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여의도25시] '공공의 적'이었던 '부산시 왕특보'의 변신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12.28 17:45:43

[프라임경제] "정곡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 자기 몸에서 구한다." 

공자님의 말씀입니다. 모름지기 군자라면 자신이 쏜 화살이 과녁을 빗나갔다면,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문제의 원인 및 해결방안을 모색합니다. 활과 화살을 탓하거나 바람과 과녁을 원망하는 등 타인에게 문제의 원인을 전가하는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감정의 배설은 결코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가르침이죠.

부산시 공무원들 사이에 '왕특보'라 불리는 이가 있습니다. 박태수 정책특보입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그를 통하지 않고서는 시장실 문턱을 넘을 수 없다 해서 붙여진 별칭이라고 합니다.  

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고위직으로 분류되는 실·국장들조차도 결재판을 들고 왕특보를 먼저 만나고 나서야 시장실 문지방을 넘어 설 수 있었다고 하니 그의 위세가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 직원들과 월권 문제로 다툼이 일고 갈등을 빚으면서 일각으로부터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낙인 찍히기도 했다네요. 급기야 직원들 입에서 '무능한 군주를 상왕에 앉히고 섭정 하는게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공의 적'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이랬던 왕특보가 부산시 직원들을 향해 화해의 손을 내밀었습니다. 공무원 게시판을 통해 그간의 사정에 대해 진솔하고 선명한 그리고 솔직담백하게 과오를 인정하면서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지난 6개월은 맞춤의 시간.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시장님이, 부산시정이 비판에 노출되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다"며 비난의 과녁이 된 자신을 되돌아 봤습니다.

이어 "일반직과 정무직은 서로의 차이가 존재해 업무 방향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았다. 특히 정부 출범 초기에는 더더욱 삐걱대는 시간이 불가피 했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또 "이미 선거 기간과 그 이전부터 부산시 개혁을 시장님과 혹독하게 논의해 왔다.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해야 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고 일련의 개혁 과정에서 벌어질 직원들과의 갈등을 이미 예견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집니다. 

그러면서 "최근 국비 확보 성과는 탄탄한 부산시 조직력과 노하우 여기에 정무직들의 중앙정부 네트워크가 어우러져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며 시 공무원들을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향후 자신의 거취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새해부터는 전반적인 시정의 관리와 운영은 기존 공무원에 맡기고, 정무직은 시장의 공약사항 관리, 일정 등에 한정 짓는 한편, 자신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 물 문제 해결, 평화시대 부산의 역할에 관한 부분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쥐고 흔들던 곳간 열쇠를 안주인들에게 내어 놓고 본인은 중앙정부를 상대로 바깥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아울러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으로 고쳐 메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 그동안 입방아에 올라 지적돼 온 관사와 관용차을 반납하고, 차량은 필요시 배차 받아 사용토록 하고, 집무실 또한 개인 업무공간과 회의공간을 명확히 구분지어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사도 보였습니다. 

끝으로 "그간에 갈등은 온전히 저의 부족함 탓. 평생의 대부분을 들판에서 살아온터라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좀 투박해서 일어 난 일들이니 재차 넓은 이해를 바란다"면서 "책망과 갈등은 지나갈 시간에 남겨두고 다가올 2019년은 격려와 화합만 충만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맺습니다. 

'왕특보'라 불리던 이의 이 같은 태도 변화를 두고 시 안팎에서는 그가 새해부터 실제로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주목하는 분위기 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