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으로부터 가격담합에 대한 벌금 3억달러를 맞은 것과 관련, 재계에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일삼아 온 독과점과 담합 등의 불공정 거래관행이 화를 자초했다며 대기업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불공정 거래관행의 당연한 결과
재계는 이번 벌금사건이 삼성전자가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란 점에서 당사자는 물론 국가와 한국기업들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재계 단체로서 언급하기 어렵다” 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벌금까지 물어야하는 일이 밖에서까지 벌어졌다는 점이 안타깝다” 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가격담합으로 델, 컴팩, 휴렛팩커드, 애플, IBM 등 미국내 컴퓨터업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해외업체는 물론 자국내 업체까지 예외없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이와관련, 참여연대의 관계자는 “초우량기업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마저 담합으로 벌금을 내게 된 것은 우리 기업들의 현주소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그나마 위안을 찾는다면 앞으로 불공정 거래관행에 대해 무감각한 국내기업들의 도덕재무장을 촉구하는 경종을 울렸다는 졈이라고 말했다.
벌금대비 1억달러 유보해 둬
이번 벌금부과는 당초 삼성전자가 예측한 수준을 훨씬 초과했다. 지난 1999년 비타민 가격담합으로 5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제약업체 ‘로체’ 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다.
이에앞서 독일업체인 ‘인피니온’ 과 한국의 ‘하이닉스 반도체’ 는 각각 1억6천만달러와 1억8천5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 대배심 소환장을 받은 뒤 벌금부과에 대비해 1억달러 정도를 유보해둔 상태로 알려졌다.
한국에 유독 과중 차별대우 지적 제기
한편에서는 미국정부가 시장 점유율을 고려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유독 한국업체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독일업체보다 과중한 조치를 취하는 등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사건에서 받은 벌금액수가 독일 인피니온에 비해 두배 가까운데다 벌금대상에 한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2개업체가 포함됐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관련직원들의 형사처벌도 남은 상황이다. 독일의 인피니온은 관련자 4명이 4~6개월의 복역생활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미국 법무부측은 “삼성전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면제된 것은 아니다” 고 밝힌 상태다.
반대로 미국업체인 마이크론은 임원이 당국의 조사방해 혐의까지 인정했지만 형사처벌 면제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언론인 마켓워치는 “마이크론은 형사처벌이 면제될 것으로 보인다 ” 고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