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MP3플레이어시장 부동의 1위 레인콤이 애플과 삼성의 연합전선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레인콤은 올해 실적 전망치에서 연초보다 절반 이상 하향조정해 자칫 국내 MP3시장 안방을 외국계인 애플에 내놓을 수도 있어 토종MP3업체들의 반격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한 레인콤은 미국 애플컴퓨터가 컬러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2GB와 4GB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MP3플레이어 신제품 아이팟 나노를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한다는 발표에 뒤이어 고전이 거듭되고 있다.
◆애플 낸드플래시 공략에 국내업체 고전
애플컴퓨터는 최근 삼성전자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제품을 채용한 플래시 MP3플레이어(MP3P) ‘아이팟 나노’를 개발했으며 향후 MP3시장도 플래시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생산단가가 높은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레인콤은 물론 국내업체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애플은 올 성탄절 시즌을 겨냥해 '아이팟 미니'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대신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최고 40%를 구매 예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플사가 플래시메모리를 채용한 MP3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플래시메모리를 채용하면 하드디스크 방식에 비해 전력소비가 적어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고 충격에도 강하며 ‘딜레이’ 현상도 적지만 저장용량이 작고 값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삼성의 낸드플래시메모리 개발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장용량이 급격히 커지고 있으며 값도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이 ‘아이팟 미니’를 HDD와 비슷한 가격에 플래시 타입으로 내놓을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에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 나노’는 컬러 LCD화면에 2GB 199달러, 4GB 249달러라는 초저가다.
아이팟 나노 출시 직후 발표된 소니의 플래시 MP3P 신제품의 가격이 2GB 289달러, 1GB 244달러, 512MB 199달러여서, 애플 아이팟 나노는 동일 가격대 소니 신제품에 비해 무려 4배나 되는 용량을 가진 셈이다.
아이팟 셔플의 등장으로 한 차례 호된 가격인하 폭풍을 겪었던 레인콤ㆍ코원ㆍ엠피오 등 국내 MP3P 전문업체들은 이번 아이팟 나노 출시로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의 유지는 물론, 안방 시장에서의 수성에도 비상이 걸리게 됐다.
◆MP3 종주국 위상 ‘흔들’
MP3플레이어 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97년 새한미디어(현 엠피맨닷컴)가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를 내놓은 이후 한국은 2000년까지만 해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인 애플컴퓨터를 비롯해 소니, 델, HP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앞다퉈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 지난해에는 한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20%대까지 떨어졌다.
국내에서만 유독 레인콤, 삼성, 코원시스템 등이 약 60%의 시장점유율을 고수하고 해외에서는 점차 시장주도권을 잃기 시작해 애플이 미국시장 75%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 IT전자업체들에 맞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산 MP3플레이어 대표주자인 레인콤은 올 들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레인콤은 올 상반기 176만대로 작년 동기(110만대)에 비해 60% 가까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세계 MP3플레이어 시장 연평균 성장률(IDC 발표 기준)인 70%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플래시메모리 타입과 HDD 타입간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에서 한국 업체들이 지나치게 플래시메모리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MP3플레이어 업체들의 고전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향후 HDD형이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HDD형 분야에서는 애플의 아성을 깨트릴 만한 조짐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HDD 타입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애플의 확고한 세계 시장 점유율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업체 매출은 늘고 이익은 감소
MP3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국내 중소 MP3업체들이 올 상반기 매출은 큰 폭으로 늘렸으나 판매이익은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애플 등 글로벌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MP3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내린 탓이다.
또 삼성, 소니 등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업체들이 MP3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마케팅 등 판촉비 지출을 늘린 것도 수익율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레인콤은 지난 2분기에만 1211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2.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72억6900만원으로 37% 감소했고, 경상이익도 26억1400만원으로 75.6% 감소했다.
엠피오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412% 증가한 21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대비 193% 증가한 52억원을 기록했다. 경상손실도 전년 동기대비 211% 증가한 106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상손실을 입었다.
코원시스템도 457억74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41.3%의 증가세를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26억8900만원을 기록, 5.9% 감소했다. 코원시스템도 상반기 제품가격을 인하해 마진율이 낮아진데다 환율하락으로 환차손도 입었다
◆레인콤, 부진탈출 기회는 온다
레인콤은 하반기 시장공략을 위해 U10과 목걸이형 MP3플레이어 N11 등 2종의 신모델을 출시했다.
U10은 다이렉트 클릭 방식과 2.2인치의 와이드 화면 등을 갖춘 획기적인 유저 인터페이스와 깜찍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레인콤의 하반기 야심작으로, 지난 6월 신제품 발표회 때 첫 선을 보이면서 전세계 마니아와 전문가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 바 있다.
또한, 레인콤은 목걸이형 타입의 N11을 출시하며 U10과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N11은 N10과 외양은 흡사하지만 목걸이줄이 얇아 실용성 및 외양을 개선했으며, 최상급 크리스탈의 대명사인 스와로브스키(Swarovski)를 제품 외관에 박아넣어 쥬얼리 타입다운 고급스러움을 한결 강조했다.
특히 레인콤은 신제품 U10의 출시와 하반기 인도와 남미, 중국 등 신규시장 개척 등에 힘입어 상반기 대비 매출은 16.8%, 영업이익 117.7% 성장이 예상돼 각각 2846억원, 222억원을 기대했다.
오재원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아이팟 나노가 타 제품과 성능ㆍ가격이 비슷 하지만 용량이 두 배 이상 커 경쟁사 제품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MP3플레이어 성수기인 4분기를 기대했던 레인콤의 강한 실적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연구원은 “애플컴퓨터의 플래시메모리타입 진출은 레인콤에 확실히 단기악재”라며 “레인콤도 이를 반격할 재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