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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러운 '가덕도 말장난'? 오거돈 노리는 '앵커링' 검은손

'조기 레임덕' 위험성 밀어붙이며 항복 요구? "원로 관료 이렇게 욕보여서야"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7.14 13:51:43

[프라임경제] '중앙 프레임'이 부산광역시 공직사회의 자긍심에 먹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신공항 프로젝트의 향배를 다투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는 시대적 상황에도 역행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바로 오거돈 부산시장과 신공항 부지 재검토 논란이다. 부산 지역에서도 사람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과거 가덕도와 밀양 안을 놓고 신공항 부지 선정 논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경제성 검토에서 두 안이 모두 적절하지 않다는 소리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기존의 김해공항을 일부 증설하는 안 즉 김해신공항안으로 절충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오 시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 국면에서 김해 대신 가덕도 재추진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이후에 오 시장의 행보는 다소 숨고르기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신의 행보에 경북권에서 크게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둘째치고, 중앙 언론사들도 각종 공격을 퍼부었다. 오 시장 진영은 관련 TF의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공을 일단 넘겼다. 

논란 촉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앵커링 효과 노려?

그런데 10일을 넘기면서 몇몇 매체가 오 시장과의 인터뷰에서 가덕도 재추진 질문을 한 점, 13일에 부산시 대변인실에서 브리핑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어느 인터뷰 혹은 분석기사나 브리핑 문서든 간에 그 자체의 힘으로 재해석 및 추가적인 의미 부여가 일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논란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러 언론사가 지금 인터뷰 혹은 그 이후의 인터뷰 내용 비판 및 분석 등을 통해 지적하는 것들은 각각으로 보면 모두 결이 다르다. 하지만 이를 모두 겹쳐놓고 보면, 대단히 위험한 그림이 나온다. 오 시장을 흔드는 쪽으로 에너지 수렴이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래서 가덕도를 한다고, 안 한다고?"로 신공항 부지 재검토 논의를 해 보자는 오 시장에게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가덕도를 하고는 싶은데 제대로 말을 못 하며 어물거리고 있다'며 오 시장과 부산시 공무원 일부까지도 공격하는 패턴이 연출되고 있다. '김해는 일단 아닌데'라는 정도로 말하는 이들에게 언론이 거칠게 "그래서 밀양으로 가도 된다는 것이냐?"라고 마이크를 코 밑까지 들이민 셈이다. 

이 같은 공세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은 공보조직이다. 신임 대변인조차 부임한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도저히 답이 나올 수 없는 일에 거친 공세를 진행하고 있는 것.

이쯤에서 솔직히 고백할 일이 있다. 본지 기자들도 물론 '어그레시브하게' 취재를 하거나 현안 이면을 밝히고자 분석 기사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그래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의견이 없는 것인가?"라고 묻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있다. 

우리의 기사가 얼마든 왜곡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음에 대해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 아울러 우리가 왜곡된 그림을 고의적으로 만들기 위해 달려가지는 않는다는 바탕에 깐 것이어야 한다. 지금 각 언론사가 각자의 가덕도 문제를 던지고 있으나, 상당수 언론은-지방지와 중앙지를 막론하고-오 시장과 부산시 공무원들을 무릎꿇리는 데에만 급급해, 암묵적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가덕도냐 아니냐'를 두고 자꾸 논의를 재생산하다 보니, 정말 중요한 점을 놓치고 그 주변으로만 이야기가 한정된다. 일명 '앵커링 효과'다. 닻을 내리면 결국 아무리 큰 배라도 그 주변을 맴돌다 정박하게 되는 것처럼 선점된 논의 범위 이상으로 상대방이 나가지 못하게 묶는 전략이다. 

그러니 오 시장이 아무리 "김해를 확장해서 쓰자는 지난 번 결론 자체가 문제가 많다. 산 일부를 절개해야 하는데 그런 점도 간과됐다는 의혹이 있다. 소음 논란도 다시 수준과 범위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해도 부각 자체가 안 된다. '안전과 국민 복리', 이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신공항 이슈의 본령인데도 말이다.

한 부산 지역 교수는 "중앙 언론의 프레임으로 생산된 기사들이 신공항 문제를 계속 지배해 왔다. 문제는 그 이면에는 인천으로 와서 타고 장거리 노선 이용하면 되지, 즉 서울 중심 구도에 순응해서 살면 되지 왜 영남권 자체가 신공항이니 관문공항이니 요구하냐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오 시장이 어떤 말을 해도 그런 '중앙 프레임'은 '건방짐'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다. 그게 우려스럽고 화가 난다"고 짚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임기 시작 직후에 태풍 비상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을 덮친 태풍으로 취임식도 취소하고 현장에 매달린 모습이다. ⓒ OK오거돈 공식블로그

여기서 오 시장의 이번 집권까지의 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14년 만에 부산시로 금의환향했다.

