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CJ대한통운(000120)이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택배기사들은 하청업체인 대리점과 배송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직인데, 원청인 택배사에게도 사용자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번 중노위 판정은 CJ대한통운이 직접 단체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택배노조 주장에 힘을 실으면서 동시에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중노위는 2일 택배연대노조가 지난 1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사건에 대해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앞서 택배노조는 지난해 3월 원청인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부당노동행위를 당했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의 초심 판정에서 CJ대한통운이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단체교섭 요구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봤지만, 중노위는 이를 뒤집었다.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사는 다수의 대리점과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택배를 운송한다. 개별 대리점은 택배기사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어 운송 업무를 위탁한다.
이에 따라 원청에 해당하는 택배사는 택배기사들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게 CJ대한통운 측 입장이다.
반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근무 조건을 좌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용자라며 단체교섭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처우는 사실상 원청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등판하라는 의미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에 단체교섭 의제로 제시한 것도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는 서브 터미널의 택배 인수 시간 단축, 주 5일제 적용, 서브 터미널 내 주차 공간 보장 등 기본적인 근무 조건에 관한 사항들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이날 중노위 판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정은 하청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의 실사용자이니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청에 종속된 협력업체 대표와 교섭해봐야 임금인상도 처우개선도 뭐하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며 "기업들은 노동법의 빈틈을 이용하고 하청업체를 통해 현장을 관리 해왔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중노위 판정에 불복하고 교섭에 불응할 경우 사회적 책임을 방관한 것으로 받아들여 투쟁을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그동안 CJ대한통운은 대리점 뒤에서 책임을 회피하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방관하고 사회적 합의도출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이제 CJ대한통운은 교섭장에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영계는 중노위의 이번 판정이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기존 원하청 관계를 무너뜨리는 판정이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향후 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논평에서 "유사한 취지의 교섭 요구 폭증 등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장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