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석 기장군수.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오규석 기장군수가 단단히 화났다. 내리 3선 군수자리를 지키며, 진행해 온 '회심의 한방'을 한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무단으로 카피했다는 이유에서다. 오 군수는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공약사업 베끼기 아니냐"며 크게 분노하고 있다.
앞서 박성훈 부산시장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지난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경제 대혁명 1차 공약으로 "삼성전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박 예비후보는 보궐선거 잔여임기 1년 동안 삼성그룹 주요계열사 2개사를 유치하겠다며 현재 조성 중인 기장군 지역 SiC 파워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전자와 기장군 좌동리와 문동리의 추가 부지 약 15만평에 삼성전기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해당사업부지에는 이미 대기업유치 프로젝트가 대외비로 진행 중이었다고 기장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7월16일 당시 부산시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두 곳에 이름을 거론하며,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 유치를 접촉할 계획인데, 오규석 군수의 이해와 협조를 구했고 이를 비공개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오규석 기장군수 핵심 공약사업으로 군비 3196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기장군 역점사업이다. 이곳에는 △신형연구로 개발사업 △중입자가속기 △방사성동위원소 융합연구 기반구축 △파워반도체 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 등 주요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같은 계획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타 도시에서도 유치전에 뛰어 들 수 있다. 주도권을 기업이 쥘 수 있어 극비리로 진행한 것"이라며 "이번에 기업이름과 장소까지 공개되면서 진행에 다소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논란이 확산 될 조짐을 보이자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출신의 박 예비후보는 지난 27일 "기장군이 오해하고 있다"며 "기장군이 이야기 하는 사업과 제가 하고자 하는 기업유치는 다른 것"이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기장군은 28일 보도문을 통해 "부산시와 약속한 대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 이름을 확인해 줄 수는 없지만 기장군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전혀 오해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반박했다.
오규석 군수가 27일 과기부 관계자와 기업유치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 ⓒ 기장군
지난 27일 오규석 기장군수는 본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몹시 격앙된 톤으로 불편한 심경을 쏟아냈다. 이날 그는 의·과학 산단 기업유치를 위해 과기부 출장길에서 돌아오는 중이었다.
오 군수는 "(박 후보가)오해였다고 말하는데, 현재 기장군 내 의·과학산단에 대기업 유치는 하나뿐"이라고 맞받아 쳤다. 그러면서 "사전에 우리 군에 아무런 타진도 접촉도 없었다. 유휴부지가 남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기업을 유치한단 말인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공약 베끼기'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다른 지자체가 뛰어들 경우 유치전에 더 많은 카드를 써야해 사업진행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기장군민들의 혈세가 투입된 비공개 프로젝트를 도대체 누구를 위해 공개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 군수는 "이처럼 중차대한 사업은 상호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에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박 후보를 향해 "시장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행정절차상 A,B,C 조차 무시해 버렸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전화인터뷰는 꽤나 긴 시간동안 이어졌지만 그는 좀처럼 분을 삼키지 못했다. 저돌적인 그가 11년 동안 무소속 군수로서 진행해 온 역점사업이 자칫 선거판에 이용 돼 찬물을 끼얹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자신이 그토록 정성스럽게 차려낸 밥상을 순순히 남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묘한 긴장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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