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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문현동 신축현장, 인부 2m서 떨어져 사망

'멀쩡한 안전모' 사고원인과 보상 문제로 갈등...열흘 넘도록 발인도 미뤄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9.11.11 13:44:32

[프라임경제] 부산지역 한 유명건설사가 시공 중인 아파트현장에서 인부가 추락해 사망했다. 하지만 빈소가 차려진지 열흘이 넘도록 발인을 못하고 있다. 사망원인과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다. 추락한 높이가 2미터 남짓에 불과한 데다 안전모 파손흔적도 없어 단순추락사로 보기엔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보상협의과정도 매끄럽지 못하다. 시공사 측은 폭력배를 동원한 강압에 못 이겨 각서를 썼다며 유족을 상대로 형사고발(감금·폭행) 했다. 그런가하면 현재 상중인 '망자의 아내'가 하도급업체 관계자에게 최근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며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등 논란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지난달 30일 추락 당시 인부 A씨가 착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전모다. 왼쪽에 살짝 보인는 혈흔 자국 외는 파손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 유가족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후 1시경 경동건설이 남구 문현동에 신축중인 아파트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인부 A(57, 남)씨가 옹벽에 박힌 철심을 제거하던 도중 2미터(시공사 추정)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A씨는 머리와 목을 다쳐 의식불명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끝내 숨을 거뒀다.

접시 물에 빠져도 죽는 세상이라...단순추락사 vs 자재 낙하추락사

가정집 천장높이서 발생한 사고를 두고 유족과 시공사 양측의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시공사 측은 부주의로 인한 단순추락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유족측은 낙하물에 의한 1차 외부충격 후 추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안전모에서는 혈흔만 발견됐을 뿐 관통이나 파손된 흔적이 없다. 현재까지 직접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자칫 이번 사고의 진실이 미궁 속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시공사측 관계자는 "고인이 발견될 당시 귀 위쪽에서 혈흔이 보였다. 경추골절로 인해 기도가 막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그 정도 높이에서 사람이 떨어져 사망하는 예는 매우 드문 경우라 다소 의아스럽지만 사실이 그러한 걸 어쩌겠느냐"며 실족에 의한 단순추락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유족 측은 "부주의에 의한 실족사는 억지"라며 "입관을 위해 고인의 염을 진행한 장례지도사의 증언에 의하면 머리 두 곳에서 500원 동전크기로 12~13㎝, 다른 한곳은 8㎝가량이 찢어져 봉합했고, 상처가 깊어 뇌가 보일 정도였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과연 이 높이에서 추락해 이와 같은 외상 흔적이 나타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작업 도중 낙하물에 의해 1차 외부충격이 가해진 뒤 정신을 잃고 추락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만일 시공사측 주장이 맞다면 법률적 해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인의 부주의로 인한 일부과실이 인정 돼 다툼의 소지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게 법전문가의 견해다. 유족 측 주장대로면 공사장 낙하물 안전관리소홀 또는 안전모, 생명줄 등 안전장구 미착용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안전보호구 지급 대장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경동건설이 시공 중인 부산 남구 문현동 아파트신축 현장. 시공사 측 주장대로라면 지난달 30일 인부 A씨가 추락사 한 높이(2m)가 바로 사진 속에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위치와 별반 차이가 없다. ⓒ 프라임경제

◆ 시공사 측 "장례식장서 강금·폭형 당했다"...2억 합의각서, 형사고발장 '둔갑'

목격자의 결정적인 증언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으로선 부검이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유족측이 원치 않고 있다. 양측은 사고원인 규명을 뒤로한 채 현재 진행 중인 보상협의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일 경동건설 하도급업체 C건설사 대표와 이사가 빈소를 찾아 유족에 위로금으로 2억원을 보상해 주는 조건의 각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C사는 이튿날 돌연 유족을 감금·폭행으로 부산 금정경찰서에 형사고발하고, 강압에 의해 작성된 이날 합의서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공사 관계자는 "유족측이 폭력배로 보이는 몸에 문신한 청년 두 명을 장례식장 건물 입구에 세우고 위압감을 조성했다"면서 "특히 협의 진행과정에서 유족측이 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폐쇄된 공간에서 수 시간동안 붙잡고 자리도 뜨지 못하게 하는 등 강압적인 행동으로 위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한 감금·폭행에 해당 된다"며 형사고발 조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고인의 아들 A씨는 시공사측에 폭력배주장은 억측이라며 "이들은 친구들로 한명은 장례지도사 그리고 문신한 친구는 타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개방된 장례식장에 유족이 우리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라며 물리적 감금 주장을 일축하고 "C건설사 대표와 이사님은 3일 저녁 8시반경 빈소에 도착해 4일 자정이 조금 지나서 떠났다. 유족들과 술잔도 기울이고, 화장실도 가고 나가서 담배도 피웠다"며 당시 빈소 분위기를 설명했다.

아울러 "황망한 상황에서 고성이 오갔고 친척 한 분이 격한 마음에 한차례 뒷목덜미를 밀치듯 잡아 눌렀다"며 폭행사실을 인정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원청 시공사 경동건설은 "유족과 원만한 해결에 앞서 하도급업체 C사가 고발한 형사사건이 먼저 결론이 나야 보상협의가 다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아직 상중인 '망자의 처'가 시공사 하도급업체 관계자에게 협박성 전화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꾸 이런 식으로 SNS나 언론에 퍼트리지 말라. 그럴수록 당신들이 불리해지고 또 위험해 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고 유족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즉시 이 사실에 경찰에 알렸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사고현장은 부산지방노동청이 중대재해 발생을 이유로 '작업중지명령(옹벽 외부 비계작업)'을 내린 상태다.

부산지방노동청은 경동건설이 시공 중인 부산 남구 문현동 아파트신축 현장에 작업중지명령 결정을 내렸다. ⓒ 프라임경제

산업안전보건법시행규칙을 보면 △안전난간대 누락(중간 난간대) △안쪽 벽 난간대 미설치 △발끝막이판 미설치 △벽이음 미설치 △쌍줄비계 이상 △추락 주의 타포린 미설치 △생명줄 미설치 △안전망 미설치 등이 중대재해에 해당된다. 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추락사고의 대부분은 안전고리(생명줄)를 걸지 않고 작업하는 과정에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천만한 산업현장에서 소중한 자신의 생명과 가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바로 '안전보호장구' 착용임을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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