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위기에 빠졌고, 동시에 큰 타격을 입으며 체력이 바닥났다. 이런 가운데 2020년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성적표가 완성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다소 작은 호황을 누렸다. 수출 관점에서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여전히 불경기였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는 반전된 모습이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11월 국내 완성차업계의 내수시장 판매량은 147만79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증가했다.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그라운드인 내수시장이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루로 남았던 만큼,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비롯해 신차 출시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대거 진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가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강조됐고, 코로나19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 및 보복소비 현상 등도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버팀목이 됐다.
내수시장을 둘러싼 열악한 상황들 탓에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크고 작은 논란에 고충을 겪기도 했다. 올 한 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발자취를 정리해봤다.
◆다사다산 2020년…금융위기 이후 11년 만 다시 법정관리
쌍용자동차(003620)는 올해 국내 완성차 브랜드 5개사 중 회사의 존폐위기까지 내몰릴 정도로 가장 다사다난했다.
그 시작은 지난 4월 쌍용차의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가 당초 약속했던 투자를 거부하면서부터다.
당시 마힌드라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투자하기로 했던 신규 자본(2300억원 규모)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쌍용차에게 스스로 자금 마련 대안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때문에 업계는 사실상 마힌드라가 한국철수 여부와 상관없이 쌍용차에서 손을 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곧바로 쌍용차 노사는 위기상황 극복과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적극 협력해 나가고자 업계 최초로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행보를 보였다. 상생과 협력의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2010년 이후 11년 연속 무분규 위업 달성이었다.

쌍용차 예병태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정일권 노조 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쌍용자동차
그럼에도 1분기 쌍용차는 13분기 연속으로 이어진 누적된 적자와 모기업의 투자 철회, 1분기 감사의견 거절 등 다양한 악재에 둘러싸이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아울러 쌍용차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5000억원이 필요했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무려 2500억원에 달했다.
쌍용차는 일단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리고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6월 서울서비스센터에 대한 매각을 체결했으며, 매각 후 임대 조건으로 매각금액 규모는 1800억원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쌍용차를 KDB산업은행이 구원해 주고자 7월 중 갚아야 하는 대출 900억원에 대해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 주면서,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는 듯 해보였다.
이후 생존기로에 놓인 쌍용차가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인수된 지 10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을 보이던 중 결정타가 등장했다. 외국계 금융사가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아 연체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올해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3분기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쌍용차가 600억원 규모의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체한 것이다. 지난 15일 경영상황 악화로 상환 자금이 부족해진 쌍용차가 대출 원리금 상환을 연체했다고 공시했으며, 쌍용차가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쌍용차 서울서비스센터 전경. 쌍용차는 자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의 일환으로 서울서비스센터에 대한 매각 계약을 지난 6월 체결했으며, 매각금액 규모는 1800억원이다. ⓒ 쌍용자동차
이번에 쌍용차가 갚지 못한 대출 원리금은 자기자본금 7492억원의 8.02% 규모다. 구체적으로 △JP모건 원금 200억원, 이자 2000만원 △BNP파리바 원금 100억원, 이자 1000만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원금 300억원, 이자 3000만원을 연체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900억원 역시 만기 연장일인 21일까지 결국 상환하지 못했고, 같은 날 만기가 돌아온 우리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50억원도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외국계 금융기관 연체액을 포함해 쌍용차의 연체 원리금은 총 1650억원 규모가 됐다.
이처럼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대출금들을 상환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상황이 악화되자 쌍용차는 21일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밟는 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쌍용차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사재산보전처분 신청서, 포괄적금지명령 신청서 및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할 경우 사업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돼 회생절차 신청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쌍용차는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를 동시에 접수함으로써,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현 유동성 문제를 조기에 마무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RS 프로그램이란 법원이 채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회생절차 개시를 최대 3개월까지 연기해 주는 제도다.

지난 1월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적자 누적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의 회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KDB산업은행을 방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더불어 회사재산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은 회사가 종전처럼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회생절차 개시결정 보류기간에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합의를 이뤄 회생절차 신청을 취하함으로써 해당 회사가 정상 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당분간 대출 원리금 등의 상환부담에서 벗어나 회생절차개시 보류기간에 채권자 및 대주주 등과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하고,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투자자와의 협상도 마무리해 조기에 법원에 회생절차 취하를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마힌드라도 ARS 기간 중 대주주로서 책임감을 갖고, 이해관계자와의 협상 조기타결을 통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쌍용차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쌍용차 문제로 협력사와 영업네트워크, 금융기관,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회의를 통해 전체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더 탄탄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월 미국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인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이하 HAAH)가 투자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유력 인수후보로 등장해 쌍용차가 한숨을 돌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진전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