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력이 약한 군소정당들의 정치참여 길을 터주려 마련한 비례형연동제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기성정당들의 꼼수로 빛이 바래고 있다.
거대 양당은 단단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어 지역구 의석만으로도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는 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럼에도 '위성정당'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가며 비례의석수 확보에 열을 올리는 실정이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이다. 비례형연동제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다 결국 힘에 밀려 통과되자 '비례한국당'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당지지율에 따라 비례의석수가 배분되는 비례형연동제를 겨냥한 '자매정당'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그런가하면 불의의 일격에 분기탱천 애태우며 초조하게 이를 지켜보던 더불어민주당도 뒤늦게 대열에 합류해 비례연합정당 결성으로 맞불을 놓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이렇듯 민주당이 '꼼수에 꼼수'로 나서 위성정당 진용구축을 서두르자 원조임을 자처하는 미래통합당이 '여당의 품격'을 강조하며 연일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당 부산시당은 3일 "민주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논의, 대국민 사죄가 먼저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주환 미래통합당 부산시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실세 5인이 앞장서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위한 물꼬를 트더니, 이제는 실체도 모호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이라는 '듣보잡' 정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비례의석 욕심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례한국당 창당에 대해서는 4+1 선거법 야합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연동형 선거제를 밀어 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당위성도 곁들였다.
이 수석대변인은 "얼마 전까지 온갖 맹비난을 쏟아냈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을 창당한다는 안면몰수와 후안무치에 국민들은 어이가 없을 뿐"이라며, "국민들께 먼저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공당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을 대로라면 비례한국당은 정당하고, 가시화되고 있는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 창당은 몰염치한 처사로 읽힌다. 비례한국당에는 한선교 당 대표를 필두로 사무총장 조훈현, 김성찬·정운천·이종명 의원 등 현직 전원이 자유한국당 출신들로 포진해 있다.
이들 역시 국민들 앞에 단 한 마디 사과도 없이 비례정당을 창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비례한국당은 국민세금으로 지급되는 1분기 정당보조금 6억도 챙겼다. '원조꼼수당'이란 모진 비아냥까지 들어가며 창당하게 된 배경에는 열세로 점쳐지는 지역구의석수를 비례로 만회하려는 속셈이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작은 자신들이 먼저 해놓고서 무슨 대단한 특허를 낸 마냥 타 정당이 '표절꼼수'로 맞불을 놓으려하자 대국민 사죄부터 하라는 주장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제는 일상처럼 굳어져 틀면 나오는 정치권에 '내로남불 시리즈'는 감동도 재미도 잃은 지 오래다. 민주당을 두둔할 마음은 없지만 신생정당은 기한을 넘겨 창당하기엔 1분기 혈세를 누구처럼 강탈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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