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잊을 만 하면 고개 들던 한국GM 철수설이 이제는 계속 고개를 들고 있다. 군산 공장은 생산물량 급감으로 폐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고, 모기업 GM이 한국정부에 한국GM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앞서 국내 한 언론은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KDB산업은행 및 청와대 관계자 등과 가진 비공개 면담자리에서 이달 말 한국GM에 만기가 도래하는 본사 차입금 10억 달러(한화 약 1조619억원) 상환을 지원하면 국내에 연간 20만대의 생산물량을 배정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한국GM은 "악화된 경영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 생산계획 및 임금협상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을 뿐 정부에 투자를 요구한 일은 없다"고 반박했고, 산업부도 "신임 사장이 취임 인사 차원에서 산업부 장관을 예방한 것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쉐보레 말리부가 생산되는 부평 2공장의 조립 라인 모습. ⓒ 한국GM
이 같은 해명에도 한국GM은 여전히 철수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그동안 막연하게 거론됐던 분위기와는 다르게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GM이 △판매량 하락 △노동조합 등의 악재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GM은 내수시장에서 전년 대비 26.6% 감소한 13만2377대를 판매하며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더욱이 2014년부터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상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GM의 누적적자는 지난해 기준 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GM의 오펠을 인수한 푸조 시트로엥 그룹(PSA)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하던 오펠 물량을 유럽에서 생산해 유럽지역 가동률을 높인다는 회생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GM 철수설을 재점화 시키기도 했다.
한국GM의 경우 판매확대를 위한 뚜렷한 돌파구가 없는 상황에서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가동률 20%의 군산공장은 설비점검과 재고물량 소진을 위해 가동중단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부평공장에서도 생산량 축소와 함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65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물론, 지난 1월10일에는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노조와 어렵사리 2017 임금교섭을 마무리 했지만 문제는 지난해 임금교섭에서 불거진 핵심쟁점이 올해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바로 쉐보레 중형 SUV 에퀴녹스의 국내 생산 여부로, 철수설에 불안한 노조는 국내 생산물량 확보를 위해 에퀴녹스의 국내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GM 노사는 2018년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신속히 개시해 다음 달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이미 앞서 카허 카젬 사장이 "글로벌 쉐보레의 포트폴리오는 방대하고 많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쉐보레 제품은 글로벌 차원에서 GM의 여러 공장에서 생산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생산이 됐건 외국에서 생산이 됐건 일정한 비율로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며 에퀴녹스의 국내 생산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냉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한국GM의 존립 자체가 위협 받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GM 노사는 임금인상과 파업이 아닌 생산과 판매에 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노조는 그동안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는 부분파업과 철야농성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존은 안중에 없고 자신들 배만 불리는 듯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최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회사의 흑자전환을 위해 고객을 중심에 두고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GM
덧붙여 "물론, 노조가 자신들의 미래 보장을 위해 어쩔 수 없다지만 한국GM과 GM이 납득하기 어려운 파업이나 주장을 계속 내세울 경우 회사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구책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 방안이 철수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국내생산을 강요하기 보다는 스파크, 트랙스, 크루즈, 말리부 등은 국내에서 생산을, 일부 모델은 수입해서 판매하는 투 트랙 전략 방식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현재 GM은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데 다음 구조조정 타깃으로 유력하게 떠오른 곳이 한국GM이라는 것도 철수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GM은 수익성이 낮은 유럽과 인도, 남아공 등에서 잇따라 철수를, 장기간 판매부진과 첨예한 노사갈등에 휩싸인 캐나다 공장에 대해서는 인력감소 등 하며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앞서 인도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정리한 카허 카젬 신임 사장의 과거 행적이 주목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의 부임이 한국GM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GM은 디자인, 연구개발 등 한국GM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노사관계 리스크 등에 대한 부분을 우려스러워 하고는 있지만, 카허 카젬 사장이 향후 GM 본사가 추구하고 있는 한국GM 시스템 유지는 물론, 철수설 불식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는 행보를 보여줄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