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민주노총과 여수건설노조는 28일 GS칼텍스측이 신설 중인 제2 중질유분해공장(HOU) 건설현장에 중국인 건설인력 3000명을 투입한다는 노동계와 여수지역사회의 의혹과 관련, “이는 여수건설노조의 파괴를 추진하려는 계획”이라며 “외국인력 투입계획을 철회하고, GS칼텍스 불매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여수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최근 여수건설노조가 입수한 문건을 공개한 뒤 “GS칼텍스에서 여수 해안가에 신설 중인 HOU 건설현장에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는 오는 7월1일부터 중국인 건설인력 3000명을 수입해 1년 6개월 동안 투입하려하고 있다”면서 “이는 여수건설노조 죽이기 계획인 ‘CLUB프로젝트’에 들어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날 공개한 ‘외국인 근로자 건설현장 운영방안 계획서’에 따르면, GS칼텍스의 HOU 프로젝트 건설 공사 현장에 경험이 풍부한 건설 인력(중국동포)을 적정임금으로 고용해, 건설기간 동안 파업이 없도록 하고 본 공사가 성공적으로 완공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자 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 건설기간 동안 파업이 없도록 외국인력 도입?
이렇게 될 경우 용접사, 배관사, 제관사, 조공 및 기타 직종에 근무하게 될 30대 전후의 중국인력은 한국인 근로자의 80~90% 수준의 임금을 받고,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인 내년 12월31일까지 건설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GS칼텍스는 최근 공장신설시 배관용접 물량마저 외지로 반출시켜 용접해싣고 오는 등 여수지역의 건설 노동자 일자리를 빼앗고 있어 지역민들의 원성을 하고 있다”면서 “GS칼텍스는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는 지역경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하고 파업을 빌미로 자행된 회사측의 노조파괴, 인권유린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반드시 처벌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GS칼텍스는 국내 2위의 정유회사이지만 초국적자본이자 미국의 2대 정유업체인 세브론 텍사코의 계열사”라며 “노동자 탄압의 배경에는 외국의 투기자본이 개입돼 있기 때문인데, 세브론 텍사코는 석유자본이 아니라 투기자본”이라고 말했다.
◇ 노동계, GS칼텍스 지역경제 외면 주장
이에 대해 GS칼텍스측은 기자회견에 대한 해명자료를 곧바로 내고 “민주노총이 입수했다고 주장한 문건은 건설회사의 협력회사 직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협력회사 직원은 이 문건을 인력관련 협력업체에 보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제안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 회사 홍보팀 한 관계자는 “인력충원과 관련된 문제는 건설업체의 인력관련 협력업체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GS칼텍스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여수건설노조가 입수했다는 중국인 근로자 운영 방안 계획서가 자칫 GS칼텍스측이 직접 작성한 것처럼 세간에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 같은 GS칼텍스측의 주장에 대해서 민주노총도 크게 부정하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한 관계자는 “GS칼텍스측이 직접 문건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 GS칼텍스, “사실과 다르다, 중국인력 투입 계획 없다”
이런 까닭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과연 GS칼텍스가 정말 중국인 건설인력 3천명을 투입시키려는 계획이 있느냐는 것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GS칼텍스측도 알지 못하는 ‘중국인 건설인력 투입’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어떻게 생산됐느냐는 질문이다.
GS칼텍스측의 외국인력 도입 의혹이 지역 언론을 통해 불거지자 여수지역 시민·사회단체는 한 목소리로 “GS칼텍스측이 여수지역 일자리 창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GS칼텍스라는 대기업이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GS칼텍스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며 “그럴 계획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화섬연맹 관계자는 “27일 여수지역 건설노조, 민주노총 여수시협 의장, 민주노동당 차원에서 김충석 여수시장을 만나 중국인력 대신 지역사회 인력을 활용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대해 김 시장은 ‘GS칼텍스에서 협조를 먼저 요청했고 시는 이를 허가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 여수시, “시장이 직접 언급할 사항 아니”
이에 대해 양측의 면담 자리에 직접 참여했다는 여수시 지역경제과 노사협력계 한 관계자는 프라임경제와의 통화에서 “노조측과 김 시장이 면담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양측의 상견례와 건설노조의 어려움을 여수시측에 전달했을 뿐, 노조측이 주장한 대로 시장이 인력공급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아직 실시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시장이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은 특히 아니”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엇갈린 상황에서 만약 GS칼텍스가 중국인 인력을 투입한 뒤 공장건설을 본격화할 경우, 사회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