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의미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새로운 희망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 7일 초저출생 시대에 맞서 전국최초로 난임 시술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다소 획기적인 출산 대책마련에 나서 화제다.
오거돈 부산시장. ⓒ 프라임경제
부산의 난임 가구수는 전체 가구의 14%인 2100여 가구, 시가 이번에 주목할 만한 조치를 발표한데는 난임 부부의 애끓는 사연을 담은 한통에 편지가 손주를 둔 오 시장의 마음을 움직인데서 비롯됐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오 시장과 세명의 난임 가정이 함께 자리했다. 오 시장은 난임 대책을 발표한 후 이처럼 신속한 결정을 내리게 된 데는 "난임부부의 절절함이 묻은 편지에서 비롯됐다"며 마이크를 한 난임 가정에 넘겼다.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카메라와 취재진들 앞에 선 난임 여성은 그의 남편이 오 시장에게 쓴 사연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다. 올해 결혼 10년차로 43세라고 나이를 밝힌 남성은 먼저 "시장님은 손주가 있나요?"라고 묻고는 "현재까지 7차 난임 시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임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좀더 일찍 난임 시술을 안받은 것이 후회스럽다"며 2세를 갖지 못한 책임을 먼저 자신에게 돌렸다.
이어서 부부가 난임 시술을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겪은 서글픈 사연을 써내려갔다. 병원의료진은 수차례의 시술에도 임신이 되지 않자 아내를 향해 "젊을 때 얼마나 놀았으면...쯧쯧..."라며 비아냥과 조롱 섞인 언사로 우리부부의 가슴에 씻기 힘든 치욕의 상흔을 안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게 바로 돌잔치"라며 "아이의 성장동영상을 볼때면 우리부부는 마치 죄인이 된 양 자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슬그머니 밖으로 나와 서로 부둥켜안고 운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면서 난임 가정이 아니면 모를 심경을 밝혔다. 글을 읽는 동안내내 차분함을 유지하던 아내는 이 대목에서 그간에 서러움이 복받친 듯 그렁거리며 참았던 눈물을 끝내 쏟고야 말았다.
마지막으로 오 시장을 향해 "내년에는 꼭 아빠소리 듣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남긴 채 글을 맺었다.
◆저출생과 저출산은 본질부터 달라...의학적인 치료를 통해 70~80% 임신 가능
저출생은 자의적인 성격이 강한 저출산과 달리 아이 낳기를 원하지만 임신이 되질 않아 자연적으로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난임이 주된 원인으로 대두되며 아이를 전혀 갖지 못하는 불임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돼 진다.
난임은 1년간(단 여성은 만 35세 이상 6개월)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즉 임신을 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난임은 모든 부부의 15~20% 정도가 경험 하는 매우 흔한 문제며, 의학적인 관점에서 진단과 치료를 통해 70~80%가 임신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배란검사 △나팔관 및 복막 유착 검사 △정액검사 △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난임 여부를 알 수 있다. 치료법으로는 배란을 원활하게 돕는 배란 유도와 정액을 자궁 안으로 주입하는 시술인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시술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본인부담금(비용)이 발생하고 과정 또한 간단치 않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30여 개의 의료기관에서 난임시술인 체외수정·인공수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부산시는 연간 14억원의 예산확보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즉각적이고 신속한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난임 시술비는 대상자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된다.(단, 현재 국가지원을 받는 기준중위소득 180% 이하인 자는 제외)
또 최대 50만원 이내 1인 10회까지 최대 500만원의 본인부담금 지원을 통해 난임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난임 주사제 투약은 300여 개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대상자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주사제 투약 비용 1회 1만원씩, 최대 8주 동안 총 56만원을 지원한다.
또 난임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난소 나이 검사에 드는 본인부담금을 지원한다. 결혼 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만 35세 이상은 6개월 이상),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비 6만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부산시는 2014년부터 시행 중인 한의시술을 통한 한방난임 지원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지역은 전국 고령화인구 1위로, 인구수 역시 가파른 감소세로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인구절벽으로 인해 멀지않은 장래에 도시기능마저 위협 받게 될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고 한목소리로 입을 모은다.
이번에 오거돈 시장이 전국 처음으로 내놓은 난임 가정들의 '원하는 임신'을 적극 지원하는 저출생 대책 조치가 매우 적절했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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