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5고로에서 한 근로자가 뜨거운 쇳물 곁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현대제철(004020)과 포스코(005490) 등 국내 철강사들이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상승을 거듭하자 철강사들은 강판이나 후판 등 철강제품 가격을 따라 올리고 있다.
당분간 철광석 가격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사들의 하반기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국내 철강기업들은 최근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톤(t)당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자동차용 강판 가격이 인상된 것은 지난 2017년 하반기 이후 약 4년 만이다.
철강업체들은 올해 들어 철광석 등 원료 가격 급등을 근거로 자동차용 강판 가격 인상을 완성차 업체에 요구해왔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올해 원료가격이 상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완성차에 가격 인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철광석 가격은 이달 12일 톤당 237.5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28일 기준 190.51달러를 기록 중이다.
철광석 가격이 고공행진한 이유는 코로나19 경기 회복세에 접어들며 제조업체들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높은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과 세계 1위 철광석 생산국인 호주의 긴장 관계가 극에 달하고 있는 점도 철광석 공급에 악영향을 줬다. 중국은 철광석 수입의 60%를 호주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용 강판 생산에 필요한 열연과 냉연 강판 가격도 끝 없이 오르는 중이다. 열연강판 유통 가격은 1월 말 톤당 88만원에서 이달 21일에는 130만원을 돌파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수익성 하락 등을 이유로 자동차용 강판 가격을 올리지 않았지만, 최근 원자재 및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른 점을 고려해 인상안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인상하는 쪽으로 철강사들과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가격 인상에 따라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연간 550만톤 이상의 자동차용 철강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중 약 90% 가량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하고 있다.
앞서 철강사들은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도 인상한 바 있어 향후 실적 개선에 기대를 모은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숨통을 틔웠지만, 완성차 업계는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는 당장 차 판매가격을 인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미 가격을 정해 출시한 차량의 가격을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며 "향후 출시될 신차는 인상된 부품값을 기준으로 가격이 산정되는 만큼 판매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