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윤규 전 부회장의 퇴출사태를 원상복귀하지 않으면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20일 경고했다.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는 20일 김윤규 전 회장 퇴출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아.태평화위는 김 전 부회장을 비리라는 굴레를 씌워 제거한 것은 고 정주영 회장 일가의 재산을 현정은 회장쪽으로 이전하려는 과정에서 정씨 일가의 마지막 가신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김 전회장 퇴출에 배경이 있음을 암시했다.
아.태평화위는 대변인 담화에서 “불신과 대결의 가시덤불을 헤치면서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길을 터놓고 북남경제협력사업의 ‘옥동자’로 불리우는 금강산관광사업을 개척한 선구자의 한 사람으로 알려져온 김윤규씨가 현대그룹의 현 상층인사들에 의해 하루 아침에 쫓겨나게 된 뜻밖의 현실앞에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의혹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남경협사업 전반 영향 미치는 심중한 문제”
아.태평화위는 “이번 사태는 단순히 현대그룹 내부문제만도 아니고 일개 기업의 경영과 인사권에 관한 문제로만도 볼수 없다”며 “그것은 현대와 우리와의 관계는 물론 북남경제협력사업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심중한 문제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태평화위는 “지난 7월 현대그룹 회장은 김윤규부회장과 함께 우리측 지역을 방문하여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접견을 받는 크나큰 영광을 지니였다. 선임자들의 뜻을 이어 서로 합심하여 일을 잘한데 대한 따뜻한 격려의 말씀과 함께 개성관광과 백두산관광 독점권까지 받아안는 분에 넘치는 최상최대의 특전도 지니였다”고 말했다.
“인사불성-배은망덕에 배신감 넘어 분노”
담화는 이어 “그런데 돌아가자마자 야심가들의 충동을 받아 함께 접견을 받은 부회장을 따돌리고 그의 목까지 떼였으니 이 보다 더한 인사불성이나 배은망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우리는 이에 심한 배신감을 넘어 분노마저 금할 수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아.태평화위는 “김 전 부회장 퇴출이 현대와 북한간의 신의를 저버린 행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라서 규정하고 “이제는 현대가 본래의 실체도 없고 신의도 다 깨버린 조건에서 그 전과 같은 우리의 협력대상으로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며 따라서 우리는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부득불 다른 대상과 관광협의 추진”
이어 “지금 일정에 올라있는 개성관광에 대해 말한다 해도 현대와는 이 사업을 도저히 할 수 없게 됐으며 부득불 다른 대상과 관광협의를 추진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담화는 “2000년 8월에 현대측이 우리와 체결한 ‘7대 협력사업 합의서’라는 것도 해당한 법적 절차와 쌍방 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하고 있고 필요에 따라 수정 보충하거나 다시 협의할 수도 있게 돼 있다”면서 ”더우기 이제 와서는 그 합의의 주체도 다 없어진 조건에서 우리는 구태여 그에 구속돼 있을 이유마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금강산관광사업 개척과 추진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닌 주역이 하루아침에 이름도 모를 몇몇 사람들에 의해 축출당하고, 민족의 기쁨과 통일의 희망이었던 금강산 관광이 전면중단의 엄중한 위기에 처하게 된 데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나라당의 검은 손 관여설도 제기
아.태평화위는 특히 “이번 현대사태에는 미국과 한나라당의 검은 손이 깊숙이 뻗치고 있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면서 “현대의 현 상층과 한나라당 고위당직자와 근친관계로 볼 때 남조선에서 떠도는 그들 사이의 밀약설도 전혀 무근거 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태평화위는 “현대에게도 앞날은 있고 길은 있다”며 “우리는 현대측 상층부가 본의 아니게 이번 사태를 빚어냈다면 후회도 하고
뉘우침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상층부가 곁에 와 붙어 기생하려는 야심가들을 버리고 옳은 길에 들어선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금강산 관광의
넓은 길을 열어주는 아량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