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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다 위 보름달 예찬' 힐튼 부산 장 세바스티앙 클링 총지배인

[힐튼의 실험 ④] 함께 '열일' 해주는 직원들 있어 행복 "난 천상 호텔리어"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7.18 11:20:37

화려한 호텔 전경과 아름다운 기장앞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맥퀸스 바 루프탑 야외 테라스'. ⓒ 힐튼 부산

[프라임경제] "해운대 말고, 아름다운 기장 앞바다를 보셨나요?" 부산광역시 기장군이 2018년 여름 동남해권 휴가의 키워드로 부각될 전망이다. 그 풍광이 뛰어나면서도 한적한 옛 어촌의 분위기도 아직 남아있어 이색적인 즐거움을 더한다. 멀고 불편한 외곽도 아닌, 부산역에서 30분, 김해공항에서 45분 거리, 그곳에 힐튼 부산이 있다. 이제 막 돌잔치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부산 호텔업계에 자리를 잡은 힐튼 부산의 신화를 뜯어본다. <편집자 주>

"저희 건물 옥상에 마련된 바에서 술잔을 기울여 보셨나요? 때마침 보름이면 더 좋지요. 한잔하며 바라보면, 바다를 비추는 보름달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보름달, 즉 '풀문(Full Moon)'은 서양인들이 꺼리는 대상이다. 늑대인간의 전설에서처럼 사악한 기운이 득세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출신이라는 장 세바스티앙 클링(Jean-Sebastien Kling) 총지배인은 천연덕스럽게 보름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자기가 근무하는 호텔이 갖춘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동양적 정서를 이해하고 푹 빠질 수 있는 여유와 호탕함이 어려운 오픈 상황에도 직원들 전체에게 신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클링 총지배인은 프랑스-독일 국경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맛있는 것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에 반하는 기질 외에 '일하는 스타일'은 딱 부러지고 실용적인 독일 스타일이라고 힐튼 부산의 한 직원은 귀띔했다.

호텔리어의 가장 영예로운 자리, 한 지역의 얼굴인 힐튼 호텔을 총괄하는 총지배인까지 오른 그는 정작 어려서부터 호텔리어를 꿈꿨을까?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내젓는 그는 다만 "미식을 추구하는 우리 프랑스의 성격이 구석구석 배어있는 점이 결국 나를 호텔로 이끌었다"고 지나온 날을 요약했다.

그럼에도 전공은 결국 호텔경영을 택했고, 이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글로벌 노매드의 삶을 살고 있다. 부인도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 출신으로 맞아들인 국제결혼파다. 부인도 호텔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면서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있어서 외국 생활이 고달프지만은 않다고 이야기한다.

"어느덧 20년을 호텔 근무를 하며 보냈고, 8개국을 돌았다. 내 아이만 해도 말레이시아, 영국,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본 국제적 꼬맹이다. 호텔에 들어온 것, 힐튼 가족이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프랑스 출신 장 세바스티앙 클링(Jean-Sebastien Kling) 힐튼 부산 총지배인. ⓒ 힐튼 부산

◆8개국 돌아다닌 20년 공로, 아름다운 한국 앞바다의 선물 받다
 
도심의 복잡함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바다. 힐튼 부산은 부산광역시 중심가에서 벗어난 기장군에 위치를 잡았다. 싱그러운 바다 그 자체의 매력에 오래 전 어촌의 분위기가 아직 남아 어우러지는 묘한 매력의 공간이다. 그럼에도 또 하나의 숨은 장점이 있다. 부산 서면 시내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은 해운대 등 전통의 부산 관광 중심지 대비 강렬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가진 공간으로 힐튼 부산의 의미를 부여하는 기본 밑천이 되어 준다.

