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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최택용' 어떻게 '기장 앞바다의 용'이 됐나

비장한 이데올로기 대신 정치의 즐거움 찾는 '늙지않는 정치인'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0.02.17 14:17:49

[프라임경제] 드디어 총선이 목전에 다가온 상황, 부산 정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가장 과열되고 있는 곳으로 기장 지역구가 꼽힌다.

기장군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해운대·기장을 지역구에서 단일 선거구로 분리돼 떨어져 나왔다. 기장 토박이 외에도 정관신도시 개발로 젊은층의 유입이 많다. 토박이와 신도시 인구가 약 5 대 5의 호각세를 이루고 있어 유권자 스펙트럼이 대단히 넓어 어느 당도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

일찍이 현직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에, 다크호스로 꼽히던 오규석 기장군수도 '중도 사퇴 후 총선 출마'라는 시나리오 대신 군수 임기 완주 입장을 널리 밝혔다. '호쾌하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런 가운데 지금 기장을 무대로 출마 준비를 하는 이들의 면면 역시 이 호쾌한 기장 정치의 이미지를 상승 가속화 하고  있다. 자칫 어중간한 인물들만 남았다면, 현역 의원과 무소속 다크호스 현역 군수의 빈 틈을 이삭줍기하는 별 볼 일 없는 선거로 일찌감치 평가절하 되면서 관심 밖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유능한 군 장성 출신에 로스쿨 교수 등 전문적 역량으로 뭉친 이들이 각 정파마다 대두 중이다.

최택용 더불어민주당 부산기장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사다리차에 올라 제21대 총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최택용 선거사무소

이런 주자들 중에서도 시선을 모으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택용 씨. 이름의 끝 자에서 연상되는 용(Dragon)을 언급하면서 잠룡으로 그를 빗대는 이들도 있고, 지역 정치를 맡기에는 좀 물정을 모르지 않냐는 소리 즉 너무 곱상해 보인다는 짠 평판도 일각에선 내놓는다. 하지만 그의 정치 인생을 평가하는 많은 이들, 즉 호감을 표하는 이들이나 낮은 점수를 주는 이들이나 하는 소리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신선하다'는 점이다.

이어 그의 대한 평가 중 하나도 바로 '별 연줄도 없는 것 같은데, 어찌 저리 오래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빳빳하게 저항하는 기장 뉴스메이커

앞서 그는 기장군 행복타운 관련 예산 삭감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평가받으면서 지역 내에 극명히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자 가장 화려한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바 있다.

다소 불편하게 시선을 끈 경험일 수도 있는데, 그는 이 점에 대해서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입장. 우선 그의 이력과 이 같은 소신은 상당히 연관성이 강하다. 경남고를 나온 후 그는 단국대로 진학,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부산대에서 도시계획학으로 석사를 땄다. 부산대 학부나 동아대 학부를 나와야 정통 부산 정치맨으로 봐주는 지역 풍토에서는 불리한 지점인데, 그는 열린 시각과 부산 밖 사람들처럼 지역 이슈를 객관화할 수 있는 냉철함을 얻은 기회로 자기 배경을 활용 중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자신의 경제 및 도시환경적 기초 이해로 볼 때 그는 오 군수가 중심이 돼 등장한 행복타운 및 그 부수적 아이디어들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행복타운 관련 추경 삭감은 기장군의원들이 주도했고 나는 옳은 판단이라서 찬성한 것"이라고 일단 이 문제를 둘러싼 '기획' 루머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단 한차례의 제대로 된 공청회도 없었고, 제대로 된 주민설명회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아직 실시설계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경에 근거없이 편성된 50억 예산이었음. 국비와 시비 매칭없는 1020억 순수군비 100% 사업을 '묻지마 통과'시키면 그 책임은 후에 누가질까?"라고 소신을 드러냈었다. "(이 문제로 일부) 관변단체장과 이장들에게서 욕을 좀 들었다는 것은 맞는데, 그들도 점점 우호적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 옳았다고 그는 항변한다.

