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산 금정구가 전국을 통틀어서도 가장 핫한 지역구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은 고 김진재 전 의원의 뒤를 이어 아들인 김세연 의원도 정치 활동을 한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지역.
그런데 '김세연의 잔잔한 감동'이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 그가 순조롭게 이번에도 당선될 줄로 대부분의 지역 정가 인사들은 관측했는데 보수의 쇄신과 총선 바람몰이를 위해 살신성인 불출마 결단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권 총선 정국에 일단 영향이 미친 것은 둘째치고, 해당 지역구를 둘러싼 금배지 쟁탈전도 불이 붙었다.
◆김경지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 없다' 초강수에 민주당 '복잡'
문제는 민주당으로서나 미래통합당으로서나 쉽지 않은 싸움이 됐다는 대목이다. 일단 도전자격인 민주당으로서는 공천 취소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당초 김경지 변호사로 가닥을 잡았으나, 개인사에 관련한 투서가 제출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김 변호사 측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으나, 정무적 판단에서는 진화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김 변호사의 대승적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민주당 내부에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 변호사는 금명간 자진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이 전망이 보기 좋게 깨졌다. 김 변호사 측은 25일 오전, 투서 관련 상황에 "자진 사퇴는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당에서 비상적 대책 발표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 비상적 대책 즉 후보 자격 박탈 등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패배론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무공천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김 변호사의 타이틀을 뺏는 상황에 다른 이를 세운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동정적 의견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타로 내세울 인재도 마땅찮다는 시각이다. 이미 경쟁력 있는 인재들은 타 지역에 출마군으로 섭외가 됐지 않냐는 인식으로, 중앙당 차원의 전략 공천이 어렵기 때문에 비워둔다는 얘기다.
그런데 무공천론에 대한 반론이 만만찮다. '야성의 황교안' 때문이다.
◆황교안 문제있는 공천 바로잡는다 행보 '이해찬과 비교 가능성'
미통당으로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로 잡고 있던 금배지를 타당에 뺏길 우려에 직면한 챔피언 입장인데 이 방어전도 쉽지 않다. 다만, 민주당의 당혹스러운 상황에 비해 오히려 황교안 미통당 대표의 드리블이 돋보이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통당의 25일 새벽 회의가 그것. 25일 미통당 긴급 최고위원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는 부산 금정, 경북 경주, 경기 화성을, 경기 의왕·과천 등 4곳의 공천을 취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부산 금정은 김종천 영파의료재단 병원장,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 원정희 전 금정구청장의 3자 구도에서 백 전 의장이 배제된 채 경선이 치러졌고, 김 원장이 이겼지만 이를 부정하는 엄청난 결정을 당 최고 수뇌부에서 사실상 내린 것이다.
최고위는 위에서 언급한 4곳에 대해 후보자의 경쟁력, 신상, 경선 방식 등을 이유로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의를 요구했으나, 공관위가 전날 원안을 고수하자 최고위가 '직권'으로 이를 무효로 처리했다. 황 대표가 지역구 공천에서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일부에서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에 확실한 진압 카드를 썼다는 풀이다.
문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상황과 맞물려 대조적 그림이 그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수뇌부에서는 비례정당을 사회악인 양 몰아붙이다 결국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민주당에서도 위성 정당을 꾸리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들의 위성 정당 투표용지 순번을 끌어올리기 위해 '의원 꾸어주기'도 불사하는 양상이다.
◆8선 세습 깨자 신선한 바람몰이 포기하는 민주당?
특히 이 대표는 금태섭 의원에게도 위성 정당행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도덕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 의원은 '조국 파렴치성 비판'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결국 극렬 문빠들의 강력한 공격을 받았고, 경선에서도 집중 견제를 받아 낙마했다. 당내 계파 문제로 정치적 생명이 끊어진 인물에게 못할 짓을 하는 '이해찬 리더십'이 금정에서 무공천 가닥을 잡는다면, 잘못된 공천을 바로잡는 게 아니라 이해득실 외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비판까지 추가로 따라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8선 세습'의 '김진재-세연 부자 의원 배출'의 고리를 끊는다는 상징성마저 포기하는 무공천으로 쉽게 가자는 선택을 한다면 이는 부산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이번 총선판을 바라보는 시선, 즉 지역 내부에서 스멀거리는 패배주의를 중앙당에서 '추인'해 주는 모양이 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권 심판론으로 총선에 명운을 건 총력전을 치러도 모자랄 판국에 일부에서는 안갯속인 부산 정치 상황을 이유로 지금 라인업을 웬만하면 유지하고 금정쯤은 버려도 된다는 정치공학적 전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년 집권정당을 만들고 은퇴하겠다는 이해찬 리더십으로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대목일 수 있다. '이해찬 리더십'과 '황교안 리더십' 사이의 대조를 만들어 전체적으로 민주당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금정에서 김 변호사에게 공천장을 주지 말되 다른 후보도 내지 말자'는 소리는 겉으로는 민주당을 위한 절묘한 대응책 같지만, 그런 점들을 모두 검산해 볼 때 '해당행위'이다. 일부 지역 정가 인물들은 오히려 진짜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고도의 안티'가 만들어낸 게 아니냐는 풀이마저 할 수 있다고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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