힘들지는 않았느냐, 지난 1년새 가장 꼽을 만한 애환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클링 총지배인은 "앞서의 기록을 매번 갱신하며 성장해 나가는 자체가 새 호텔을 이끄는 자의 기쁨이다. 일하는 만큼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그가 말하는 직원들의 도움이란 이른바 '오프닝 멤버'들의 노력을 말한다. "지난 20년새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일했고, 새 호텔의 문을 여는 준비 작업에도 동참했었다. 그런데 그게 쉬운 게 아니다. 하도 힘들어서 일단 성공적으로 테이프 커팅을 하면 많은 준비 요원들은 일단 그로기 상태가 되기 쉽다"고 그는 말한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른 곳으로 옮기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힐튼 부산의 경우 달랐다. 그는 "이제 막 창립 1주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오프닝 멤버들 상당수가 남아줬다. 그들과 함께 다양한 노력 끝에 우리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매출이 성공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힐튼 부산 인피니티 메인 풀 전경. 호텔에는 루프탑에서 느긋한 수영을 즐기는 맥퀸스 풀과 성인전용 풀 등을 별도 운영하고 있다. ⓒ 힐튼 부산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일까?

해운대 같은 도심 한복판의 인공적 매력과는 다른, 그럼에도 해운대며 부산역, 서면 등 다양한 중심 지역까지 한달음에 닿을 수 있는 곳에서 '지금껏 경험해온 부산 여행과 다른' 새 부산을 느껴보라는 발칙한 제안을 하는 힐튼 부산의 약진에 여러 부산권 호텔들이 경악하고 있다.

참고로 금년 1월은 힐튼 부산에게는 대단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바람 센 바닷가라 영업이 쉽지 않을 시기(비수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이시기 객실점유율이 무려 75%에 달했다는 것. 손꼽히는 부산 명소와 연계할 수 있지만, 호캉스(호텔에서 보내는 바캉스) 그 자체에 빠져 시설 밖으로 나가지 않고 느긋하게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오픈 1년 만에(힐튼 부산은 지난해 7월1일 문을 열었다) 널리 입소문을 탔기에 일어난 대형 사고였다.

클링 총지배인은 "MICE(마이스: 켄벤션, 박람회, 국제행사 등 대규모 인파를 불러모으는 집객 행사를 치러내는 복합산업)도 더 잘 해보고 싶다. 실제로 바다 가 보이는 공간에 우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행사장 구하기가 어디 쉬운가?"라고 반문했다.

◆첫돌 무사히 치러내고, 이제 마이스 잡으러 간다!

그의 미니 브리핑에 따르면, 1500명 수용이 가능한 그랜드 볼룸 등의 연회장은 대규모 국제 행사와 럭셔리 브랜드 런칭 행사, MICE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유치했다. 주로 서울에서나 열리던 수입차 론칭 행사를 지난해 부산권 호텔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유치에 성공했다며 클링 총지배인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실제로 힐튼 부산은 개장과 동시에 부산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아름다운 바다 전망만 해도 매력적인데 품격있는 프라이빗 휴식 공간, 최고급 시설과 서비스로 데스티네이션(Destination) 호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더욱이 이런 개인 고객 대상 서비스(B2C)에 금상첨화로 대형 행사 등을 넉넉히 치러내는 B2C 영역까지 겸비하면서 힐튼 부산의 매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또 하나 그의 매력은 아난티와의 협력을 기대 이상 잘 해 내고 있다는 것. 그는 '아난티가 시공, 소유하고 힐튼이 영업과 운영을 책임지는 모델에서 총지배인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기자의 짐작에 "우리에겐 호텔 개업 전 5개월을 맞춰 온 '마리아주(궁합)'가 있다"고 되받아쳤다.

"우리 힐튼 부산은 힐튼 그 자체의 매력에 아난티의 장점이 더해진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바다를 바로 볼 수 있는 대형 연회장과 초대형 풀장, 거기에 아난티타운의 이국적인 모습과 시설이 더해짐으로써 고객의 발길을 더 이끌어내지 않았느냐는 게 클링 총지배인의 해석이다.

아난티와 힐튼 간의 협력으로 힐튼 부산은 럭셔리한 귀부인적 이미지부터 발랄한 20대 초반 숙녀의 매력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호텔 모델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크고 웅장한 점이 두드러진다는 과거 힐튼의 전형적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힐튼의 완성이 총지배인의 책임이다. 무거운 부담을 그는 다음 생에서도 또 받아들일까? "다시 태어나도 호텔에서 일하고 싶은가? 총지배인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 직원들이 있어서 행복하니 기꺼이! 난 호텔리어다"는 게 그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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