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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거, K배터리 좀 봅시다" 인터배터리 첫날 이모저모

LG·SK·삼성,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참가…핵심 기술·안전성 강조

이수영 기자 | lsy2@newsprime.co.kr | 2021.06.09 16:22:06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2021'를 찾은 관람객들이 SK이노베이션 부스를 방문해 사진을 남기고 있다. =이수영 기자

[프라임경제]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도 K배터리, K배터리 하길래 도대체 그게 뭐라고 이렇게들 소란인가 싶어서 보러 왔습니다."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2021 개막 첫날, 전시회 입구에서 마주친 한 관람객은 전기차 구매를 앞두고 K배터리 기술력과 미래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인터배터리는 지난 2013년 시작돼 올해로 9회차를 맞은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전시회로, 배터리 산업의 흐름과 전망을 파악할 수 있는 자리이자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겐 기회의 장으로 꼽히는 연중 행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지산업협회에서 주관한다.

배터리 업계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주목도 또한 높은 편.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재 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른바 'K배터리' 위상을 높이고 있는 시점이다보니 관심이 더욱 쏠리는 모양새다.

(왼쪽부터)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지동섭 SK이노베이션 사업대표가 9일 전시회장을 돌아보는 동안 수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각에선 '피리부는 사나이'라고 칭했다. =이수영 기자


◆비슷하면서 다른 배터리 3사…'안전'에는 한 목소리

9일 인터배터리 전시회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 A홀을 방문해보니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부스는 단연 국내 대표 배터리 3사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각자 부스를 크게 열고 자사 기술력을 뽐내며 관람객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3사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고 볼 수 있도록 부스를 구성했는데, 이는 배터리를 향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돼 향후 관련 인재 확보와 생태계 확대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3사 부스는 전면에 자사 제품을 탑재한 전기차 모델을 배치하는 등 비슷하면서도 각사만의 색채를 띄고 있었지만 배터리 '안전성'에 대해선 뜻이 같았다. 

최근 몇 년 사이 잇달아 발생한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내장된 배터리가 지목되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능이 뛰어나더라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기술력을 어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안전은 과하면 과할수록 좋은 영역이다. 따라서 배터리 3사가 강조할수록 일반인들에게는 신뢰를 심어주면서 동시에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장 입구에서 정면을 보고 쭉 걸어가니 연초까지만 해도 배터리 소송으로 서로 앙숙이었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부스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의 인터배터리2021 부스 전경. =이수영 기자


먼저 방문한 SK이노베이션 부스는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최근 선보인 전기 픽업트럭 'F-150'이 중앙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앙에 세워논 묵직한 트럭은 부스를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

비록 SK이노베이션 부스는 배터리 3사 중 가장 작은 규모였지만,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벽면 공간을 활용하는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빈틈없이 꾸려놓으면서 관람객에게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쉽게 전달했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안전성(Safer than EVer) △빠른 충전속도(Faster than EVer) △장거리 주행성능(Longer than EVer) 문구는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인터배터리2021 자사 부스에서 배터리 안전성(Safer than EVer)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수영 기자.jpg


사측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2억7000만개 배터리 셀을 납품하는 동안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최대 장점인 배터리 안전성으로 국내·외 완성차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는 "안전성, 급속충전, 장거리 주행 성능 등 혁신 기술을 지속 개발해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인터배터리2021 부스 전경. =이수영 기자


맞은편 LG에너지솔루션 부스는 바닥에 축구장 바닥 같은 인조잔디를 깔아놔 친환경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전기차는 휘발유, 경유 등 기존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충전해 움직이기 때문에 대표적인 미래 친환경 산업군 중 하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해 인조잔디 위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벤츠·포르쉐 등 전기차를 배치하고 있었다.

포르쉐 타이칸 전기차가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오른켠에 전시된 모습. =이수영 기자

여기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소개하는 장소를 별도로 구성하면서 '환경 보호에 일조하는 친환경 기업' 느낌을 극대화하는 듯 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더욱 그랬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고체 전지와 고에너지 밀도의 경량 리튬황 전지를 선보이고, 업계 최초로 알루미늄을 첨가한 4원계 배터리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를 전시했다. 관람하는 내내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전시라고 평가하고 싶다.

9일 삼성SDI 부스가 관람객으로 붐비는 모습. =이수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서 나와 옆집 삼성SDI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스에 들어서니 정면의 '배터리와 함께 하는 삶의 생생한 순간들'이라는 뜻의 영어 문구가 방문을 반기고 있었다.

삼성SDI는 휴대폰, 스마트워치, 무선 이어폰, 전기자전거 등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삶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예로 들었는데, 배터리 기술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확실하게 전달됐다.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존에서는 Gen.5(5세대) 배터리를 공개하며 미래 전략과 기술력을 강조했다. 삼성SDI 설명에 따르면 이 배터리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기술이 적용돼 한 번 충전만으로도 6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해서는 화재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한 적 없던 삼성SDI이기에 성능과 안전성에 자신감이 느껴지는 인상을 받았다.

뒤돌아보니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부스가 모두 보였다. =이수영 기자

한편, 삼성SDI 부스를 나와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국내 배터리 3사 로고가 한 눈에 들어오는 구도라는 걸 깨달았다. 바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열었는데, 기분 탓일까. 작은 휴대전화 액정에 모두 들어오는 배터리 3사를 보고 있자니 마치 하나의 거대한 기업으로 보였다.

국내에선 서로 경쟁하면서도 해외에선 한 배를 타고 있는 3사 모습이 연상됐고 찰나지만 새삼 감회로운 감정을 느낀 시간이었다. 배터리 3사는 중국과 일본 등 글로벌 경쟁사에 맞서며 해외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SDI 부스에서 보이는 LG에너지솔루션 부스. =이수영 기자.jpg


◆"배터리 짝꿍 찾습니다"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들은 자사 기술력을 뽐내며 함께 미래를 그려나갈 협력 파트너를 물색하기도 했다. 업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다보니 이곳에서 협력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도 있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국내외 배터리 업계가 총출동하는 자리인 만큼 기업 입장에선 유망있는 기업과 계약을 기대해보거나 경쟁사 기술력을 부담 없이 엿볼 수 있는 메리트가 존재한다.

이러다보니 인터배터리 전시회는 단순히 K배터리 기술력을 평가하는 장소가 아니라 시장을 함께 헤쳐나갈 동반자를 찾으면서 우리 산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터배터리2021의 한 부스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수영 기자


인터배터리2021 전시회에는 중소기업 참여도 활발하다. =이수영 기자

더욱이 올해는 작년보다 전시회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기업간 협력 사례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전시회는 배터리 및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외 약 300개사에서 500개 부스, 바이어는 3만명 규모로 진행한다.

마침 정부도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간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K배터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향후 배터리 기업간 합종연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는 다음 달 초 중순께 'K배터리 산업발전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제 혜택을 비롯한 정부 지원책과 배터리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포괄적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전시회장을 둘러본 뒤 간담회를 열고 "이차전지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기술·가격 경쟁, 공급망 관리 등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국내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업계 전반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배터리를 포함한 전략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미국과 상호 호혜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통해 우리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 이차전지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지속해서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인터배터리2021은 오는 11일까지 서울 코엑스 A홀에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현장등록 입장료는 1만원이며, 20인 이상 단체 관람객은 인당 5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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