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동가 (오륜스님), 그림= 김진두
이거야말로 찬이 없는 게 아니라 혼자 생활하는 처지에 있어 진수성찬이 아닌가. 소고기 졸임에 꼬리국물까지 마호 병에 담아 김이 모락모락 먹음직스럽다.
끼니때를 넘긴 탓에 촐촐하기도 하고 하여 수저를 들며 “너희들도 같이 먹자” 며 권했다.
“아니예요, 잡수세요. 우린 짜장면 한 그릇씩 시켜 먹었어요.” 쌍둥이가 말하고는 “현정아 우리 평화시장 아이쇼핑이나 하고 오자.”
그러면서 우루루 자리에서 일어나며 “선생님, 우린 밖에 나갔다 올께요. 두 분이 식사하세요.” 하고는 우루루 몰려나갔다.
“자식들 눈치가 빨라 좋다. 미쓰 연 같이 먹지.”
“아니예요, 저는 집에서 먹고 왔는걸요, 많이 드세요.”
혼자서 이것저것 정신없이 먹고 있는 모습을 겸연쩍게 바라보며 입가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저 여자가 나를 돼지로 생각하나? 밥도 많이 해왔고 팥이 뛰엄 뛰엄 있는 찰밥에다 국에다 여러 가지 찬을 갖고 온다고 꽤나 무거웠을 것이다. 사흘에 밥 한 끼 못 먹는 놈으로 생각할라. 좀 천천히 먹어야겠다.”
촌놈 오랜만에 입에 맟는 음식을 정신없이 먹었으니 순간 딸꾹질이 나와 버렸다.
“어머! 체하시겠어요, 천천히 드세요, 여기 물!”
“이런 젠장 좀 천천히 먹을 걸.”
급해 죽겠는데 이 순간에 딸꾹질은 또 왜 나온단 말인가. 그녀가 돼지로 생각하건 말건 에라 먹어치우자며 계속 먹기나 했다.
“물, 잡숫고 천천히 드세요” 하고는 그녀가 보리차를 건네준다.
“앗, 뜨거!”
엉겁결에 입안에 있던 물이 먹던 밥에 쏟아지면서 바지에도 물이 묻어 염방 오줌 싼 것 같이 찝찝했다.
“어머나! 데이지 않았어요?” 당황해 하면서 휴지로 테이블을 닦고 바지에 묻은 물도 닦으려고 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연홍이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오, 어서와 임마, 그런데 하필이면 왜 이런 순간에 들어 오냐?”
“왜요! 다정하게 보여 좋네요. 숙아, 우리 선생님하고 벌써 그렇게 됐어?”
“얘, 몰라. 원, 기집애두.”
그녀가 몹시 당황했나 보다. 얼굴이 붉어져 여간 민망해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아닌 연홍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연홍아, 같이 밥 먹자, 밥 먹다가 물이 뜨거운 줄 모르고 그냥 마셨더니 미련하게.”
“아니예요, 명동에서 친구들이랑 먹고 왔어요, 드세요.”
“그래!” 하고는 계속 밥을 먹었다 조금 전보다는 느린 속도에도 배가 어지간히 찾는지 그렇게 당기지는 않는다.
연홍이와 그녀는 뭐라 뭐라 귀속 말로 종알거리다가는 킥킥거리고 웃는다.
“연홍아, 이거 도저히 다 못 먹으니 뒀다가 저녁에 먹자 일가기 전에 한 숫가락 더하고 가게” 하면서 숟가락을 놓았다.
“꺼억” 트림을 하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어~ 잘 먹었다. 오늘이 내생일 기분이 든다.”라고 인사치레를 하고나니 진짜 생일이 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객지에서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생일을 잊고 산지가 한 두해가 아닌지라.
“연홍아, 오늘이 음력 며칠인가? 달력 한번 봐라.”
만만한 게 연홍이다. 연홍이가 X숙이를 소개했기 때문에 그녀 있는데서 자꾸 연홍이 이름이 절로 나온다.
기분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은근히 기다려지는 내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오늘이, 가만있자, 10월 18일이네요.”
“아니 그럼 내일, 모레가 내 생일이구나. 10월 20일이니까. 나는 지났구나 생각했는데. 허허허!”
“어머! 그럼 파티 해야겠네요?”
모래 속에서 진주나 찾은 냥 반갑게 맞이한다.
“염병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아와도 저렇게 기쁠까?”
“글쎄, 내일 모레 한번 보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한마디하고는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어딜 가세요?”
“화장실!”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는 나왔다.
“이런 젠장, 화장실도 보고를 하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내가 나쁜 의도에서 한말이 아니기에 둘이서 킹킹거리며 웃는 소리가 유리창 사이로 들렸다.
나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속이 거북스러움을 느꼈다.
“미련한 놈, 입맛이 당긴다고 마냥 돼지마냥 처먹더니만.”
아래층 평화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다 먹고 활명수도 마셨다.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마찬가지 인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