'…폐플라스틱 다시보기
LG화학은 3조원을 신재생에너지·바이오(Bio) 소재와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입해 석유·화학사업 본부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태양광 패널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와 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EVA)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소재 시장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며 관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전기차 다음으로 메가 트렌드로 진입할 것이 분명하고, 관련 소재 역시 성장할 가능성이 다분해 관련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 생산과 공급에도 속도를 낸다.
우선 이달부터 식물성 원료로 만든 바이오 기반(Bio-balanced) 고흡수성수지(SAP) 제품에 대한 생산에 돌입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공급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의 경우 빠른 시장 진입과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올해 생산설비 착공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국·내외 원료 업체와 JV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바이오 납사와 옥수수 같은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지는 폴리락틱애시드(PLA) 등의 친환경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지난해 12조원에서 오는 2025년 31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LG화학은 폐플라스틱의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기계·화학적 재활용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선다.
기계적 재활용은 기존 폴리카보네이트(P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틸렌(ABS)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폴리올레핀(PO), 폴리염화비닐(PVC)까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2025년 관련 제품의 매출을 연평균 40% 이상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전망됨에 따라 잠재력 있는 원천 기술을 발굴해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올해 하반기부터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100% 선순환시키는 에코 플랫폼을 구축하고, PCR ABS 등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화장품 용기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LG화학 연구원들이 신약 연구를 하는 모습. ⓒ LG화학
◆통풍·비만 혁신 신약으로 미국·유럽 겨냥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30년까지 혁신 신약을 2개 이상 보유한 글로벌 신약 회사로 도약해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이다.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한 신약 파이프라인도 올해 11개에서 2025년 17개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M&A나 JV 설립 등을 포함한 다양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
신 부회장은 "통풍 치료제를 가장 앞선 신약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 임상 2상 결과 유효성 및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것을 확인했다"며 "미국 보스턴 연구법인에서 내년 초 임상 3상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2027년 이후 미국 등 시장에서 판매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 비만 치료제와 비알콜성 지방 치료제 등은 미국 임상 1단계다"라며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을 갖춘 전방위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이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고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빠르면 연내 상장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상장이 되더라도 LG화학이 지분 70~80% 이상을 보유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