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위기에 빠졌고, 동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다소 작은 호황을 누렸다. 수출 관점에서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여전히 불경기였지만, 내수시장에서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는 반전된 모습이었다.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홈그라운드인 내수시장이 여전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루로 남았던 만큼,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비롯해 신차 출시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대거 진행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가 안전한 이동수단으로 강조됐고, 코로나19로 인한 여가시간의 증가 및 보복소비 현상 등도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의 버팀목이 됐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열악한 상황들 탓에 2020년 한 해를 다사다난하게 보낸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코로나19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신속히 극복하고, 확고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행보를 보였다.
바로 지난 10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그룹의 새로운 회장으로 자리하게 됐다.
글로벌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 선임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왔다. 2018년부터 그룹의 총괄 수석부회장으로써 그룹의 미래를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설정하고, 핵심사업을 전략적이며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경쟁력 확보·완전자율주행 기술 강화
정의선 회장 체제는 '인류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한다'는 그룹 철학을 토대로 미래 핵심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내실 있는 현대차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이유는 자동차가 이제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모빌리티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기 때문이다. 또 모빌리티 서비스 산업도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은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어느 산업보다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ICT 업체가 자동차산업에 진입하면서 산업간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고, 커넥티드 및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기업들의 합종연횡과 생존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GMP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복잡성을 줄이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차종과 차급의 경계를 넘어 유연한 제품개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 현대자동차그룹
이어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세다"며 "특히 신생 전기차업체들의 과감한 투자와 신차 출시는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는 인류 사회 전반의 변화와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미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 그룹의 신성장 동력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계획하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비중은 △자동차 50%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모빌리티) 30% △로보틱스 20%다.
먼저, 자동차에서는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개발을 진두지휘하고자 한다.
현대·기아차는 2021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기반의 전기차 및 파생 전기차들을 연이어 출시하고, 전기차의 핵심 PE(Power Electronics) 부품의 경쟁력 확보 노력도 한층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배터리 전문 기업들과 차세대 배터리 개발 협력도 주목된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삼성 △LG △SK의 배터리 사업장을 방문해 각 기업 최고경영층과 차세대 배터리 분야 협업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차세대 수소전기차인 넥쏘(NEXO). ⓒ 현대자동차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미래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해 수소전기차 넥쏘는 물론, 다양한 산업에서의 활용을 통한 수소 생태계 확장도 선도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차량 개발을 넘어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고도화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타 완성차업체와 제휴 및 판매하는 것을 넘어, 전 수송영역에서 기존 내연기관을 대체하는 핵심으로 자리 잡도록 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완전자율주행 기술 강화는 정의선 회장이 적극 나서고 있는 사업이다. 이의 일환으로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미국 앱티브(Aptiv)와 공동으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모셔널을 통해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 하드웨어 컴퓨팅 기술과 소프트웨어, 로보택시 운영노하우 등도 적극 내재화해 앞으로 대중화될 자율주행 시대에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UAM 연구·기술개발 박차…로봇 시장 잠재력 주목
현대차그룹은 '인간 중심(Human-Centered)'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실현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정의선 회장이 콕 집은 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 분야는 로보틱스와 UAM.

2020 CES에서 현대차와 우버가 공동 개발한 실물 크기의 PAV 콘셉트 S-A1. = 노병우 기자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UAM 분야 글로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사업 추진단계에 돌입했고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 등을 결합한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빠르게 현실화시켜,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UAM의 경우 올해 초 CES 2020에서 우버(Uber)와 함께 UAM 사업 분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실물 크기의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을 최초로 선보이며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
파트너십 체결로 현대차그룹은 개인용 비행체를 개발하고, 우버는 항공 승차 공유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에게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양사는 개인용 비행체의 이착륙장(Skyport) 콘셉트 개발을 위해서도 협력 중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향후 글로벌 로봇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을 기록해 17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최근 총 11억달러 가치의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를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한 로봇 사업 진출 본격화는 정의선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인류의 자유롭고 안전한 이동의 가치 실현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6년부터 2족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이고, 지난해에는 공중제비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소화하는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앞서 정의선 회장은 취임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와 이동 제한으로 일상생활의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고,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며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그 결실들을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전체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자동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UAM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도 입지를 구축하고, 나아가 첨단 기술 선도 업체로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로봇이 상업적 사용뿐 아니라 공공영역에서의 △치안 △안전 △보건 관련 공공 서비스에도 널리 이용 가능한 특징도 있는 만큼, 미래 세대들의 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산업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미래 전략도 구체화하고, 언택트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에 고객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주문 및 생산 시스템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