197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30년 이상 공직자 생활을 하던 그가 정치에 발을 담근 것은 바로 부산시장직에의 도전 이슈 때문. 그는 2004년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끝으로 부산시를 떠났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시장 못 해서 환장했다'는 인식, 가덕도 공세로 부활 조짐 

이후 그는 2006년과 2014년 시장 선거에 나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동안 해양수산부 장관, 한국해양대 총장을 지냈지만 시장직에 대한 갈망은 그의 뇌리에서 잊혀진 바 없다. 결국 이번 6.13 도전에서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민주당 물결을 타고 시장직 쟁취에 성공한 것.

그런 그를 놓고 '노욕' 아니냐는 공세가 치열했다. '원풀이로 시장이 되고 나서가 더 문제다. 장기 비전이 없다'는 식의 우려는 그래서 생산적 논쟁이었으나 그저 공격적으로 '시장을 꼭 하고 싶을 뿐인 욕심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인간'으로 프레임을 짜는 공세는 지나치다는 우려가 선거 기간 내내 높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집권 후 열심히 새 판을 짜려고 의욕적으로 활동 중인 그에게 가덕도 재추진론이 발목을 잡고 나섰다. 물론 개개의 분석이나 답변 요구, 문제점 지적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

왜 공약에는 가덕도를 신공항 부지로 적극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열린 논의(김해는 문제가 많으니 일단 그 문제부터 다시 짚어보자. 신공항 후보지가 어디여야 하는가는 그 다음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쟁해도 늦지 않다)'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을 언론에서는 참지 못한다.

"그래서 어딘데?"라는 공세가 지방지와 중앙지를 막론하고 부글거리고 있다. 가덕도 추진안에 가깝든, 김해 안건 폐기를 꺼낸 자체가 불쾌하다는 인식을 바탕에 깐 것이든 간에 "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느냐?"는 일면 타당해 보이는 겉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당수 언론사들의 지적이 순수한 취재와 해석론 전개가 아니라고 본다. 빨리 오 시장을 링 위로 끌어올려 난타해 조기에 신공항 재검토 논의를 무력화하자는 계산이 도사리고 있지 않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

지금 난타전에 지치면 오 시장이 백기 투항을 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서병수 전 시장의 가덕도 포기 이후 행보를 벤치마킹한 공략법 아니냐고까지 이를 해석하고 있다. 서 전 시장은 가덕도로 공항 문제를 밀어붙이려 했고 한때 여기에 '직을 걸겠다는' 결기까지도 내비쳤다.

그러던 그가 결국 순식간에 식언을 하고 꼬리를 말았다. 여기엔 중앙 정부 요로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호사가들은 보고 있다. 그 이후 서 전 시장은 신공항 포기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이때부터 레임덕 아닌 레임덕에 빠진 것 때문에 이번에 민주당에 시장직을 내준 것 아니냐는 종합 평가까지 나돈다.

결국 오 시장도 빨리 난타해서 아웃시키든지, 지금이라도 어중간하게 무릎을 꿇으면 다른 부산시정 기획과 집행에는 해를 가하지 않겠다는 압박이 지금 가해지고 있고, 이 모종의 흑막이 말하고 싶은 바를 전달하는 역할을 많은 수의 언론들이 (고의이든 아니든) 해주고 있는 구도라는 것.

'해양수도 부산' 위해 뛸 공직자들 '사기 꺾지 말아야' 

이런 신공항 이슈 난타전과 공보조직 전반까지도 적으로 지목하는 공세는 그러나 정말로 국익을 해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지금 언론에서 '그래서 지금 이런 브리핑 내놓은 건 무슨 소리냐? 밀양으로 가도 된다는 소리냐?'며 혹독히 다그치고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자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이나 치려는 조직'으로 몰아세우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 출신 인사는 "오 시장을 포함, 공무원들을 너무도 욕보이고 있다. 어떻게든 공직 기강과 조직, 그리고 의욕이 살아남아야 그 다음을 어떻게 수습하고 사업을 펼칠지 할 게 아닌가? 언론이 기사 욕심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이상의 뭔가가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라고 걱정했다.

학계에 몸 담고 있는 또 다른 인사 역시 "가덕도든 밀양이든, 다시 한 바퀴 돌아 김해든 부산 공무원들과 시장은 그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동북아 해양수도'로 부산을 띄우고 있기 때문에, 어디로 신공항이 최종 추진되든 부산 공직자들은 그 판에 맞춰 '열일'해야 한다. 지금 그 싹을 아예 자르고 있다"고 일갈했다.

'죽일지언정,욕보일 수는 없다'는 조선시대의 기준을 지금 신공항 재검토 논의를 꺼낸 오 시장 측에 베풀어 줄 것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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