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바람 아래 하얀 물결이 부서지고 배가 떠다니는 아름다운 부산 풍경을 앞에 두고 어찌 평범한 음식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건 호텔리어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때로 화통한 사업 이야기를, 은근한 사랑 이야기를 나눌 때 함께 드는 음식은 그날의 화룡점정이어야 한다. 그렇게 '맛의 천국(파라다이스)'을 꿈꾸는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스토리를 보자. <편집자 주>
'7성급 뷔페'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럭셔리 뷔페 레스토랑 '온 더 플레이트(On the Plate)'를 설명하는 표현에 잠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대표 뷔페식당이 이름을 바꾸고 새롭게 탈바꿈한 게 지난해 6월. 이제 막 돌을 맞았으니 성공적 안착이라 평가할 만하다.
이미 까다로운 국내 미식가들로부터 끊임없이 사랑받아온 뷔페식당 에스카피에(Escoffier)가 리뉴얼을 통해 온 더 플레이트로 변신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온 더 플레이트에서는 최고급 식재료를 이용,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세계 여러 진미를 맛 볼 수 있게 됐다는 자신만만한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 뒤따른다. 그래도 7성급 같은 표현은 좀 심하게 과장된 게 아닐까? 특히나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그간 과장된 허장성세로 사람을 맞이한 바가 없어 이 표현이 더 눈길을 끈다.
일단 부산의 호텔 별 전쟁(무궁화 전쟁) 이야기와 뷔페의 대변신 이야기 맥락을 들어보자.
◆ 특급호텔 전쟁에서도 위풍당당, 이제는 7성급 뷔페로 2라운드
1981년 파라다이스비치라는 이름을 쓴 이래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부산 대표 명소로 평가받아왔다. 무궁화 5개가 그려진 5성 호텔의 시대는 물론, 공식 호텔 등급 분류상 특1급으로 6성급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정평 속에 부산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웨스틴조선·파크하얏트·그랜드·서면 롯데·농심호텔 등과 함께 부산 호텔업계를 주름잡아온 그간의 세월 속에 몇몇 강력한 도전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세계적 호텔 브랜드 힐튼월드와이드가 직접 운영하는 6성급 힐튼부산이 기장군에 문을 열었고, 일본계 컨소시엄인 세가사미부산이 부산에 상륙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적도 있다.
이 같은 판도 변화에 발맞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도 2014년 초부터 신관 건물 전면 개보수 공사를 벌이는 등 공을 들였다. 1997년 신관 개관 이후 객실 개보수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렇게 치열하게 외형적 시설과 서비스 만족도에 대해 손질을 하다 보니, 먹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없을 수 없는 게 당연지사. 하지만 잘 하고 있는 영역을 고칠 때엔 조심스러운 법, 새롭게 손질을 해야 한다는 논리와 섣불리 어설프게 바꾸는 대신 최상의 아이템을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 사이에 줄다리기가 불가피했다. 결국 확실히 '한 판 승부수'를 띄울 준비를 하면서 리뉴얼한 게 바로 지난해 6월의 이야기였다.

멀리 타국의 새 문물을 찾아 떠난 실크로드의 모험처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식구들도 긴 미식로드를 누비면서 궁극의 맛을 찾아냈다. ⓒ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새롭게 간판까지 바꾸며 등장한 온 더 플레이트는 그래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호텔 역사를 통틀어 가장 농밀하게 공을 들인 야심작 중 하나다. 공식 편제에도 없는 '7성급', 혹은 '뷔페가 아닌 뷔페' 같은 자화자찬을 택한 것도 그런 자신감 때문.
그 자신감에는 먼 거리를 누비면서 궁극의 맛을 찾아낸 수많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쿡들의 노력이 특히 짙게 배어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멀리 신라까지 찾아왔던 아라비아 상인들처럼, 먼 길 고생을 마다않을 만한 무언가를 이들은 찾아낸 듯 하다.
◆ 지구 반 바퀴, 실크로드 부럽잖은 미식로드 고생 감수, 왜?
"통영은 원래도 맛과 멋으로 잘 알려진 곳이죠. 하지만 근래 통영 하면 떠올려야 할 새 아이템이 있습니다. 바로 욕지도. 국내에도 일본 못지 않은 참치를 양식하는 곳이 통영 인근 욕지도에 있습니다."
합산 거리 총 1만5184Km. 마카오와 도쿄에 날아가 뷔페 트렌드를 연구하고, 빵의 맛을 보강하기 위해 오사카에서 제빵 이슈를 섭렵했다. 지리산 흑돼지와 태안 쭈꾸미 등 소문난 아이템이야 당연히 조사와 수급 계약 범위에 들어간다. 경북 봉화산 최고급 한우와 어울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밀양·청도·창원 등에서 맞춤한 물품들을 찾아냈다. 참치의 경우, 욕지도에서 눈에 차는 걸출한 수준의 물건을 찾아냈다고 한다.

