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재벌의 범주를 어느 정도의 재산한계에 두느냐 하는 문제는 학설이나 특별한 관례규범에서 지적한 바 없으므로 한국의 재벌을 규정함에도 뚜렷한 한계를 짓지 못하겠고 따라서 재벌이라고 불리우는 국내산업인 재산한계도 지적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자본이 상업자본이든 산업자본이든 혹은 퇴장자금이든 간에 유효자본으로서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부분적으로라도 독점적인 역할을 하는 자본가나, 혹은 자본가 군을 한국에 있어서 재벌이라고 규정짓고 그 내부를 분류해 봄이 타당할 듯 하다.
1. 재벌의 형성근원
첫째, 오늘날에 있어서의 재벌이라고 불리는 재벌의 태반은 군정시절과 6.25 동란 이후를 통하여 이루어진 중요한 귀속재산 점유 및 매수자 중에서 성장한 부분이 많고 본다.
그것은 귀속재산의 불하가격의 사정기준이 표준없이 부당히 저렴하게 이루어졌고, 불하대금이 필요 이상으로 장기에 분할납부케 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둘째, 6.25 피해복구를 위한 도입시설은 대부분 기존시설소유자 중심으로 배분되었고, 그 대금의 평가 및 지불이 부당히 저렴하고도 장기적이었다.
셋째, 모든 산업자금은 시설 및 자재수배자(資材受配者)에게 그 인수의 전액에 가까울 정도로 융자되었다.
넷째, 도입원자재는 부당히 저렴한 가격(공정 율에 의하여)에 의하여 직배되었다.
다음에 그들이 정부의 특혜적인 시설과 자본공급과 원료공급에 의하여 이루어진 고율의 소득으로 신설기업 시설도입을 위한 외화배정에서 우선적이고 독점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으므로 기존과 신설의 모든 기업체는 그들이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상과 같은 특혜적인 기업기반을 점유한 자본가들은 실질적으로 정부와 금융기관의 전액에 가까운 투자에 의하여 거대한 재산, 시설의 소유자가 되고 운영자가 되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해외무역자본의 형성을 돕게 된 사실을 들 수 있다.
국내소비자가 해외물가 실정에 어둡고 해방 후 개방적으로 특수층의 소비습성이 변천한 기회를 이용하여 국내 수출 물자를 부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입수할 수 있었고, 이것의 수출에서 얻는 매입 이익이 막대했으며 반대로 해외의 저렴한 상품의 국내판매이득에서 막대한 이득을 획득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무역자본이 형성된 후 그 자본의 대부분이 국내산업자금으로 전환되었으며 단시일 내에 획득한 자본으로써 전기한 바 국내산업시설의 입수가 용이하게 또 부당히 유리하게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상에서 무자본상태에 놓여있는 소수의 국내기업인들이 산업시설의 태반을 점유했다는 사실과, 그 후 그들이 막대한 자본비대를 이룩하게 된 결과에 이르는 동안에 있어서 그 작용을 조장하는 동태를 엿보았다.
2. 자본비대(資本肥大)를 초래한 원인들
이에 관한 여러 가지 원인을 들기 전에 그들의 기업운영 능력이 극히 졸렬하였고, 국내의 경제성장이 지극히 기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축적이 급속히 이루어진 근원을 검토함에 있어 우리는 그들의 비대작용은 경영에 의한 이득보다는 경영외적 원인이 이를 조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경영외적 원인을 들어보면,
첫째로 비현실적인 환율이 큰 원인이고,
둘째로 특혜적 금융과 배분이 과도했고,
셋째로 그들의 추이성(追利性)을 과도히 방임하였으며,
넷째로 인플레에 의한 반대적 이득을 그들에게 허용한 결과가 되었고,
다섯째로 생산자 본위의 산업정책에 치중하여 소비자의 희생을 초래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