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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중국진출 포기 왜?

R&D센터. 엔진공장 설립요구 '합작공장 설립 철회' 맞대응

유경훈 기자 기자  2006.03.29 08: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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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임경제]  쌍용자동차가 중국에 현지합작 공장 세워 진출하려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중국정부가 합작공장 설립 전제조건으로 R&D센터나 엔진공장을 함께 건설할 것을 요구한 것이 그 이유다.

최형탁 쌍용자동차 사장은 28일 "중국정부의 이 같은 요구는 쌍용차가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기에 이 같은 결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무산배경을 설명했다.

최 사장은 그러나 "합작공장 설립계획 무산이 중국진출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신에 상하이차가 설립한 공장에 로열티를 받고 KD(반조립 제품)를 수출하거나 기술제휴, 라이선스 방식을 통해 중국에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그동안 대주주인 상하이차와 중국 현지에 합작법인과 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해 카이런을 바탕으로 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생산하는 이른바 S-100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합작공장설립 무산으로 인해 쌍용차의 중국 직접 진출은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中 엔진공장 설립 요구는 기술유출 통로 활용 속셈

쌍용차의 'S-100 프로젝트' 무산 원인은 중국정부가 자동차 과잉생산을 우려해 공장설립 규제를 강화한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의 의중이 쉬 감지된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20여 년 전부터 세계 10대 자동차 업체들과 합작 형태로 자동차를 생산해 왔다. 하지만 기술수준 낙후로 생산 모델이 구형인 데다 엔진 기술을 이전받지 못해 승용차 독자 생산에 많은 고초를 겪어 왔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동차 산업을 경제발전의 지주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국에 합작공장을 건설하려는 외국의 기업들에게 엔진생산 공장이나 R&D센터를 함께 설립할 것을 주문했다.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런 연유로 쌍용차 노조는 합작공장 설립 자체를 반대해 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에도 중국 제2공장 설립시 쌍용차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다 결국 엔진조립공장 건설을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시장이 탐이 난다고 해서, 마냥 이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엔진 기술을 넘겨주면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생산, 결국에는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의 한 임원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기업들의 중국과의 합작 등을 통한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술 이전이 지금에 와서는 한·중간 기술 격차를 좁히는 무기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국익 위해  'NO' 택했다’

쌍용차는 90년대 후반부터 독자 엔진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2년 전부터 디젤엔진을 독자기술로 생산해왔다. 올해부터는 3천600cc 가솔린엔진을 독자 개발할 예정이다. 즉, 쌍용차가 현재 확보하고 있는 엔진 기술들은 개발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것들로 모두가 첨단에 속한다.

때문에 기술을 넘겨받는 즉시 쌍용차와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쌍용차 홍보실 관계자는 "현대차는 개발해 놓은 엔진이 많다 보니 다소 진부한 기술을 가지고 선심을 쓸 수 있는 입장이 될 수 있 있지만, 쌍용차는 개발한 기술 모두가 첨단이기에 쉬 넘겨줄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며 애로점을 설명했다.

쌍용차의 딜레마는 또 있다. 심각한 중복투자 문제가 발생한다. 쌍용차는 현재 창원에 엔진공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엔진공장 설립은 회사 매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오히려 합법적 기술유출 통로만 만들어 주는 꼴이 될 뿐이다.
 
중국정부는 최근 들어 외국기업 투자 유치와 관련해 건수 우선주의를 버리고 발전의 질을 높이는 외자유치 위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매개체를 물색 중이고, 이러한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R&D센터나 엔진공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쌍용차에 R&D센터나 엔진공장을 함께 건설할 것을 주문했고, 쌍용차는 핵심기술 유출을 우려 'NO'를 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