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동안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틀 안에 갇혀 현대자동차보다 관심을 덜 받으며 차별을 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검색 때도 기아차는 '생산차종 대부분이 현대차의 동급차종과 주요부품을 공유한다'라는 설명이 따를 정도다.
기아차는 모기업 기아그룹이 경영난을 겪은 후 지난 1998년에 국제입찰을 통해 현대차에 인수될 때부터 '서자(庶子)'로 취급됐다.
현대차그룹의 주력사업이 대부분 현대차를 위시해 진행되는 등 기아차는 항상 차순위로 밀렸다. 신차 발표는 물론, 차량에 적용되는 신기술 등은 모두 현대차의 역할이었으며, 기아차는 그 다음 차례였다. 이는 공식 아닌 공식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른 지금 서자로 인식되던 기아차가 현대차그룹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서자의 반란이 시작된 것.
무엇보다 인수당하면서 사라졌던 기아차만의 색깔과 차별점이 필요한 시기에 현대차와는 다른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업계의 평가다.
당시 기아차에서 일하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현 기아차 사장)를 영입했고, 이후 탄생된 K5가 쏘나타를 기본 삼아 만들어진 모델임에도 디자인을 확 바꾼 것만으로 소비자들의 많은 사랑을 이끌어냈다.
여기 더해 최근 기아차가 쾌속질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레저 열풍'. 기아차의 이미지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RV에 강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을 만큼 기아차의 라인업이 최근 대세가 된 RV에 주력한 결과라는 풀이다.
실제 기아차는 현재 △소형 니로 △준중형 스포티지 △중형 쏘렌토 △대형 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풀 라인업과 두 승합차 모델인 카니발과 카렌스를 포함해 총 6개의 RV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 4종보다 많은 것은 물론, RV 전문 브랜드 쌍용차(티볼리·티볼리에어·코란도 스포츠·코란도 C·코란도 투리스모·렉스턴 W) 수와 동일하다.

기아차는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풀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 기아자동차
이를 앞세워 기아차는 상반기 국내시장에서 카니발과 쏘렌토에 이어 스포티지가 본격 가세해 RV 판매호조가 지속된 가운데 △K7 △니로 △모하비의 신차효과가 더해지며 전년대비 판매율이 13.9% 증가했다. 반면, 현대차는 같은 기간 국내시장에서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아울러 상반기 매출의 경우 현대차는 47조27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 6.4% 감소했다. 기아차는 매출 27조994억원으로 14.7% 증가한 것은 물론, 현대차와 달리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20.8%, 7.3% 증가했다.
현대차가 매출은 키웠음에도 내실을 다지지 못했으나 기아차는 매출 증대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 기아차의 판매량이 현대차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며 "특히 RV는 기아차의 전공분야나 다름없는데 해당 세그먼트의 상승세가 하반기 기아차에 역전을 안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세단시장에서 현대차와 라인업이 겹치는 데다 강점으로 내세웠던 디자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좀 더 기아차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이 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아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판매단가가 높은 고수익 RV 차종의 판매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한편 기아차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현대차를 앞지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가 최근 발표한 상품성 만족도 조사에서 현대차는 일반 브랜드 순위 9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7계단 하락했지만, 3위에 오른 기아차는 지난해 7위보다 4계단 상승했다.
신차를 대상으로 품질결함을 조사한 초기품질지수 평가에서도 기아차는 전체 33개 브랜드 중 1위에 랭크되며 3위에 머무른 현대차를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