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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일류병원 웅대한 선포 동아대병원...시작부터 '삐끗'

시술환자 의료과실 의혹사...개원 이래 첫 자교 출신 원장 배출 '잔치분위기'에 찬물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9.07.10 15:17:57

[프라임경제] 부산 동아대학교는 해방 이후 많은 인재를 배출해 조국 재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과는 나름 명망이 있으나 이과 쪽은 역사가 짧다는 평판이 뒤따르기도 했다.   

일찍이 대법관을 배출하는 등 법조와 학계에 넓게 발을 걸치고 있는 동아대 법대는 부산대 등 같은 지역 내의 경쟁자들과의 비교는 물론 전국 단위의 평판에서도 별로 밀리지 않는다. 다만 의과대학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 입지가 문과 쪽 만큼은 아니라는 평이다. 대학병원 인지도에서도 부산대병원이나 백병원을 앞서지 못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 의대지만, 출범 30년을 넘어서면서 이제 뿌리를 더 힘차게 뻗어나가고 가지를 뻗으면서 동아대 위상을 높이는 징후가 근래 보인다.   

특히 이런 발전상은 의대와 부속병원의 유기적인 관계에 기반해 더 눈길을 끈다. 1990년 개원 이래 이제 30주년을 바로 목전에 둔 동아대병원은 지난달 20일 첫 자교 출신 원장 부임 기록을 세웠다. 1985년 봄 의예과가 신설된 이래 동아대 의대 1기생인 안희배 원장이 이번에 원장이 된 것이다. 이제 동아대 의대는 스스로 뽑아서 교육한 인재가 선대 스승들의 학문적 후속세대가 되고 자체 병원까지 이끌게 되는 자기완성 학문집단으로 거듭나게 됐다.

안 원장은 취임일성으로 고객의 미래를 약속하는 '비전 2040'을 선포하고, 전문진료·교육연구·소통화합·안전확립·첨단의료 등을 병원이 지향해야 할 핵심가치로 정했다.

그런 자교 출신 첫 원장의 기록이 작다면 작은 사고 하나로 흔들리게 돼 유감이다.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환자가 시술 후 답답함을 호소했으나 결국 혈액검사 등 간단한 추가 조치 없이 심전도 판독에만 의존한 의료진의 안일함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 측은 뒤늦게 워낙에 위험한 환자였고, 1차 시술 후 2차 시술도 이뤄져 사망 확률도 높았다는 등 여러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위험한 환자였다면 왜 제때 그런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또 막상 환자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내려보내기까지 하는 조치는 어째서 진행된 건지 전혀 말의 조리가 없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지난 달 19일 환자는 2차 시술 후  돌연 심정지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무려 10여 시간동안 가슴 답답함과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이를 시술에 따른 불안증세로 보고 정신과와 협진을 진행 하는가 하면, "당장 내일 퇴원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양호하다"며 대수롭지 않은 투로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켰으나, 환자는 더 이상 걸어서 병원문을 나서지 못했다. 현재 병원 측은 의료과실 책임을 묻는 환자가족들과도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신임원장은 언론과의 취임 인터뷰를 통해 "심뇌혈관센터와 응급의료센터 운영 경험을 살려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수술 잘하는 병원으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립심혈관센터 유치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현재 전남 장성군과 대구시 등과 경쟁 중이며 총 5000억원(건립비 3500억, 운영비 1500억)에 이르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안 원장은 "동아대학교병원은 심혈관센터 분야에서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다. 지역에 노령인구도 많고 연구 인프라도 풍부해 국립심혈관센터가 들어설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상태이며, 부산시와 협업을 통해 관련 심포지엄을 계획 중이다"라고 희망 섞인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안 원장의 이런 병원사랑 듬뿍 밴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사망환자는 막힌 심혈관을 뚫어 주는 스텐트시술을 받고난 뒤 빚어진 결과이고, 안 원장 취임식 바로 전날에 벌어진 상황이라 더욱 얄궂다. 

스스로 완전성과 최상의 노력으로 무장했다고 자부한다고, 남 역시 그걸 나의 실력으로 인정해 주는 건 아니다. 더욱이 의료인의 경청 자세와 기초 판단 영역부터 문제가 생긴다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위와 같은 상황까지 선제적으로 막지 못해 사망사고로까지 치닫는 의대와 병원에 지역 사회 그리고 경쟁 대학들의 인정과 선망이 과연 가당키나할까?

동아대가 오랜 역사에 걸맞게 학내 여러 구성원들의 다양하고도 고른 발전과 주변의 높은 신뢰를 두루 얻었으면 한다. 그걸 위해서, 동아대 의대는 이제 자교 출신 원장이 나온 걸 발전의 일단락으로 여기지 말고 오히려 더 엄격히 제식구들을 단속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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