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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유의 실록 '무(無)' 1.화려한 출발 <계속5>

60년대 가요계의 사랑과 배신-본지 단독연재

프라임경제 기자  2005.10.21 09: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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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동가 (오륜스님), 그림=김진두 화백

   
“우라질 놈, 먹기도 엄청나게 처먹었네..” 하고는 사무실에 올라 왔다.

“선생님 글피 우리 파티해요, 네?”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가 말한다.

“그래요 선생님, 그냥 넘길 일이 아니예요”

“알았다 알았어..” 한마디로 일축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녀가 좋아한다는 예스터데이를 쳐줄 양으로 폼을 잡는데 “연홍아 여기 세면장이 어디니?“

빈 찬합을 챙기고 빈 그릇을 챙기더니 김새게 그녀가 분위기를 찹치는 소리에 원위치로 하고 있는데....

“대충 설거지를 하고 가야겠어, 올 때는 김치냄새, 생선냄새가 나서 자꾸 옆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아 부끄러워 혼났다, 이거 씻으면 냄새가 나지 않을 것 아냐?”

“그럼 같이 가자 세면장은 돌아가면 있어” 하고는 같이 그릇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우라질, 모처럼 폼을 잡고 실력발휘를 할려고 했는데...그녀는 내가 뽕짝밖에 못하는 걸로 알까봐 팝을 몇 곡 들려주려고 했는데...”

쇼핑 갔던 제자들도 돌아오고 세면장에 갔던 이들도 돌아와 사무실은 다시 왁짝지껄하다.
“여러분 잠깐 제 말을 들어보세요, 내일 모래 5일 날이 우리선생님 생일이니깐 총각 선생님 파티를 엽시다...짝짝짝...”

연홍이가 박수를 치면서 모두들에게 공개한다.그녀도 박수를 치며 동조한다.

"시끄럽다. 혼자 있는 몸이 생일은 무신 생일이고, 미역국 끓여 줄 사람도 없는데 때리 치아라“
“아니예요, 선생님, 우리끼리 사무실에서 조촐하게 해요. 우리들이 알아서 할 테니 선생님께선 참석만 하세요. 주인공이 없으면 어떻게 해요?” 쌍둥이 자매 언니가 안된다는 식 말이 무섭다.

“그래요, 선생님”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하는데 한편으로는 흐뭇하기도 하고 또 그녀가 있기에 야박하다 싶어 한마디 했다.

“알았다”

“와~ 박수 짝짝짝~” 연홍이가 선두주자가 돼 마무리 할 양으로 설쳐댄다.

“그럼 너희들끼리 의논하고 순서대로 연습하고 문단속 잘하고 들어가라. 나는 일하러 간다. 미쓰연도 놀다가 가요” 제자들이 신경이 쓰여 존대말을 썼다.

“아니예요 저도 가야 돼요” 하고는 나머지 음식은 전부 버리고 보따리만 챙겨 일어서며 말한다.

“연홍아 나, 간다 우리 집에 전화해”
“그래 잘가, 5일날 너도 올꺼지?”
“그럴게”

“안녕히가세요”
“그래요, 열심히들 하세요” 그녀는 뒤따라 나오면서 말한다.

“나도 청계천 2가에서 차 탈래요, 선생님.  우리 같이 2가까지 걸어가요, 네?  아직 시간이 많이 남는걸요.”

겨울날씨라 사방은 어둑어둑해지고 가로등이 모두 들어와 네온싸인 불빛들이 듬성듬성 해 마치 서울의 밤은 지금부터 시작인냥 분주하다.

“내일 오전에 강의가 있어?” 담배를 꺼내 물면서 말했다.

“아뇨 없어요.  왜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갑게 대답한다.

“아니, 별건 아니고 시간이 있으면 내일 우리 집에 와서 나를 도와주면 어떨까 하고.”

“그럴께요.  무슨 일인데요?” 바짝 다가붙으며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물끄럼히 쳐다본다.

“길을 보고가야지 내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가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괜한 걱정을 하며 마음을 열어 주었다.

“어서요.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  내가 뭐 아는 것이 있어야죠”

“남미랑이라는 가수가 일본에 들어가는데 무대 아래인지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우선 오선지 값을 받았으니 오늘밤부터 시작을 해야지. 그런데 내가 오늘 편곡을 하여 사모까지 처리하면 미스연을 빨간색으로 내가 시키는데로 표시만 하면 돼!”

혼자 해도 될 일을 엄큼한 마음을 먹고서 말을 꺼내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반응이 상당히 좋은 터라 내친김에 말을 하려니깐 그녀가 말을 막고 나선다.

“제가 음악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바가 없는데 괜찮을까요?”

“음악하곤 관계가 없어, 글씨만 예쁘게 쓰면 돼.  아니 그렇지 않아도 돼.  표시만 하면 되니깐 △ 표시하고 + 표시와 ○ 표시 세 가지만 해도 되는데...” 

응큼한 속이 들통 났다 싶어 민망스럽게 말을 하고는 “됐어, 그냥둬, 내가 하나씩 하면 돼.” 그러나 퉁명스럽게 튀어나온 말투인 것 같아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아녜요.  할께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네요.  나도 콩나물 대가리 그리는 줄 알았어요.  근데 어디로 가야 돼죠?”

“그러면, 내일 7시까지 장위동 35번 종점 한 정거장 못가서 내리면 삼거리에 국민은행이 있는데 국민은행 앞에서 만나, 내가 일찍 나가 있을께.”

“그럴께요.  내일 아침 7시에 봐요.  꼭 나오세요.” 하는데 벌써 청계천 2가에 도착했다.

마침 25번이 도착하니 손님들이 무질서하게 버스 앞으로 우루루 몰려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