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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총선 불출마 오규석 군수 다음 선택지는?

'반평생 정치인생' 예상 깨고 이번엔 총선불출마…2년 뒤 '부산시장 도전' 관건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0.02.01 12:13:27

[프라임경제] "오 군수가 안 나와?"

가족과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꽃을 피우는 설 밥상머리에서는 건강·자녀교육·취업 등과 함께 단골이슈로 정치가 등장하죠. 특히 올해는 4월 총선이 있어 얘깃거리가 더욱 풍성했습니다.

동부산 한 자락에 위치한 기장군에서도 이번 총선전망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었는데요, 이런 가운데 여야 유력후보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입길에 오른 이가 바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오규석 군수였습니다. 간판타자의 결장이 아쉬워서일까. 이번 총선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그를 향한 세간에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3선 연임에 성공한 오규석 기장군수. ⓒ 프라임경제

오 군수는 독창적인 자기만의 스타일로 닦아온 정치적 기반을 바탕으로 무소속 내리 3선의 금자탑을 쌓았고 도합 네 번이나 군수자리에 오를 정도로 기장에서는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앞서 치른 6.13지방선거는 그의 군수도전기 중에 단연 백미로 꼽는데요, 문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며 전국에 파란바람을 일으키던 당시 민주당은 보수텃밭이던 부산에서 시장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13곳(총16개)을 석권했습니다. 진보성향에 정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과였죠.

이번만은 오 군수도 힘들 거라는 관측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그 흔한 유세차량과 선거운동원도 없이, 홀로 바닥을 훑다시피 종행무진 누비며 43%대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해냈습니다. '문풍'도 잠재운 그의 인기는 실로 폭발적이었죠.

야간·휴일 군수실 운영, 2회 연속 전국최저 선거비용, 4년째 업무추진비 0원, 그리고 "사과하세요" 논란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기장에서는 시장은 몰라도 군수이름은 알 정도로 유명세를 떨쳐왔습니다.

임기 동안 줄곧 새벽같이 집을 나서 별 보고 퇴근한다고 하여 붙여진 별명이 다름 아닌 '슈퍼스타 오규석'.

오 군수는 3연임을 내리 군수를 지낸 터라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군수직에 도전할 수 없습니다다. 게다가 2024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기엔 58년생인 그의 적잖은 나이가 걸림돌이기도 하죠. 행여 출마를 강행해도 노익장으로 보는 긍정적 시선보단 오히려 노욕을 부린다는 차가운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많은 이들이 그래서 이번 총선에 그가 중도사퇴 후 출마 갈아타기를 할 것으로 점친 이유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 전망을 보기 좋게 배신(?)했죠.

만일 그가 결심만 했다면, 어느 당 공천이든 심지어 무소속으로라도 국회 진출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이런 세평을 가볍게 무시하고 결국 임기를 모두 채우기로 한 것입니다.

부산 지역 최고 우량주로 평가 받던 그의 돌연 불출마 선언에 정계는 물론 언론조차 전혀 예상 못했다는 반응들이 쏟아졌습니다.

이쯤에서 그의 다음 선택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는 1995년 민선 초대 군수로 시작해 25년간 무려 6번(총선 2회, 지방 4회)이나 출마한 이력에서 보듯 거의 반평생을 정치인으로 살아 왔습니다. 단정 짓긴 어렵지만 적어도 현 군수직을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1월 중순경 그의 의중도 살필 겸해서 군수실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냉·난방기를 켜지 않아 여름엔 찜통, 겨울에는 냉골인 탓에 춘추철이 아니면 가급적 피하고 싶은 곳 중에 하나입니다.

오 군수가 부산시청 앞에서 "부군수 임명권을 돌려 달라"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왜 총선을 포기했는가? 이에 오 군수는 "임기를 채우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 선출직 공직자의 마땅한 도리"라며 사전에 준비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재차 임기 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 묻자 "오직 군민을 위한 군정에만 매진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받고 싶은 질문이 아닌 듯 시큰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면 정곡 찌를 수밖에 없죠. 총선이 아니면 그의 최종선택지는 단 한 곳뿐. 바로 '부산시장'. 이 물음에 와서야 자세를 고쳐 앉은 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내가 무슨 시장감에 거론될 입장이 되느냐"면서 손사래 치며 애써 즉답을 피했지만 더 이상 무미건조한 답변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화 중에는 우회적 표현이나마 '지방대권' 도전에 뜻이 있음을 간간이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2010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삼수 끝에 금의환향 하던 날, 군청에 들어서는 그를 향해 한 직원이 "군수님 뵙고자 30분 기다렸어요"라고 축하인사를 건네자 "나는 여기까지 오는 데 12년을 기다려 왔네"라고 말한 일화는 정치인 오규석의 집념과 야심을 단편적으로 보여줍니다.

노련한 행정경영과 저돌적인 군정으로 각종 평가에서 줄곧 전국 기초단체 중에서 최상위자리만을 고집해 온 그가 군수직을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할지 아니면 더 높은 도전을 꿈꿀지는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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