육즙이 살아있는 고기, 싱그러운 향과 아삭한 식감의 야채와 과일을 찾아 사용하는 게 온 더 플레이트의 자랑이다. ⓒ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지구를 한 번 돌면 약 4만Km라 한다. 그러니, 온 더 플레이트를 꾸릴 때 준비작업단 소속 요리사와 직원들이 누빈 거리만 해도 지구를 반 돌 정도의 엄청난 거리였던 셈이다. 비행기가 있는 시대라 해도, 만만찮은 거리다.
이미 잘 알려졌기에 빼놓을 수 없는 명작 식재료를 수급할 길은 물론, 숨어있는 맛을 발굴하고, 이전에 없던 새 다크호스 식재료들의 포인트도 짚어내겠다고 돌아다닌 길. 이들 미각 원정대 역할을 맡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대표선수들 면면을 상상하니, 마치 낙타 등에 올라 중국 더 나아가 신라까지 오갔다는 아라비아 상인들의 실크로드 행렬을 떠올릴 때처럼 엄숙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식구들은 왜 이런 고행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일까? 특히나 웬만한 것은 전화와 팩스, 인터넷 주문 등으로 쉽게 해결할 길이 열려있는 시절인데 말이다.
그것은 세계 최고의 미식을 다이닝을 꿈꾸면서 온 더 플레이트가 내건 꿈, '올 데이 다이닝(All Day Dining) 레스토랑 같은 뷔페'를 고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야심 때문.
◆ R&D 센터 등 노력까지 합쳐져, 맛의 천국 잡아내다
한 차례 차려놓고 손님을 맞이한다는 게 아니라, 항상 고객들에게 따뜻한 최상의 식사를 새롭게 요리해 내놓듯 하는 뷔페, '뷔페 아닌 뷔페의 역설'을 완성하려면 좋은 식재료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부산에 위치하고 있는 호텔, 그리고 뷔페 레스토랑으로서 로컬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는 문제의식도 한몫 했다. 이를 위해 리뉴얼을 계획했던 시기부터 오픈까지, 파라다이스만의 차별화된 식자재 발굴과 온 더 플레이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이제 그 열매가 호평을 얻고 있다.

중국 본고장의 맛을 재현한 온 더 플레이트의 딤섬.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로컬 호텔의 한계를 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 흔적이다. ⓒ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앞서 미각 원정으로 표현한 이 초장거리 여행은 그래서 앞으로도 소중한 파라다이스 부산만의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턱대고 열심히 부지런히 돌아다니라는 주먹구구식 탐색이 아니라, 호텔이 전폭적으로 체계적으로 이런 맛 탐험을 지원하기 위해 '파라다이스 푸드 R&D 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조직을 특급호텔 최초로 개설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한 자부심이다.
누구보다 식재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호텔 출신 마스터 셰프들을 비롯,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리의 대가들을 초빙하며 소중한 컨설팅을 받고, 그 아이디어는 다시 일선에서 부지런히 국내외 각지로 오가는 고단한 길을 마다않은 쿡들의 열정으로 구체화됐다.
원래 해당 지역을 가야만 경험할 수 있는 제철 지역의 식재료들을 잘 활용한 뷔페가 그래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에서는 한꺼번에 압축적으로 고객들 앞에 차려질 수 있었다. 차별성을 높인 부산 파라다이스의 온 더 플레이트가 자신있게 입맛이 돌아오는 계절, 가을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