이 대결은 현재진행형으로 누가 옳고 그름은 아직 장담하기엔 이르다. 하지만 실제로 총선이 다가올 수록 어쨌든 소신있게 강단을 가진 정치인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는 또다른 평가를 낳는 계기가 된 점 또한 사실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부산기장지역위원장 시절에 고가 논란에 오른 '문제의 자전거'를 타고 No japan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최택용 선거사무소

◆정치란 즐거운 것, 피터팬 캐릭터의 정치인

수줍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최 위원장은 늙지 않는 피터팬 캐릭터와 정말 잘 어울린다. 이른바 꼰대가 돼 버리기 쉬운 한국 정치 문화, 더욱이 그런 경향이 더 센 지역 정가의 패턴에 그는 늘 도전해 왔다.

일명 고가의 자전거를 타고 지역 행사에 나타났다는 오해성 루머가 퍼진 적이 있었다. 그는 본지가 과거 이 논란에 대해 물었을 때 쿨하게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그는 일부 그런 비판적 이야기가 돌았던 것은 알고 있다면서 "동호인들이 타는 고급 자전거에 비해서 생각하는 것처럼 고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자전거로 시비거는 사람은 기장군민 중에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근 야심차게 펼친 자전거 민심탐방에 대해 진심을 알아주는 지역 반응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 자전거를 지역 활동의 방법으로 택한 건 김훈 작가의 자전거 기행 같은 명문장은 몰라도, 자전거로 구석구석을 누비면 생동감 있는 현장 이야기를 더 많이 디테일하게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 때문이다.

◆최재성과 박원순 등 친구 만들면서 강호에서 내공 다져

'기장 발전을 위한 차세대 기수' 역할을 맡을 이로 최 위원장을 꼽는 이들은 그만의 장점에 열광한다. 바로 '지역의 업그레이드'를 끊임없이 노린다는 것. 최 위원장은 건설적인 일은 도외시하고 늘상 작은 오해나 논란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지역 정치 문화 자체를 한 단계 도약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중앙정치판에서 쌓고 인정받았던 역량에도 정치적 고향으로 돌아와 기반을 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또한 수줍음이 꽤 있는 그가 의외로 중앙과 지역 정치권에 우군이 적지 않은 미스터리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는  단국대 재학 당시, 전대협 서울 남부지구 조국통일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개혁국민정당 활동으로 진보라인에 가담하면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열린우리당 해운대·기장을 위원장을 지내면서 17대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근래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부위원장으로도 이름을 올린, 민주당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대표 시절에 대표 특보를 지냈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공동본부장으로 뛰기도 했다.

그야말로 '계파'를 가리지 않고 발탁돼 활동해온 전천후 전문가다. 그런 그이기에, 라인이 어디냐거나 좀 현실적으로 말해 뒷배경이 별로 없다고 지적하는 현실적 정치 분석가들의 시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그의 지지자들은 항변한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제로페이 홍보활동을 하러 PK 방문일정을 잡았을 때 일부러 기장에 들러 강연 연사로 나선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다. 민주당 중진인 최재성 의원이 특강을 하기 위해 방문한 적도 있는데, 이때에도 최 위원장이기에 섭외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이렇게 중앙과 기장을 다이렉트로 연결, 정치적 의의와 지분을 키우는 데 열올린 지역 정치인은 전례가 없다.

최택용 예비후보가 거리로 나와 기장군민들에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 최택용 선거사무소

최근에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그의 후원회를 맡아주기로 해 최 위원장이 '만약에 이번 총선에 당선만 되면' 졸지에 중앙정치무대급 인지도와 배경을 얻을 수 있지 않냐는 전망도 나돌고 있다.

최 위원장이 일궈낸 가장 소중한 일로는 당파와 입장을 가리지 않고 군민들의 의견을 아우르자는 취지로 '정관선 범군민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이를 내놓은 최 위원장의 넓은 정치적 상상력이 화제를 모았다. 정관은 부산 바깥의 신도시 성격으로 개발됐으나 전철 구축 등 교통 인프라 면에서 약점이 많은 것을 정확히 긁어줬다.

때로 독고다이처럼 헤매온 세월 하지만 그는 초라한 낭인이거나 현실에 찌든 식객이 되는 대신에 여러 정치인과 대등하게 부산 그리고 기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실력과 인연들을 쌓아왔다. 이제 정말 그가 용이 될 것인가? 그리고 '기장의 용'이 21대 국회에 입성할 때 어떤 '새 정치 용틀임'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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