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003490) 사내이사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은 '3분의 2룰' 정관을 바꾸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27일 대한항공은 강서구 대한항공빌딩에서 제58기 정기주주총회를 연 가운데 이사 선임 방식을 특별 결의에서 보통 결의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 대한항공의 지분 11.09%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전날인 26일 이사 선임 방식 변경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반대 결정을 내렸지만, 주총에서는 결국 대한항공 이사회의 원안대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됐다.
이와 함께 이날 주총에서는 대표이사가 맡는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도 함께 통과됐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진을 불러온 '3분의 2룰' 정관을 변경했다. 이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가능성도 높아졌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 '3분의 2룰' 정관을 바꾸고자 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해당 정관이 고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상장 기업들이 이사 선임 및 해임 안을 일반 결의사항으로 분류해 주총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으면 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이사 선임과 해임을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특별 결의 사항으로 규정해 왔다.
이로 인해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은 절반을 훌쩍 넘기는 찬성을 받고도 2.6%의 지분이 부족해 주주들 손에 의해 사내이사 자격을 상실한 첫 번째 대기업 총수가 됐다. 구체적으로 당시 주총에 상정된 사내이사 선임 의안 표결에서 찬성은 64.09%(반대 35.91%)로 절반을 훌쩍 넘겼지만, 지분 2.6%가 부족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이번 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한 것은 지난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현재 그룹 총수인 조원태 회장이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올해 주총에서 미리 정관을 변경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대한항공이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를 임명하며,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및 주주가치 제고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주총에서 상정된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는 정관 변경안이 가결됨에 따라 대한항공은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해 정갑영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되는 것은 물론, 경영활동의 투명성도 더욱 높아지게 됐다.
향후 정갑영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회를 소집 및 주재, 회사의 전략을 조언하고 주주 및 투자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이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정갑영 의장은 연세대 제17대 총장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로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동북아경제학회 회장 △정부투자기관 운영위원 △감사원 감사혁신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심의위원장 등 다양한 경력을 갖춘 경제 전문가다.
대한항공은 정갑영 의장의 경영 전반에 대한 균형 잡힌 의사결정이 회사 경쟁력 제고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개편했으며, 보상위원회 및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조치들을 시행해 오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의 이번 주총에서는 2019년 재무제표 승인건을 비롯해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과 이수근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건, 정갑영·조명현·박현주 사외이사 선임의 건, 박현주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사외이사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게 됐다. 더불어 이사보수한도를 전년과 같은 50억원으로 동결하는 안도 원안대로 승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