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로나19 사태에도 르노삼성자동차가 모처럼 신차 XM3 덕에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커져가는 다양한 부정적인 요인들로 인해 르노삼성 역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조합이 2020년 임금 및 단체 협상(이하 임단협)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대의원대회를 열고 2020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구체적으로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은 기본급을 7만1687원(4.69%) 인상하고 코로나19 극복 등의 명목으로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 발전기금으로 12억원 출연과 함께 휴가비와 성과급(PS) 인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로나19 사태로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지나친 요구안을 마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노조는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본급 인상을 동결한 상황에서 지난해 회사가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 해외공장이 멈춰 섰을 때도 부산공장은 잔업과 특근으로 생산을 꾸준히 해 온 만큼 노조 입장에서는 합당한 요구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 노조가 2020년 임단협을 서두르는 이유에 대해 오는 10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현 집행부가 임기를 마치기 전 차기 집행부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9년 임금협상도 해를 넘겨 지난 4월 겨우 마무리 지은 르노삼성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2019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입장이 강경했던 탓에 노조가 총파업, 직장폐쇄 등을 앞세워 회사를 괴롭혔던 만큼 이번 2020년 임단협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임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르노삼성 노사 관계는 대화와 타협으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해 온 덕분에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보여 왔는데 2018년 12월 4대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투쟁 수위를 높인 탓에 가시밭길을 걷는 등 노사 공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르노삼성이 국내 브랜드 최초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디자인 SUV인 XM3. ⓒ 르노삼성자동차
더욱이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 경쟁에 총력을 다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지난번처럼 노조가 회사의 믿을 맨 'XM3'를 인질로 삼을 경우 르노삼성으로서는 별다른 수도 없어서다.
문제는 르노삼성이 지난 1분기 적자를 내는 등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낼 전망이라는 점이다. 현재 부산공장 물량의 절반(연간 10만대)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이 지난 4월 끝나 5월 르노삼성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83.2% 감소했다. 나아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 공장 가동도 수시로 중단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르노 그룹 본사 사정도 심상치 않다. 르노 그룹은 자체적으로 1만5000여명 규모의 감원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외공장 일부도 문을 닫는 등 생산량 조정에도 나설 전망이다.
즉, 회사의 명운이 걸린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르노삼성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노조가 이를 인질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초 르노 그룹은 지난해 초 XM3 유럽 물량을 부산공장에 배정하려 했지만,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자 결정을 1년 넘게 미루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유럽에 있는 르노 공장에 해당 물량이 배정될 것이라는 추측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내수침체를 포함한 수출부진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의 경우 노조와의 갈등까지 더해져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에 놓인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회사 노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산업 전체 분위기가 침체된 만큼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진행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굳이 노조가 불필요한 잡음은 줄일 필요가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요구와 행보가 자칫 회사의 생존이 위협받는 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며 "르노삼성 노사가 힘을 합쳐도 모자라기에, 노조가 눈앞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일단은 노사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가지고 긍정적으로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분규 장기화 및 반목을 더는 지속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와 같이 부산공장의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고용과 회사의 존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임단협도 빠른 매듭을 짓는 것이 임직원 및 협력회사 직원들의 고용과 회사 미래를 위한 유일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