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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집단 소유지배구조 개선돼야 한다

[공정위 실무국장 릴레이기고] 4.이병주 독점국장

프라임경제 기자  2005.10.24 08: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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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기업집단 총수 일가는 5% 정도의 적은 지분으로 44% 정도의 계열사 지분을 이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그에 따른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은 심각하다.

총수가 회사경영의 전권을 행사하면서도 경영활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기업집단 소속 개별기업에서 지배구조의 작동을 저해함으로써 총수에 대한 내.외부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선진 외국에서는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다.

소유지배구조 왜곡은 계열사간 순환출자와 금융계열사의 고객자산을 이용한 출자에서 비롯된다. 계열사간 순환 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형성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고객 자산을 신규 계열사 인수를 위한 출자 등에 이용,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확장하는 것이 문제다.

이는 계열사간 출자로 형성된 집단의 힘을 이용, 독립중소기업과 경쟁함으로써 공정한 경쟁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 등으로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등 독립중소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기반을 훼손한다.

흔히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지난 10년간 고용은 대기업이 78만명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은 314만명 늘었다.

외환위기 당시 30대그룹 중 16개 그룹이 해체되거나 퇴출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반부실화로 인해 국민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하기도 한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로 인한 각종 폐해도 우려된다.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에 고객이 맡긴 자금이 수익 추구가 아닌 집단 지배력의 유지.확장이나 부실 계열사 지원에 사용돼서는 곤란하다. 고객이 맡긴 돈을 운용하는 금융보험사는 당연히 그룹 총수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취지에서 법학자와 재계를 비롯한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을 현재 30%에서 3년간 단계적으로 15%로 줄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삼성이 헌법소원을 낸 것은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타당하지는 않아 보인다.

한편 요즘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정책과 관련해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같다. 우선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공정위가 관심을 갖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기업집단의 지배주주가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을 통해 형성된 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데 따른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주주 및 이해관계인이 경영진을 규율하는 문제를 다루는 개별기업 지배구조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지배구조는 나라와 시장상황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지배구조에 대한 큰 틀과 방향에 대해서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계열사 등 타 회사 주식 보유를 순자산의 25%로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투자 억제로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부를 만들거나 공장부지를 매입하거나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고 공장을 신·증설하는 등의 행위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타 회사 주식 취득의 경우에도 사회간접자본(SOC)법인 출자, 동종·밀접 업종 출자, 공기업 민영화 출자, 외국인투자기업 출자, 기업구조조정 출자, 부품·원료·소재 생산 중소·벤처기업 출자, 신산업 출자 등은 적용제외·예외인정 제도 등을 통해 출자 한도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정위 발표에서 출자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기업은 이미 타 회사 주식 보유를 한도를 초과하여 소진하였다는 것 일 뿐 ‘투자’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공정위는 2005.4.1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도 졸업기준을 구체화함으로써 기업집단 스스로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올해만 6개 기업집단이 졸업기준을 충족,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서 제시한대로 향후 시장상황을 평가하고 시장상황의 개선정도에 맞춰 대기업집단 정책을 정부의 직접적 개입에서 시장자율감시체제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무엇보다도 긴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