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에 따른 반일감정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도 증폭되고 있다. 단순히 '사지 말자' 차원이 아닌, 일본 불매를 위한 기업 리스트를 모아둔 사이트도 등장했으며, 유통업계를 넘어 여행·자동차·제약업계 등으로 확대되며 체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금융업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신용카드의 경우, 관련 혜택이나 이벤트, 트렌드 등에 고객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로 인해 국내의 반일감정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따른 일본 불매 운동 또한 특정 업계에 국한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연합뉴스
특히 여름 휴가철 계절적인 특수성을 고려한 특화상품이나 이벤트, 마케팅들이 반일감정 확산으로 인해 역풍을 맞으면서 카드업계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우리카드, 일본 특화 상품 발급 보류 "운이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카드(대표 정원재)의 경우엔 새로운 신용카드 상품을 출시한 후, 약 1주일 만에 발급을 보류 시킨 바 있다. 지난 6월28일 휴가철을 맞아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기획한 온라인 발급 전용 상품 '카드의정석 J.SHOPPING'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여행에 특화된 이 카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주 찾는 여행지 1순위가 일본이라는 점, 그리고 일본 여행 혜택에 중점을 둔 카드가 업계에 없었다는 점에 주목해 만든 야심작이다.

출시 약 1주일 만에 발급 보류된 '카드의정석 J.SHOPPING' ⓒ 우리카드
혜택 역시 일본의 대표적인 쇼핑 명소와 인기 가맹점 이용금액의 5% 할인, 전월 실적에 따라 최대 4만원까지 혜택 제공 등 기존 카드에선 볼 수 없었던 것들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러나 반일감정이 시작되던 7월 초 해당 카드는 발급 보류 상태가 됐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더 나은 혜택 제공을 위해 임시적으로 발급을 보류한 것일 뿐, 중단된 것은 아니다"며 "현재 반일감정과는 상관없다"고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괜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어떠한 카드사라도 같은 상황이 연출된다면 카드 상품을 조기에 발급 중지했을 것이다. 발 빠르게 잘 대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시국 속에서 해당 상품이 계속 발급된다는 것도 문제고, 반대로 발급이 순조롭게 '잘 나간다는' 결과가 나와도 곤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할 문제"라며 "우리카드 입장에선 '운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슈가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엔 신한카드(대표 임영진)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24일 출시한 'Deep On 체크카드'(이하 딥온 체크카드) 때문이다.
◆신한카드, 신규 이벤트 "왜 이 시기에…"
'간편결제 특화 카드'라는 장점을 내세운 이 카드는 이용실적에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마이신한포인트 0.2%를 적립해주며, 각종 간편결제에 등록해 온라인 결제하면 전월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2.0%까지 적립되는 혜택을 제공한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상품 출시에 따른 이벤트다. 딥온 체크카드는 8월31일까지 해당 카드로 일본 내 ATM기기에서 10만원·30만원·50만원 이상 인출하는 고객에게 2000원·5000원·1만원 편의점 상품권을 증정한다.
이에 일부에서 '반일 감정이 한창인 이 시국에 출시한 카드가 일본 여행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최근 신한카드가 출시한 'Deep On 체크카드'. 출시 이벤트 중 일본ATM 사용 관련 내용이 있어 구설수에 올랐다. ⓒ 신한카드
한 금융소비자는 "신규 신한카드 출시 관련한 홍보 기사들을 통해 접했다"며 "내용 중에 일본ATM 사용 관련 이벤트를 보고 일본여행을 가라고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 같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소비자는 "이미 진행하고 있던 이벤트였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현 시점에 이러한 이벤트를 과연 진행해야 했는지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혜택이 아닌 한시적인 이벤트"라며 "반일감정 시작되기 이전부터 여름 이벤트로 기획된 부분이라 마음대로 진행을 철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금융업계 "특정 국가 대상 카드상품, 당분간 출시 힘들 것"
업계에선 한번 기획된 이벤트를 조기에 마음대로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간이 정해진 이벤트의 경우, 해당 내용이 이미 알려진 이후 갑작스럽게 중단할 경우 민원과 같은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벤트 중지에 대한 명확한 안내를 고객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공지해야하는데 그 부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업체나 파트너사들과 연계된 이벤트라면 카드사 단독으로 이벤트 중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벤트를 중단한다 해도 현 시점에 그 자체가 또 다른 이슈가 될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그리고 마케팅 축소 권고를 비롯한 각종 규제 정책으로 인해 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카드업계는 새로운 해법을 찾고자 활로를 모색 중에 있다.
최근 여행 트렌드에 맞춘 신상품 출시 역시 그 중 하나다. 이에 해외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특정 국가와 관련한 혜택에 초점을 맞춘 상품 출시나 마케팅을 준비해왔던 카드사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반일사태를 기점으로 그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의 한일외교 문제가 해결된 후에 기존 일본 관련 상품이나 혜택과 관련해서 다시 홍보를 재개한다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며 "그렇다면 관련한 혜택을 받아야 할 고객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추후에 특정 국가, 예를 들면 중국이나 동남아 등 관련 상품이나 혜택들에 대해 구상했다가도 지레짐작하고 기획단계에서부터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심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