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상 첫 민선 부산시체육회장 선거에 340만 부산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대회장 타이틀을 놓고 링 위에 오른 선수는 정정복·장인화 후보, 오는 27일 280여명으로 구성된 지역 체육계대의원들의 투표결과에 의해 ‘민선 1호’ 명예가 꼬리표로 붙는 부산체육회장이 탄생한다.
내년 총선출마를 포기하고 배수진을 치고 등판한 정정복 전 부산축구협회장, 지난 1년 동안 부산시장을 대신해 시체육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장인화 수석부회장.
‘창과 방패’의 대결로 전개될 이번 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는 공성전을 펼쳐 상대를 압박해 나설 것이 확실한 정 후보의 화끈한 화력 앞에 장 후보가 어떤 방어전술로 성문을 튼튼히 걸어 잠궈 수성해낼지가 무척 흥미로운 대목.
빅 매치답게 그 동안 두 후보가 부산체육계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하다. 그간 체육계에 남긴 족적을 통해 이들의 경력과 스타일을 짚는다.
이달 17일 장인화 전 시체육회 수석부회장은 부산시체육회 선관위를 찾아 후보 등록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2세 경영인 '금수저' 장 후보 vs 타고난 '흙수저' 정 후보...서로 다른 개성
먼저 2세 경영인 출신의 장 후보는 선친가업을 대물림한 동일철강과 2007년 새로 설립한 화인베스틸 대표이사. 체육계와 인연은 2003년 부산 육상연맹 부회장. 대한장애인사격연맹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대한체육회·부산시체육회 등에서 수석부회장직 역임. 중앙과 지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오랜 체육계경력에 비해 장애인사격연맹과 수상스키협회 말고는 대부분 회장 보좌역인 부회장직을 주로 맡아왔다. 회장재임시절 국제대회유치와 같은 굵직한 성과물이 없는 게 다소 아쉽다.
과거 장애인사격회장시절에 임원선임 문제로 내홍을 겪다 결국 서울동부지법으로부터 "회장 독단적으로 임원을 선임하고 임명한 행위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결로 물의를 빚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그런가하면 정 후보는 자수성가로 (주)서웅그룹을 세웠다. 2017년 대한족구협회 부산지부부회장으로 첫 발을 시작해 그해 11월 단숨에 부산시축구협회장 자리에 뛰어올랐다. 15년 만에 국가대표축구 A매치를 부산에 유치했고, 한·중·일·대만·홍콩 5개국 남여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동아시안컵 국제축구대회 부산개최도 성사시켰다. 지난 12월18일 한일전에는 경찰과 안전요원 포함 1000여명이 경기장 안팎에 배치될 정도로 흥행몰이에 성공했다는 평.
하지만 장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체육계경험은 약점이다. 또한 최근 후보등록을 앞두고 지역체육계의 영향력 있는 모 인사의 지지발언이 단일화선언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여 한차례 곤혹을 치렀다.
이렇듯 개성 다른 두 후보는 출마 선언한 날짜에서도 차이가 확연하다. 정 후보는 10월26일 일치감치 공식등판을 선언했고, 장 후보는 지긋이 관망하다가 12월10일에서야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등록 역시 정 후보가 두 시간가량 먼저 선관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둘의 스타일을 권투선수에 비유한다면 잽을 치면서 거리 두고 카운터펀치로 상대를 요리하는 '아웃복서'. 그리고 큰 주먹을 주로 사용해 화끈한 타격전으로 단시간에 결판 짓는 '인파이터'.
■'시체육회 예산확충' 공통...'공개후보검증' 다른 목소리
한 달 먼저 등판한 정정복 후보 ‘제1공약’은 체육예산확충이다. 지난 3년여 각종 대형이벤트를 대부분 사비를 들여 치른 축구회장경험에 비춰 봤을 때 금전적 지원 없이는 사회체육·엘리트체육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확신에서다.
실제로 올해 부산체육회예산은 360억. 인천 570억보다 턱없이 작고, 인구 145만 광주광역시(390억)에도 못 미친다. 100회를 맞은 '2019년 전국체전' 메달 수 합계에서 △인천 212개 △부산 177개 △광주 174개로 최종 집계됐다. 따라서 정 후보의 주장대로 체육회예산이 결국 대회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반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달 17일 정정복 전 부산시축구협회장은 부산시체육회 선관위를 찾아 후보 등록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장인화 후보 역시 예산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16년 동안 단체와 중앙체육계에서 쌓은 경험은 부산체육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강력한 영향력으로 활용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체육계일각에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부산체육계현실이 어제 오늘일도 아니고..."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이어 "그 숱한 시간, 더구나 1년여 회장직무대행에 준하는 권한을 쥐고서도 인구 145만도시보다 작은 예산을 뒷짐 지고 두고만 봤느냐"며 장 후보를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선거는 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 대의원과 16개 구·군 체육회장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480여명이 무기명 1인 1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누가 더 많은 대의원 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렇다보니 정책대결보다는 자칫 '깜깜이·짬짬이 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있고, 또 시민들의 혈세로 운영되는 부산체육회가 정작 시민들의 관심 밖에서 치러져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소지도 남는다.
정정복 후보는 "서로의 정책을 테이블위에 놓고 체육인답게 정정당당 진검승부를 펼치자"면서. 장 후보에게 'TV정책토론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이면에는 그간에 국제축구대회 등을 개최해 온 터라 일선 체육계의 분위기와는 달리 부산시민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나름 앞선다는 자신감도 한 켠에 자리한다.
이에 장인화 후보는 "피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선거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을 수도 있으니 대한체육회 판단을 기다려보자"며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체육계 일각에서는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르는 선거인데 '부자 몸조심' 아니겠느냐"면서 "지난 1년 간 오거돈 시장을 대신해 예산을 주무르는 자리에서 시체육회조직 장악을 이미 끝낸 터라 굳이 상처 날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각의 주장대로 병법상에 문 닫아 걸고 농성으로 버티는 수성전략임을 고려해 보았을 때 나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비록 부산체육회예산이 인구대비 다른 시도에 비해 적다고는 하나, 그래도 360억원에 이른다. 하물며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단체에 장을 뽑는 선거인데 후보검증을 위한 공개토론회조차 피하려는 후보가 만일 있다면 그가 과연 대한민국 제2도시 체육회 수장으로서 적격한지는 따져 봐야할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오거돈 시정 1기 두 명의 부시장이 시차를 두고 연이어 자진사퇴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제집처럼 부산시청을 드나들며 압수수색하는 장면을 부산시민들은 허탈한 심정으로 지켜봐야했다. 제대로 된 인사검증시스템이 작동했다면 피할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장인화 후보 측의 우려와는 달리 지난 18일 후보들간의 합의된 공개토론회는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양측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공은 장 후보에게 넘겨졌다. 체육과 정치분리를 목적으로 치러지는 이번 민선 1기 부산체육회장 선거에 쏠린 뜨거운 관심과 시선은 그가 손에 쥔 '후보검증카드'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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