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는 내수시장에서 심화된 경쟁구도 속 부진을 겪으며, 지속적인 고정비 증가까지 맞물린 탓에 내부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르노삼성의 2020년 내수와 수출을 더한 전체 판매대수와 생산물량은 2004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했다. 또 경영악화로 르노삼성은 매년 삼성카드에 냈던 브랜드 사용료(로열티)도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빠른 매듭이 절실한 시점임에도 르노삼성 노사 관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21일에도 4차 본교섭을 열고 노사 간 협상에 나섰지만, 사실상 이날 협상은 진전된 부분이 전무했다.
현재 국내 완성차업체들 중 르노삼성만이 유일하게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 르노삼성이 다각도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일일이 제동을 걸고 있다. 노조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르노삼성의 '서바이벌 플랜' 시행이며, 그 중에서도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이다.
르노삼성은 희망퇴직과 관련해 지속가능성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한 만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르노삼성은 "수익성·수출 경쟁력 개선 없이는 르노 그룹으로부터 향후 신차 프로젝트 수주를 기대할 수 없다"며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 개선과 현재의 판매·생산량에 대응하는 고정비·변동비 축소 및 탄력적 운영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는 "명분도 없는 이번 희망퇴직은 현장을 혼란시키고 노사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물량 감소와 판매 저하를 예상하고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경영진 전원이 사퇴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조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 2020년 임단협 투쟁을 승리하고 사측의 구조조정 계획을 박살내자"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2020년 임단협 교섭은 장기화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노조는 오는 2월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2020년 임단협과 관련해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한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2018년 12월 4대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투쟁수위를 높이면서 가시밭길을 걷는 등 노사 공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5대 노조 위원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박종규 위원장은 2019년 파업을 주도하고, 2020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을 정도로 강성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노조는 이번 찬반투표가 파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020년 임단협 교섭의 우위를 점하고, 사측이 경기 일산 테크노스테이션(TS) 부지 매각과 희망퇴직을 구조조정 일환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을 바라보는 르노 그룹의 시각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르노 그룹은 최근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 및 인도와 함께 현재보다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지역으로 지목했다. 르노 그룹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 △현금 창출 △투자 효과 등의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노조라는 걸림돌 때문에 전혀 매력적이지 않아서다.
실제로 당초 르노 그룹은 2019년 초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하려 했지만,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결정을 1년 넘게 미룰 정도로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뿐만 아니라 르노삼성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수출물량이 꼽힌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공장 전체 수출물량 중 72% 이상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생산이 3월로 종료됨에 따라 전년 대비 80% 가까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르노삼성 노사 관계는 대화와 타협으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해 온 덕분에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보여 왔는데, 최근 몇 년 간 노사갈등이 멈출 줄 모르는 모습이다."라며 "노사갈등이 계속된다면 겨우 받아낸 XM3 수출 물량마저 장담 못하게 되는 것을 넘어 르노삼성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자금 사정 악화로 불가피하게 결정된 자산매각을 노조가 반대하는 것과 모두가 고정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자신들만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