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국내경제는 새 형태의 기업인 사회적기업이 등장하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힘을 얻어 육성되는 사회적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사회적기업은 '대기업의 지원'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하는 역차별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H-온드림'을 통해 육성된 '농사펀드'는 차별화 전략으로 역경을 이기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및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최근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거나 혹은 별도 설립하는 대기업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는 기업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함과 동시에 '착한 방식'으로 이윤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요즘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은 예전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초창기 사업내용과 관계없는 재정기부를 중심으로 한 지원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들어 사업 위탁이나 공동수행과 같은 파트너십 형성, 우선구매와 같은 형태의 지원이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청년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 환경·교육·복지 등 다방면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지난 2012년부터 'H-온드림 오디션'과 같은 맞춤형 창업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H-온드림 오디션은 매년 30개팀씩 5년간 150개 팀을 선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사회 혁신을 이끄는 청년 리더를 양성하고자 추진됐다.
농사펀드는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하는 해당 창업지원 사업에서 당당히 육성사업을 받아낸 대표 사회적기업이다. 무엇보다 농사펀드는 남다른 행보로 관련 업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에 농사펀드의 사업 진행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실패에 가까웠던 시범운영 '기틀 마련하다'
"농업인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지 않을까요? 농사펀드가 이런 농업인들의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
농사펀드는 농부와 도시 소비자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연결한다. 군중을 뜻하는 '크라우드'와 자금조달을 뜻하는 '펀딩' 합성어인 크라우드펀딩은 온라인상에서 불특정 다수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농부와 도시 소비자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연결하는 농사펀드는 소비자가 농부 농사계획을 보고 영농자금을 투자하면 수확 후 농산물로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 농사펀드
소비자가 농부 농사계획을 보고 영농자금을 투자하면 수확 후 농산물로 돌려받는다. 백미나 현미 등 쌀은 물론 현미 돈까스·백미 과자 등 가공식품도 판매하며, 이외 고구마 등 밭작물이나 된장 등도 가능하다.
농사 시작 전 계약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일반 직거래와 다르고, 농부가 상환계획을 직접 정하는 방식은 중간상인이 주도하는 '밭떼기'와도 차별화됐다.
박종범 농사펀드 대표는 "농사펀드로 인해 농부는 돈 걱정을, 소비자들은 먹거리 걱정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난 2003년 농촌마을 컨설팅업체 '농촌넷'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박 대표는 업무과정에서 여러 농가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으며 '정보화마을 운영사업단'과 '총각네 야채가게' 등에서 근무하면서 농촌 문제에 눈을 떴다.
이후 박 대표는 블로그에 올린 '농사펀드' 관련 아이디어가 호응을 얻자 그해 시범 운용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패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다만, 투자자 입소문 덕에 이듬해 목표액을 훌쩍 뛰어넘는 투자금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농사펀드' 기틀을 잡았다.

농사펀드는 백미나 현미 등 쌀은 물론 현미 돈까스·백미 과자 등 가공식품도 판매하며, 이외 고구마 등 밭작물이나 된장 등도 가능하다. Ⓒ 농사펀드 홈페이지 캡처
이렇게 시작된 농사펀드가 지난해 일궈낸 투자금은 1억6000만원. 매출은 총 투자금에 15% 수준이지만, 여기에 참여한 농가 수는 벌써 250여곳에 달한다. 올해에도 현재(9월 기준)까지의 투자금이 전년대비 2.5배 정도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4억~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회적기업과의 큰 차이점은 농사펀드가 공식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H-드림 육성을 마친 농사펀드는 현대차로부터 일정기간 사업비를 지원받고, 이외에도 홍보마케팅·인건비 일부·플랫폼 운영 교육을 제공받는다.
박 대표는 "왜 (사회적기업)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 자체가 사회적기업이지만, 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인해 오히려 사업 속도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형식적 인증에 의한 기회비용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입도선매(立稻先賣) 방식을 꾀하는 박종법 대표와 일문일답으로 대화를 더 이어갔다.
▲농사펀드 시스템 운영방식은?
-도시민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농업인은 초기 영농자금을 이자 부담 없이 마련할 수 있고, 판로 걱정 없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다. 투자금은 수확한 농산물로 상환하는 입도선매 방식이다. 기존 농산물 거래는 농업인이 농사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했다. 농사펀드는 물론 투자수익률이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는 금융펀드처럼 작황에 따라 수확물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어 농부들의 책임 부담은 현저히 낮아졌다.

농사펀드가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고 판단한 박종범 대표는 장기적으로 농협 역할을 대체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졌다. Ⓒ 농사펀드
▲투자자의 부담도 만만치 않을 텐데.
-투자자, 즉 소비자들은 중간유통상이 없어 시중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또 투자를 받은 농업인은 수시로 작물 상태와 과정을 인터넷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직접 농작물을 재배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농업인을 더욱 믿을 수 있다. 물론 수확 후 집으로 배달되는 농산물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양이 적더라도 과정을 모두 직접 확인했기에 기꺼이 이해하고, 오히려 산지 풍경이 그려진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농사펀드 설립 계기는.
-10여년간 사회에서 만난 농부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영농자금 마련이었다. 규모가 작은 중소농들은 더욱 대출받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농부는 농사만 짓게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 농부들의 자금 걱정, 판로 걱정을 덜어줄 방안으로 '농사펀드'를 생각해 2013년 2월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라며 반겨줬다. 여기서 용기를 얻어 그해 한 농가에서 시범적으로 펀드 운용을 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첫 반응은 어땠나?
아쉽게도 첫해 펀드 조성은 25명의 투자자에게서 250만원을 모으는 데 그치면서 실패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해 가을 쌀을 받아 맛을 본 25명의 투자자 입소문 덕에 이듬해(2014년) 목표액 76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1300만원이 모였다. 모내기할 때 이미 그해 쌀 판매가 끝난 셈이었다. 의외의 호응에 회사 다니며 가욋일로는 여러 농가를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렇게 이벤트 식으론 의미가 있을까 싶어 퇴사를 결정하고, 지난해 2월부터 농사펀드에 몰입했다.
▲현재 농사펀드 상황은.
-참여하는 농가는 250여곳, 투자자는 69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투자금은 1억6000만원이며, 올해에는 현재(9월 기준)까지의 투자금이 지난해보다 2.5배 정도 늘어나 연말까지 4억~5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의 경우 투자금액 약 15%를 수수료로 받아 사무실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쓰고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이 있는가.
-아직 규모가 작고 사업 초기인 만큼 별다른 문제는 없다. 다만 규모가 커지고 이해관계가 얽히면 농산물을 투자자에게 상환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도 간혹 있다. 하지만 투자금 절반만 선지원하고, 배송 완료 후 잔금을 농업인에게 전달한다. 이 때문에 고작 몇 백(만원)을 얻기 위해 어렵게 쌓은 신뢰를 잃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 혹시라도 있을 사고를 막기 위해 현장 확인과 설문 등을 거쳐 까다롭게 투자대상자를 선정한다.
▲농사펀드가 꿈꾸는 미래는.
-아직 사업 초기지만 농사펀드가 나아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장기적으로 농협 역할을 대체하고 싶다. 어떤 방향이든 농업인과 도시민이 모두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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