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학병원의 진료비 과다청구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은 50만원인 병원비를 무려 300만원으로 청구하고, 이 가운데 80%를 붕대값으로 책정했다. 뿐만 아니라 성인환자를 소아과병동에 입원 시키는 등 최상위 의료기관이라고 보기 힘든 일들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건설사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10여년 간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중국 각지를 돌며 생활해온 김모씨(여. 43세). 1년 전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 고향인 부산의 한 병원에서 접합수술을 받은 후 발목에 철심을 박은 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불편한 몸과 오랜 외국생활로 인한 향수병과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 하다 살던 집을 정리하고 귀국해 올초 경기도 고양시로 이사했다. 그동안 발목뼈를 대신해 온 철심 제거를 받기 위해 수술 받은 병원에 비용을 물었다. 공단부담금 빼고 대략 50만~60만원 든다는 답이었다. 김씨는 대학병원이라고 큰 차이 있을까 싶어 집근처에 있는 인제대학교일산백병원에 지난 2월28일 입원했다.
이틀날 철심제거수술을 받고 회복을 위해 병원에서 배정한 병실은 5인실 소아과병동. 정형외과병동에 병실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린아이들 울음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퇴원 수속을 위해 원무과를 찾은 김씨. 병원비 청구서를 받아들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의료보험이 적용 돼 별 차이 없을 거란 예상과 달리 공단부담금을 뺀 나머지 자기부담금이 300여만원. 미리 알아 본 병원비 6배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이 김씨에게 청구한 '입원 진료 행위 내역서'. 김씨가 원무과에 수납한 진료비 총액(좌측 하단), 240만원을 접착붕대값으로 청구한 내역(우측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 ⓒ 프라임경제
그로부터 4일 후 남편과 함께 수술부위 드레싱을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다. 원무과에 "의료보험 적용이 안됐거나 오류가 의심된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청구금액에 이상 없다"며 돌아 갈 것을 종용했다.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김씨는 진료세부내역서 출력을 요청했다.
암호 같은 수십가지 목록을 꼼꼼히 살피다 'COBAN'라고 써진 대목에서 깜짝 놀랐다. COBAN은 다름 아닌 접착붕대였고. 그 값이 무려 240여만원이었던 것이다.
김씨 측은 원무과에 강력 항의했지만 원무과 직원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니 해당부서인 보험심사팀에 가서 따지라고 응대했다. 돌고 돌아 찾아 간 보험심사팀은 "의사와 간호사의 실수"라며 의료진에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격분한 김씨측이 더욱 거세게 항의하자 뒤늦게 원무과와 조정을 하겠다며 의료비 과다청구를 인정했다. 3일 뒤 병원 측이 재청구한 병원비는 공단부담금을 뺀 56만8670원, 접착붕대 값은 5420원이었다.
지난 3월5일 김씨의 항의로 일산백병원이 재발행한 '입원 진료 행위 내역서'. 공단부담금을 뺀 본인부담금 56만8670원(촤측 하단 밑줄 친 부분), COBAN 접착붕대 값 5420원으로 정정돼 청구됐다(우측 밑줄친 부분). ⓒ 프라임경제
기자는 이 사건과 관련 일산백병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관계자에 물었으나, 해당부서에 확인한 뒤 연락준다는 말만 남긴 채,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 대학병원들의 진료비 과다청구가 사회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해 10월 더 민주당 설훈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이 최근 5년간 과다·부당청구 등으로 환자에게 받은 진료비를 환불해 준 금액이 6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 실사 등에 의해 적발된 후 환자에게 환불해 준 금액이 52억원, 환자가 직접 신청하는 진료비 확인제도에 의해 환불해 준 금액이 17억원이었다. 특히 진료비 확인 신청자 2명 중 1명꼴로 진료비를 환불해 준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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