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불안한 노사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계에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최근 한국GM에 이어 현대자동차(005380) 노조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다. 또 상반기에만 이미 여러 차례 파업을 이끈 르노삼성 노조는 잠시 잃었던 교섭대표노조에 다시 확정되자마자 회사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먼저,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절반이 훌쩍 넘는 73.8%가 찬성했다. 투표 불참자를 제외하면 파업 찬성률은 83.2%에 달한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향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해 파업 돌입 여부와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놓고 13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합의하지 못한 만큼,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노조가 올해 파업을 실행할 경우 이는 3년 만이다.
현대차는 노조에게 △기본급 5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최장 만 64세) △전기차 생산에 따른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했다.
한국GM은 현대차보다 앞선 지난 1~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6.5%의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시켰다.
현재 한국GM 노조는 인천 부평공장과 경남 창원공장의 미래발전 계획을 확약해 구조조정과 공장폐쇄 우려를 해소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여기에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과 성과급·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실 현대차와 한국GM의 올해 임단협에 있어 가장 주요 쟁점은 정년연장이다. 이들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이 시작되는 만 64세까지 정년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국회에 정년연장 법제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지금 퇴직 후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인데 정년연장 법제화는 노사정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또 정년연장이 이뤄지면 본인들은 안정적인 노후가 보장돼서 좋고, 기업은 고급 노동력을 보유해 고부가가치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나 정작 업계에서는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고령화 사회에 대한 염려가 계속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요구가 억지만은 아니지만,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생산직 인력 수요 축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품수가 3만개에 달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는 2만개에도 못 미치는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잉여 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또 그동안 노조가 스스로 '공공의 적'임을 수없이 자처해왔던 탓에, 이번 정년연장 요구 역시 보신주의(保身主義, 자신의 직무는 대충하면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지위 따위를 지키는 일에만 급급한 태도)에 가깝다는 부정적 여론도 상당하다.
르노삼성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생존하고자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 중이지만, 노조가 무리한 파업을 펼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 노조는 노노갈등도 상당하다. 교섭 대표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 가시밭길을 걷는 등 노사 공멸 우려를 자아내자, 일부 노조원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차례의 부분파업과 5월 총파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수노조의 재교섭 요구로 교섭대표노조가 쟁의권과 교섭권을 잃기도 했다.
현재 다시 기존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된 가운데, 여전히 회사와 견해차가 크다. 노조가 지난 6일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기존 임단협 요구 사항 외에도 총파업 기간 무노동·무임금 문제와 영업사업소 추가폐쇄 등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회사에 △기본급 정액 7만1687원 인상 △라인수당 조정 △노동 강도 완화 △코로나19 위기극복·XM3 성공 론칭 격려금 500만원 △타결격려금 200만원 △노조 발전기금 12억원 △임금피크제 폐지 △휴가비 20만원 인상 △통근버스 미운영 사업장 유류비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노조는 대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 논의를 위해 오는 12일 임시대의원 총회 개최를 예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2018년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찬반투표에서 무산됐다.
반면, 르노삼성은 △2년간(2020~2021년) 기본급 동결 △타결격려금 200만원 △XM3 유럽 수출 론칭 성공격려금 100만원 △부산공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연차사용 촉진 최대 5일 등으로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